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다이어트’ 반짝 효과… 간헐적 단식도 당뇨땐 금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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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팁]내게 맞는 가을 식이 다이어트는
저탄수화물-간헐적 단식 요법은 6개월 지나면 체중 늘거나 효과 뚝
운동 병행하며 맞춤형 조합 찾아야… 비만 초기엔 ‘황제 다이어트’ 효과
이후엔 일상 다이어트로 전환해야… 고령자, 단백질 섭취-근력운동 병행

김양현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저탄수화물 식이요법이나 간헐적 단식이 초기에는 체중 감량 효과가 있지만 장기 효과를 거두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선의 식이 다이어트는 자신의 상황에 맞춰 적절한 방법을 찾아내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김양현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저탄수화물 식이요법이나 간헐적 단식이 초기에는 체중 감량 효과가 있지만 장기 효과를 거두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선의 식이 다이어트는 자신의 상황에 맞춰 적절한 방법을 찾아내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가을이 되면 배가 자주 고파지는 것 같다. 자연의 변화에 따른 인체의 신비다. 낮 시간이 짧아지고 기온이 내려가면 식욕을 억제하는 물질의 분비량이 줄어든다. 게다가 포만감을 느끼려면 몸이 충분히 데워져야 하는데, 많이 먹어야 가능하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로 입맛 당기는 제철 음식이 풍부하다.

이래저래 가을은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겐 고역의 계절이다. 겨울로 향할수록 이런 경향은 더 강해질 수 있다. 가을 다이어트에 신경을 써야 할 이유다.

식이 다이어트는 크게 두 종류다. 첫째는 열량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고, 둘째는 섭취 시간을 제한하는 것이다. ‘저탄고지(저탄수화물·고지방)’ 식이요법과 간헐적 단식이 각각 최신 버전이다. 식이 다이어트를 연구해 온 김양현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에게 가을 식이 다이어트 요령에 대해 들어봤다.
○‘저탄고지’ 식이요법 vs 간헐적 단식
저탄고지의 원조는 1970년대 중반 등장한 ‘황제 다이어트’다.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줄이기만 하면 고기, 햄버거 같은 고지방·고단백 식품을 무제한 먹어도 된다. 창시자인 미국 의사 로버트 앳킨스가 2003년 건강 악화로 사망하면서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요즘의 저탄고지, 혹은 저탄고단(저탄수화물·고단백질) 식이요법은 엄밀하게 말하면 황제 다이어트의 변형이다. 효과는 어떨까. 김 교수는 “초기에는 체중 감량 효과가 있지만 장기 효과는 미미하다”며 “게다가 양질의 지방과 단백질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의학저널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실린 연구논문에 따르면 초기 6개월 동안은 5∼10%의 체중 감량 효과가 있지만 이후 6개월 동안에는 되레 3∼5%씩 체중이 늘어났다.

간헐적 단식은 2010년대에 영국 BBC방송에서 처음 소개됐다. 저녁식사 이후 14시간 동안 금식을 하는 방법이 널리 쓰인다. 오후 10시에 음식을 먹었다면 다음 날 정오까지는 굶는 식이다. 이후 섭취량은 제한하지 않는다. 이런 단식을 통해 우리 몸이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쓰도록 바꾼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초기 효과는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단식 시간을 못 지키거나 음식 섭취량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NEJM에는 이런 내용의 연구논문이 보고되기도 했다. 게다가 간헐적 단식은 당뇨병 환자에게 저혈당을 유발할 수 있다. 고혈압 등 만성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도 권장되지 않는다.

김 교수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특정 식이요법만으로 장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자신의 상황을 감안해 최적의 조합을 찾아야 하며 운동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대체로 성공적인 다이어트에서 운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 정도다.
○내게 맞는 식이 다이어트는?
체중이 80kg 이상의 비만 체형이라면 저탄수화물 식이요법부터 진행하는 게 옳다. 김 교수는 “초기 효과는 황제 다이어트도 크다”며 “그 대신 6개월 이상 지속해서는 안 되는데, 효과도 없고 근 감소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했다.

초기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나면 일상적 다이어트로 전환해야 한다.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되 매일 500Cal씩 덜 먹는 방법을 김 교수는 추천했다. 하루 세 끼를 먹되 매번 3분의 1씩만 덜고 반찬을 적게 먹어도 500Cal를 줄일 수 있다. 이때는 탄수화물을 크게 제한할 필요가 없다. 체중이 100kg이 넘는 고도비만 환자라면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2주 정도 식단을 파악한 뒤 다이어트 방법을 조정하는 게 좋다.

노인이라면 단백질 섭취를 늘리는 것이 식이요법의 핵심이 돼야 한다. 동시에 근력을 키우기 위한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근육 손실이 우려되며 실제로 일부는 근 감소증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탄수화물 섭취 제한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성인이라면 매일 체중 1kg당 1.0∼1.2g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체중이 60kg이라면 최소한 60g 이상의 단백질을 공급해야 한다. 닭 가슴살 한 덩어리(200g 내외)나 두부 2.5∼3모(750g 내외)를 먹어야 한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단일 식품만 먹어서는 금세 질리고 만다는 데 있다. 소고기나 돼지고기도 좋은 단백질원이지만 포화지방산도 적지 않아 부위를 잘 가려 먹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생선도 좋지만 육류에 비해서는 단백질 함량이 낮아 더 많이 먹어야 한다. 김 교수는 “가급적 음식을 통해 단백질을 섭취하는 게 좋지만 그게 여의치 않으면 단백질 보충제를 먹는 걸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혈압 줄이는 식이요법

체중 감량이 목적이 아닌, 질병을 고치기 위한 식이 다이어트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고혈압 환자를 위한 대시(DASH·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 다이어트다.

이 다이어트의 핵심은 소금 섭취를 하루 6g 이내로 줄이는 것이다. 다만 음식에 들어 있는 소금 함량을 정확히 알지 못하기에 심심하게 먹는 게 최선이다.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고 유제품과 과일, 채소를 충분히 먹는다. 탄수화물을 엄격히 제한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잡곡을 통해 각종 무기질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한다. 김 교수는 “대시 다이어트는 고혈압을 비롯해 각종 만성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게 목적이지만 체중 감량 효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심뇌혈관 질환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알려진 지중해식 식단에 대해 김 교수는 “효과를 입증하는 여러 논문이 있다”고 말했다. 지중해식 식단도 대시 식단과 비슷하다. 생선과 올리브유 같은 식물성 지방, 소량의 유제품, 신선한 채소와 과일이 식탁에 오른다. 여기에 와인을 곁들인다.

다만 지중해식 식단은 열량 제한에 신경 써야 한다. 김 교수는 “한국 상황에서는 와인을 먹다가 안주를 추가하는 식으로 음식량을 늘릴 수 있는데, 이 경우 섭취 열량이 늘어나 체중이 증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칫 비만으로 이어져 심뇌혈관질환을 유발하는 위험인자가 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식이요법이라도 열량 제한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아침식사 하는 게 체중감량 도움… 거르면 되레 불규칙 식사-야식 유혹에 노출


아침 식사는 해야 할까, 안 해도 무방할까. 이 주제는 의학계의 오래된 논쟁거리다. 김양현 교수는 “아침 식사를 하는 게 체중 감량에 더 효율적이라는 쪽의 의견이 최근에는 더 우세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아침 식사를 권장하는 편이다.

김 교수는 “일단 아침 식사를 했을 때 포만감이 올라가면서 이후에 추가로 음식을 덜 먹게 되고, 신체 활동량도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아침 식사를 한 집단과 하지 않은 집단을 비교해 보니 아침 식사를 한 집단의 체중 감소가 더 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한다.

아침 식사를 하지 않을 경우 하루의 생체 리듬이 살짝 깨질 수도 있다. 우선 체력적으로 힘이 들다 보니 불규칙적으로 음식을 섭취하게 된다. 때로는 그 상태가 밤까지 이어져 야식을 찾는 식의 좋지 못한 습관이 생길 수도 있다. 김 교수는 “환자와 상담하다 보면 실제로 아침 식사를 하지 않았을 때 늦게 먹고 늦게 자는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생체 리듬이 깨지면 아침 식사를 건너뛰었을 때 인슐린 분비 능력이나 당대사 조절 능력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장기적으로 만성질환으로 악화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하루 세 끼가 아니라 늦은 아침과 이른 저녁 식사, 두 끼만 먹는 것은 어떨까. 김 교수는 “일단 세 끼를 권장한다”면서도 “두 끼를 오래전부터 규칙적으로 먹었다면 생체 리듬의 변동 폭이 크지 않기 때문에 큰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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