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이혜준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바쁜 업무 탓 따로 운동할 틈 없자 병원계단 오르는 것으로 건강관리
유산소 운동-근력운동 모두 도움
댄스스포츠 해보니 생활의 활력소
남편과 주말교습땐 스트레스 훌훌
일상 속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은 많다. 걷기, 달리기, 계단 오르기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꾸준히 하기란 쉽지 않다. 오랜 시간 같은 운동만 하다 보면 다소 지루해질 수도 있다. 이 경우 자칫 운동을 중도 포기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가 걱정된다면 이혜준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38)의 건강법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그의 건강법은 어느 정도 ‘모범 답안’에 가깝다. 이 교수는 7년째 계단 오르기를 하고 있다. 무료해지지 않기 위해 얼마 전부터 더 활동적이고 화려한 댄스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 “매일 30여 개 층 계단 올라”
이 교수는 대학 시절부터 펜싱, 달리기, 요가 등 여러 운동에 도전해 왔다. 펜싱은 2년 정도 매주 3회씩 했다. 그때마다 준비 운동을 겸해 운동장을 5바퀴 이상 돌았다. 달리기도 꾸준히 했다. 보통 매주 3회, 저녁마다 1시간 이상씩 달렸다. 요가도 4년 동안 했다.
덕분에 나름대로 기초 체력은 꽤 튼튼해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교수는 요즘 이런 운동을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운동에 투자할 시간이 없어서다. 그 대신 택한 게 계단 오르기였다.
사실 처음부터 작심하고 계단을 오른 건 아니었다. 7년 전 전공의 1년차일 때 계단 오르기를 시작했다. 그때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바빴다. 급하게 계단을 올랐다. 차츰 오르는 계단 수가 늘었다.
그러다 전임의 과정에 들어간 후 계단 오르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당시 학회 업무도 늘었고, 연구해야 할 것도 많아졌다. 30대 중반이었지만 몸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어깨가 뭉쳤고, 하루 종일 피곤했다. 집중력이 떨어졌으며 멍한 상태가 되기 일쑤였다. 자가 진단을 해 보니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와 비슷했다. 하지만 건강검진 결과에서는 모두 정상이었다. 이 교수는 체력적 한계에 부닥쳤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참에 계단 오르기를 건강관리 수단으로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출근할 때는 운동화를 신었다. 병원에 도착하면 15층까지 계단을 걸어 올랐다. 꼭대기에 이른 후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연구실이 있는 5층으로 내려갔다. 여유가 생길 때에도 2, 3개 층 계단은 걸어 올라간다. 근무하는 동안에만 어림잡아 20여 개 층의 계단을 매일 오르는 셈이다.
퇴근해서도 계단을 올랐다. 그의 집은 12층에 있다. 가급적 매일 퇴근길 계단 오르기도 한다. 근무가 없는 주말에는 외출할 때마다 집까지 계단으로 오른다. 이 교수는 지난해 첫아기를 낳았는데, 출산하기 1주일 전까지도 계단 오르기를 이어갔다고 한다. 요즘에는 계단을 오르지 않으면 몸이 찌뿌드드할 정도다.
○“계단 오르기, 노인·비만 환자에 효과 커”
본격적으로 계단을 오른 지 4년이 흘렀다. 효과가 있었을까. 이 교수는 “따로 식이요법을 병행하지 않았기에 체중 변화는 없다”며 “그 대신 종아리가 단단해졌다”고 말했다. 그 전에는 살과 지방이 많던 하체의 근육량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이런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5개 층을 오르는 게 힘들었다. 7, 8층에 이르면 호흡이 가빠져 쉬어야만 했다. 10개 층을 무난히 오르기까지는 3개월 정도 걸렸다. 이 교수는 “매일 계단 오르기, 그리고 중간에 힘들다고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기만 지킨다면 대부분 2, 3개월 이내에 건강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비만과 노인 환자를 주로 진료한다. 본인 사례를 바탕으로 환자들에게도 계단 오르기를 적극 권한다. 이 교수는 “노인 만성질환자나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비만 환자 모두에게 계단 오르기는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의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그 결과 근 감소, 비만을 모두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계단 오르기의 효과는 또 있다. 이 교수는 “비만 환자가 비만 약을 끊었을 때 요요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계단 오르기를 꾸준히 하면 이런 현상이 덜 나타난다”고 밝혔다.
○“남편과 댄스스포츠 삼매경”
일상은 소중하지만 때론 지치거나 무료하다. 그렇기에 ‘재충전’을 꿈꾼다. 이 교수 또한 그랬다. 그의 남편도 아내의 마음을 잘 알았나 보다. 남편이 먼저 댄스스포츠를 제안했다. 주말에 부부가 함께 즐기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건강도 챙기자는 것이다. 화려한 복장과 동작도 구미가 당겼다. 2개월 전 이 교수는 남편과 댄스스포츠를 시작했다. 매주 토요일 오후에 두 사람은 스튜디오에 가서 1시간 정도 동작을 배운다. 왈츠와 차차차 초보자 단계는 거의 끝냈다.
일반적으로 댄스스포츠는 빨리 걷기와 비슷한 정도의 열량이 소모된다. 물론 동작이 격해지면 열량 소모량은 더 늘어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 정도로 격한 동작을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주 1회 정도로는 운동 효과를 크게 볼 수 없다. 두 사람은 이를 보충하기 위해 추가로 매주 2, 3회 20∼30분간 거실에서 배운 동작을 복습한다. 바닥에는 두툼하게 매트를 깔고 음악 대신 서로 속삭이듯 대화하면서 층간 소음을 피한다.
이 교수는 “댄스스포츠는 시작하면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미 내게는 일상의 활력소가 됐다”고 했다. 주말 학회 일정 때문에 지금까지 딱 한 번 교습에 빠졌는데, 그렇게 허전할 수 없었단다. 이 교수는 “수업이 끝나는 순간에 다음 수업이 기다려지는데, 이런 기분은 모처럼 느끼는 것”이라며 “실력을 계속 쌓아 언젠가는 대회에도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방향 트는 동작 많아 균형감-유연성 좋아져… 혈당-혈압 떨어뜨려 고령자에 특효
댄스스포츠의 효과
댄스스포츠를 하면 어떤 건강 효과가 있을까. 이혜준 교수는 무엇보다 유연성과 균형감이 좋아진다고 했다. 댄스스포츠에는 방향을 전환하는 동작이 많아 몸의 중심을 잘 잡는 게 중요하다. 처음에는 발이 자주 꼬여 비틀거리기도 하는데, 지속적으로 하다 보면 무리 없이 방향 전환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유연성과 균형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너무 격한 동작이 많아 초급자가 따라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이 교수는 “각 레벨에 맞게 종목이 정해져 있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왈츠, 차차차와 같은 초급 종목을 배우고, 다음에는 탱고나 줌바와 같은 조금 난도가 높은 것을 하면서 차차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보통 초급은 2, 3개월이면 어느 정도 능숙하게 즐길 수 있다. 40대 이전의 젊은층은 열심히 배우면 한 달 정도에 초급 과정을 뗄 수 있단다. 물론 노인들도 배우는 게 어렵지 않다. 이 교수는 “70, 80대 부부가 와서 댄스스포츠를 하는 것도 많이 봤다”며 “나이에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했다. 댄스스포츠는 특히 노인들에게 좋은 운동이다. 댄스스포츠가 심폐 기능과 폐활량을 증가시키고 혈압, 혈당, 중성지방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이 교수는 “노인의학을 전공하는 의사로서 노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운동”이라며 “다만 아직까지는 ‘춤’이라는 사회적 통념이나 등록을 해야 하는 등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 때문에 적극 권하고 있지는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댄스스포츠가 더욱 활성화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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