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폐사에 떼출몰까지…정어리 둘러싼 이상현상, 왜?

  • 뉴스1
  • 입력 2022년 10월 21일 15시 14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만에서 포크레인이 폐사한 정어리 떼를 수거하고 있다.2022.10.18 창원시청 제공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만에서 포크레인이 폐사한 정어리 떼를 수거하고 있다.2022.10.18 창원시청 제공
최근 부산과 경남 앞바다에 수십만마리의 정어리떼가 출몰하거나 수백톤 규모로 폐사한 채 해안가에 떠오르는 이상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기후 이상설에 대규모 지진 전조현상 등 괴담까지 꼬리를 문다.

전문가들은 정어리 개체 수 급증과 상위 포식자를 피해 해안가로 대거 이동한 것에 따른 현상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집단 폐사에 대해서는 국립수산과학원(수과원)이 ‘산소부족에 의한 질식사’로 결론냈지만 어민들이 무단투기 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면서 원인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아열대 어종이 해안가까지 출현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는 시커먼 정어리떼가 수백m의 띠를 이루며 백사장과 불과 40~50m 떨어진 곳까지 몰려와 3시간 가량 유영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최근 며칠 사이 경남 통영시 한산면 용초도 해안에서도 수십만 마리로 추정되는 정어리떼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어리가 거대한 규모로 떼를 지어 잇따라 출몰하고 연근해에 주로 서식하는 아열대 어종이 해안가에 몰려드는 이같은 현상은 아주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수과원측은 남해 동부 연안과 제주 동부 해역에서의 정어리 산란량이 증가했고 이들이 상위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해안가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임현정 수과원 남동해수산연구소장은 “최근 우리나라에 정어리 어획량은 많지는 않았는데 올해 산란량이 급증하면서 많이 관찰되고 있다. 자세한 원인은 단기간에 정확한 원인을 밝히기는 힘들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파악해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들어 남해안에 정어리 상위 포식자인 갈치가 많이 잡히고 있다. 정어리가 갈치를 피하기 위해 먼바다로 나가지 못하고 해안가쪽으로 몰려드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정어리 집단 폐사, 산소부족 VS 무단투기

최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나타난 정어리 떼가 수백m가량 검은 띠를 형성하고 있다.2022.10.19. 해운대구청 제공
최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나타난 정어리 떼가 수백m가량 검은 띠를 형성하고 있다.2022.10.19. 해운대구청 제공
지난달 말부터 경남 마산만과 진해만에서는 정어리의 떼죽음이 잇따라 발견됐다. 지난 18일까지 수거된 정어리떼는 200톤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과원은 지난 18일 수심 4미터 부터 바닥까지 형성된 물덩어리(빈산소수괴)가 발견된 점을 감안하면 정어리의 집단폐사 원인은 ‘산소부족에 의한 질식사’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어리 개체 수 급증에 따라 멸치를 잡으면서 부수적으로 잡힌(혼획) 정어리량도 늘자 어민들이 정어리를 바다에 무단 투기했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수산업법에 따라 201년부터 해당 해안에서는 멸치 외 어종을 잡지 못하도록 법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감시망을 피해 처치곤란인 정어리를 바다에 버렸다는 것이다.

앞서 해경은 어선들을 확인한 결과 별다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어민들의 무단방류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했지만 무단투기에 대한 어민들의 증언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어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페이스북 등)를 통해 “돈이 안돼 버렸다, 폐사체를 보면 부러진 것이 많다. 이는 그물에 걸렸다가 버려진 것들이다”는 글을 올렸다. “멸치잡이 어민들은 정어리 때문에 조업에 어려음을 겪고 있다, 혼획 금지법을 없애야 한다”는 글도 뒤따랐다.

또 일부 어민들 사이에서는 “대형 지진이 발생할 전조”라거나 “기후이상 현상”이라는 말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정어리 집단폐사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어민들이 혼획된 정어리를 바다에 버렸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려했고 어민들이 버린 것도 일부 섞여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민들이 그 많은 양을 모두 버린 것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장 관측 결과 정어리떼가 해안가로 들어오면 정어리떼가 있는 해역과 없는 해역의 용존산소량이 엄청나게 차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어리는 산소소비량이 굉장히 높은 어종이다. 해당 해안이 기존에도 저산소구역이었던 데다 대량의 정어리가 한꺼번에 유입되면서 산소량이 급격히 줄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정어리떼가 해안으로 들어와 좌우로는 움직이는데 밖으로는 빠져나가지 못하는 모습을 수차례 포착했다. 상위 포식자인 갈치를 피해 들어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정했다.

아열대 회유성(계절에 따라 떼를 지어 다니는 성질) 어종인 정어리는 9~11월이 제철이며 경남 연근해에서 주로 잡힌다. 몸의 길이는 20~25cm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 부산경남 해안가에서 발견된 정어리는 15~20cm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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