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 질환 영상 진단기기 개발 ‘레이와트’… 혈관 내부 벽에 적외선 쏘는 방식
세계 최고속 카테터로 효율적 진단… 혈류 방해 줄이고 정밀도는 높여
AI 기술로 혈관 내부 압력 예측도… 광통신 공학박사 출신 하진용 대표
“국가 기술개발 프로젝트 덕분… 광전자-의학-공학 전문가 큰도움”
세계적으로 사망 원인 1위인 질환은 심혈관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9년 지구촌 사망자의 32%(1790만 명)가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했다. 심혈관 질환의 대다수는 심근경색(심장마비)으로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심장 동맥의 탄력이 떨어지고 혈관 안에 혈전이 쌓여 그 통로가 좁아지면서 발병한다.
심장 혈관들이 좁아지거나 막힌 것으로 의심되면 의사는 컴퓨터단층촬영(CT)과 X레이 동영상 촬영으로 병변을 찾고, 더 정밀하게 살피기 위해 혈관에 내시경 역할을 하는 카테터(가는 관)를 넣는다. 카테터형 심혈관 질환 진단기는 초음파를 활용하는 기기(IVUS)와 적외선을 이용하는 장비(OCT), 압력센서를 사용하는 장치(FFR) 등으로 나뉜다. 심장동맥을 넓혀주는 스텐트 시술 전후에 혈관의 지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스텐트가 혈관에 제대로 자리를 잡았는지를 살피는 용도로도 유용하게 쓰인다.
레이와트(대표이사 하진용)는 심혈관 질환 진단기기 중 적외선을 활용한 광학 영상진단장비(OCT)를 개발하는 곳이다. 적외선을 쏘는 광섬유의 끝 부분을 혈관 내부에서 빠르게 회전시키면서 조금씩 이동시켜 혈관 내부를 재현하는 방식이다. 적외선을 혈관 내부 벽에 쏜 뒤 되돌아오는 빛을 받아 고해상도 3차원 영상을 만들어 낸다.
○심혈관 질환 진단기기 문제와 개선점
카테터형 심혈관 질환 진단기기는 물리적인 관을 혈관에 넣는 방식이기에 오랫동안 사용할 경우 혈류의 흐름을 방해해 환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사용시간은 통상 3초 안팎이다. 심장 오른 부위를 감싸고 있는 우관상동맥의 경우 80%의 병변이 혈관 입구에서 75mm 길이 내에 위치하는데, 현존 기기는 탐색 속도가 빠르지 않아 이 구간을 고해상도로 모두 촬영하기 쉽지 않다. 또 적외선을 활용하는 진단 방식은 혈관 안에 조영제의 주입이 필요한데,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한 번 진단을 할 때 되도록 긴 구간을 탐색할 필요성이 있어 왔다.
레이와트는 심혈관 질환 영상진단기기에 연결되는 카테터의 회전 속도를 세계 최고 속도로 구현해 이 문제를 극복하고 있다. 미국의 유명 의료기기 기업 애보트가 초당 180회의 회전을 구현한 데 비해 레이와트는 초당 300회 회전으로 1.7배나 빠르게 만들었다. 와이어 회전 속도가 빨라지면 같은 시간에 그만큼 긴 구간을 진단할 수 있다.
하진용 대표(46)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받는 중인데, 이에 성공한다면 심혈관 질환 영상진단기기의 수입을 대체하는 것은 물론이고 세계 시장에서도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레이와트는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김중선 교수와 협업해 개발과 전 임상을 진행했다. 레이와트는 내후년 1월쯤 완제품이 시장에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테터형 심혈관 질환 진단기기는 초음파로 혈관 내부를 관찰하는 기기가 1989년에 상업화돼 많이 쓰인다. 상대적으로 피부 깊숙한 부분까지 관찰할 수 있지만 해상도가 낮은 단점이 있다. 적외선을 활용한 영상진단기기는 2010년에 상업화된 비교적 최신 기술 제품이다. 대당 3억 원 정도 한다. 약 2억9500만 달러(약 4200억 원)인 시장을 미국 애보트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모터와 카테터 직접 연결로 고속 회전 구현
카테터의 지름은 0.8mm다. 이런 가는 관을 초당 300회 이상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회전시키는 기술은 모터는 물론이고 여러 소재의 물리적 특성까지 제어해야 하는 ‘종합 예술’이다. 레이와트는 카테터를 회전시키는 모터를 혁신해 특허를 받았다. 모터와 카테터를 직접 연결한 뒤 광섬유가 모터의 중심부분을 뚫고 지나가는 방식을 고안해 냈다. 기존 제품들은 모터와 카테터를 고무벨트 같은 것으로 연결해 회전력을 전달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회전 속도를 높일수록 동력을 전달하는 고무벨트에 미끄러짐이 발생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하 대표는 “카테터의 주요 부품인 광섬유와 광섬유를 감싸는 소재가 고속 회전에도 견딜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했는데, 이론이나 계산으로는 되지 않는 부분이라 수많은 반복 실험으로 직원들의 고생이 많았다”고 했다.
레이와트의 심혈관 질환 영상진단기기는 촬영한 혈관 내부 영상을 활용해 병변 전후의 혈관 내부 압력을 예측하는 기술도 갖추고 있다. 기존 미국 제품은 압력센서가 달린 카테터를 따로 넣어 측정하는 방식인 데 비해 레이와트는 인공지능(AI) 기술로 압력을 유추해 내는 것이다. 하 대표는 “의료현장에서는 심혈관 조영술 영상에서 혈관이 막힌 것처럼 보이더라도 병변 전후 혈관 내 압력에 차이가 없으면 굳이 스텐트 시술을 하지 않는데, 이런 판단을 단번에 할 수 있다”고 했다.
○국가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창업
하 대표는 세종대 전자정보통신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교수로서 자신이 연구해 온 주제로 창업을 한 실험실 창업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광통신으로 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하버드대 의대에서 연구원을 지냈다. 미국에 있을 때 광섬유와 레이저 등을 활용한 진단 의료 기기를 만드는 연구를 했다. 이후 삼성전자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세종대 교수로 2013년 자리를 옮겼다.
창업은 국가 기술개발 프로젝트 덕분이었다. 2017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주한 ‘의료기관 창업 캠퍼스 연계 신개념 의료기기 원천기술 개발 과제’의 수행 연구자로 선정됐는데, 그 과제는 개발한 기술로 창업까지 하는 것이 필수조건이었다. 오랫동안 광섬유를 다뤄왔고, 미국에서 이를 이용한 의료기기를 만든 경험 때문에 시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찾을 수 있었던 셈이다.
2019년 7월에 세종대 실험실에서 창업을 했고, 2022년 6월에 벤처기업으로 등록했다. 같은 달에는 의료기기 품질관리 심사(GMP) 인증을 받았다. 하 대표는 “심혈관 질환 사망률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고, 비교적 초기 시장이어서 스타트업에 대한 인수합병이 활발한 점 등을 염두에 두고 창업을 했다”고 했다.
○“세계시장으로도 진출”
레이와트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고속 촬영 및 고속 회전 기술, 머신러닝 모델 관련 기술 등을 국내외에 모두 특허출원해 두고 있다.
지난해 미국 시장조사전문기업 퓨처와이즈가 내놓은 전망에 따르면 심혈관 질환 영상진단기기 시장은 2027년이면 4억7000만 달러(약 6700억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2∼2027년 연평균 성장률은 8.1%로 전망된다. 심혈관 질환 영상진단기기를 사용하는 비율은 미국 유럽 일본 같은 선진국이 상대적으로 높고, 중국과 인도는 미미한 수준이다. 아시아 시장에서 더 큰 성장이 기대된다.
하 대표는 “심혈관 질환 영상진단기기를 만들려면 광전자와 의학, 기계공학, 컴퓨터공학 등 여러 분야의 전문 기술이 필요하다”며 “그런 전문가들이 합류해 준 덕분에 기술 개발이 가능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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