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카카오 먹통 사태’의 원인과 대처를 놓고 데이터센터 운용사인 SK C&C와 서비스 제공사인 카카오가 다툼을 벌이고 있다. 서비스 이용자들의 대규모 피해를 초래한 책임을 서로 양측에 미루는 모양새다. 피해 고객들에게 카카오가 먼저 보상한 뒤 SK C&C에 구상권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법정 다툼까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화재 발생 후 전원이 완전히 차단되기까지 2시간 정도 시간이 있었는데 왜 제대로 된 대응이 이뤄지지 못했는지에 대해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경기 성남시 SK C&C 판교데이터센터의 전기실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은 15일 오후 3시 19분경, 센터 전체의 전원 공급이 중단된 것은 오후 4시 52분이다. 이후 30분간 무정전전원장치(UPS)가 가동됐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화재 직후인 오후 3시 33분경 카카오 서버의 전원이 다른 입주 기업 서버보다 먼저 차단됐고, 이 때문에 다른 기업들보다 피해가 훨씬 컸다고 주장한다. 전기실 내부의 배터리에서 발생한 화재가 카카오 서버로 통하는 전력 공급 라인 일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 측은 “화재 발생 직후 전원이 차단되면서 (초반) 복구 작업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대부분 복구를 완료한 다른 입주 기업과 달리 카카오는 18일 밤까지도 판교센터에 있는 서버 3만2000대 중 9000여 대를 복구하지 못한 상태다. 다만 카카오가 ‘재해 복구(DR)’ 체계를 사전에 제대로 구축했었다면 대형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SK C&C 측은 “전력 공급 장치 문제로 화재 초기에 카카오 일부 서버에 전력 공급이 안 됐던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카카오 전체 서버가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었고, 다른 입주사의 서버 일부도 전원이 차단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른 기업들도 초기 피해를 입었지만 서비스 장애 정도가 크지 않았던 점을 강조해 카카오에 책임을 돌리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화재 초기 전력 공급이 차단되면서 데이터센터의 설계 구조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홍석주 협성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서버 이중화뿐만 아니라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전력의 이중화, 삼중화도 중요한 부분”이라며 “시설 운영상 예상할 수 있는 화재로 전원이 셧다운 됐다면 구조적인 문제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화재 확산 방지를 위한 전력 차단 절차가 적절했는지도 쟁점이다. 오후 4시 52분경 소방당국이 “화재 진압에 물을 사용해야 한다. 누전 위험이 있으니 전력을 차단해 달라”고 요청하자 SK C&C 측은 센터의 전체 전력 공급을 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 서버를 비롯한 모든 입주 기업 서버의 전원 공급이 끊겼다. SK C&C 측은 “전력 차단 10여 분 전 카카오 측에 이를 알리고 양해를 구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카카오는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직 피해 복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책임 공방이 벌어지는 것은 본격적인 배상이나 구상권 청구 등을 앞두고 벌어지는 힘겨루기의 전초전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보험업계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인해 카카오가 입은 하루 피해액만 약 200억 원으로 추정되지만 SK C&C의 배상책임 보험 한도는 70억 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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