의료 사각지대 없애는 비대면진료
간호사가 의료취약지 가정 방문… 온라인 협진으로 진료-처방 도와
ICT 장비가 혈압-혈당 매일 측정
환자 건강상태 지속적 모니터링
“어르신, 잘 지내셨어요. 혈압과 혈당 수치는 괜찮게 나오고 있네요. 약은 매일매일 잘 드시죠? 그리고 어지럼증은 어떠신가요?”(전남 신안군 암태보건지소 이동형 보건지소장)
“처방해주신 약 덕분에 혈압도 관리하고 어지럼증도 많이 좋아졌어요.”(김수단 씨·70·여)
“어지럼증은 확실히 그때 그 저혈압 때문인 것 같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용량을 조절했잖아요. 지금 약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계속 복용하시면 될 것 같아요.”(이 지소장)
지난달 26일 동아일보 기자가 찾아간 전남 신안군 암태보건지소의 모습이다. 이 지소장은 이날 모니터를 통해 암태도에 사는 김 씨를 진료하고 있었다. 도서산간 지역을 관할로 하는 이 보건지소는 거리가 멀고 거동이 불편해 병원을 쉽게 찾지 못하는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섬이 많은 지역 특성으로 보건의료 혜택에서 소외되기 쉬운 내원 환자들 중 대상자를 선정해 지난해부터 ‘원격협진’을 시작했다. 보건당국의 의료취약지 의료지원 시범사업이다.
○ 건강 사각지대를 메우는 원격협진
원격협진이 시작되기 전 암태보건지소 소속 장미라 방문간호사는 노트북, 전자혈압계, 전자혈당계 등 각종 기기가 가득한 가방을 멨다. 보건지소와 멀리 떨어진 김 씨의 가정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오랫동안 고혈압으로 고생하고 있는 김 씨는 허리와 무릎 관절의 만성 통증으로 보건지소 방문이 쉽지 않았다.
이에 의료취약지 의료지원 시범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일주일에 한 번 간호사 가정방문과 원격협진을 통한 비대면 진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날 원격협진은 방문간호사가 전자기기를 통해 김 씨의 혈압과 혈당을 측정하면서 시작됐다.
시스템을 통해 원격으로 연결된 보건지소 공중보건의사가 실시간으로 수집된 김 씨의 건강정보를 확인한 후 각종 처방을 내렸다. 장 간호사는 “처음엔 (원격 진료를 위한) 전자기기 사용이 쉽지 않았지만 꾸준한 교육으로 한 달 정도 지나니 익숙하게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 정보통신기술과 결합, 의료 사각지대 메운다
김 씨는 원격협진 외에도 신체에 부착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를 활용한 어르신 건강관리 서비스에도 참여하고 있다. 손목시계 형태의 기기가 혈압, 혈당은 물론이고 신체활동, 수분과 영양 섭취 정보 등을 일상에서 수집한다. 김 씨는 이런 건강 데이터 모니터링을 통해 보건소로부터 포괄적인 만성질환 관리를 받는다. 버스도 자주 다니지 않는 벽지의 건강 사각지대를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보완하고 있는 셈이다.
이 지소장은 “원격협진을 통한 의료취약지 의료지원 시범사업은 ICT와 휴먼터치를 조합해 대면진료 보완 수단으로서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며 “정기적 방문과 진료를 통해 환자에게 정서적 지지도 준다. 의료취약지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ICT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환자의 건강 데이터를 얻는 ‘간호사 모니터링’과 이를 통한 의사와의 원격협진으로 우울감, 경도인지장애 등을 가진 노인들에게 정신적 안정감도 준다는 의미다. 환자의 일상생활도 안정된다. 다양한 약물을 투약하는 환자의 변화를 수시로 확인하면서 약물 관리를 병행하는 과정 또한 의료취약지 의료지원 시범사업의 큰 장점이다.
○ 농어촌 보건의료 접근성 확대 절실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원격협진을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 환자 1명을 방문할 때 방문간호사와 물리치료사 등이 1개 팀으로 움직인다. 이 때문에 하루에 볼 수 있는 환자가 3명 정도에 불과하다. 방문 의료 인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고자 보건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 의료진 비대면 진료 시 물리치료사 등 의료기사는 예외적으로 직접 환자를 방문해 진료를 보조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 거동이 현저히 곤란하거나 동일한 질환으로 장기간 같은 처방을 받는 환자는 주 보호자(간병인, 방문간호사, 요양보호사)가 대리해 처방전 및 약물을 전달하게 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관계자는 “의료취약지 의료지원 시범사업을 통해 주민들이 거주지 이탈 없이 필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며 “코로나19 유행이 끝나도 방문 의료 방식을 다양화하고 원격협진을 확대해 의료 사각지대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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