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보다 10배 빠른 속도로 직경 160m 소행성 충돌 성공한 ‘다트’ 우주선

  • 주간동아
  • 입력 2022년 10월 23일 11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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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 밖의 과학] 소행성 궤도 변경으로 지구 방어 도전 성과

다트 우주선 충돌 모습. [뉴시스]
다트 우주선 충돌 모습. [뉴시스]
45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 지구 역사를 하루라고 친다면 현생 인류에 가깝다고 보는 호모 사피엔스는 현재로부터 고작 3초 전 출몰했다. 눈 깜빡할 정도로 짧은 시간 존재했음에도 지구 주인이라고 거들먹거리는 건 어쩌면 꼴불견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미 밤 10시 49분쯤 누구도 감히 함부로 할 수 없는 거대한 존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1시간이 넘는 긴 시간을 버티던 그들은 결국 무시무시한 대형 사건에 휘말리며 자취를 감추게 된다. 바로 소행성 충돌이다. 작고 희미한 푸른 점 위에 사는 존재가 도무지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던 이 우주적 존재는 6600만 년 전 무시무시한 굉음을 내며 멕시코 유카탄반도 칙술루브에 충돌했고, 지름 150㎞ 이상, 깊이 20㎞에 달하는 거대한 구덩이를 만들며 결국 생물의 75%를 멸종시켰다. 진정 지구 주인에 가까웠던 공룡조차 제대로 발악 한 번 못 해보고 순차적으로 사라졌다. 소행성 충돌이라는 불운한 결과는 자연현상으로 인해 우연히 벌어지는 재해라 사람 힘으로 막는 건 역부족일지 모른다. 어쩌면 막으려는 시도조차 미완성된 지식이 만들어낸 교만일 수 있다.

지구 충돌 가능성 높은 소행성

인류 최초 소행성 세레스는 1801년 이탈리아 천문학자 주세페 피아치가 발견했다. 처음에는 거대한 크기 덕분에 행성으로 분류됐지만, 새로운 소행성들이 발견되면서 소행성이 됐고, 이제는 화성을 지나 목성에 도달하기 전에 있는 태양계 왜행성으로 불린다. 왜행성은 명왕성이 태양계 행성에서 퇴출되면서 도입된 개념이라 일반 소행성보다는 행성에 가깝다. 소행성은 태양 중심으로 도는 천체 중 행성보다 작지만 유성보다는 큰 천체를 의미한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는 소행성이 몰린 소행성대가 있으며, 주로 바위와 얼음 덩어리로 구성된 소행성이 수십만 개 이상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영화나 만화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소재가 소행성이다. 영웅들은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을 막고자 온힘을 바치고 심지어 목숨을 걸기도 한다. 소행성은 생각보다 우리에게 익숙한 존재이며, 이미 공룡을 멸종시킨 전적이 있어 과학자들에게는 더욱 신경 쓰이는 존재다. 일단 지구에 충돌할 가능성이 생기면 인간 힘으로는 막을 수 없다. 또한 사실상 충돌하기 직전까지도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2013년 2월 러시아 첼랴빈스크주에 떨어진 소행성은 땅에 닿기 직전까지 아무도 몰랐다. 맨눈으로 확인 가능한 수준이 돼서야 사람 눈이나 차량 블랙박스에 잡혔고,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수천 명의 부상자와 재산 피해를 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1998년 직경 1㎞가 넘는 천체 가운데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소행성을 찾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지구 근접 물체(Near-Earth Object·NEO)로 분류되는 천체를 2만5000개 정도 발견했다. 이 과정에서 꽤 큰 소행성은 90% 이상 발견했지만, 지구와 충돌 확률이 높은 140m 정도의 비교적 작은 소행성은 아직 25%밖에 찾지 못했다. 끊임없이 다가오는 소행성에 대한 대응 방법을 찾기 위해 미국은 행성 방위 조정국(Planetary Defense Coordination Office·PDCO)을 설립했고, PDCO는 지상 망원경과 우주망원경까지 활용해 소행성의 위험성을 분류하고 추적하는 임무를 맡았다. 특히 지구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가공할 만한 영향을 끼칠지 모를 천체들은 별도로 지구 위협 천체(Potentially Hazardous Object·PHO)로 분류하기 시작했는데, 이와 더불어 지구를 보호할 실질적인 방어 전략도 필요했다. 영화처럼 핵탄두를 맞혀 파괴하는 방식은 날아오는 에너지를 줄이기 어렵기에 오히려 작은 파편들이 지구로 그대로 떨어져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운 좋게 잘 막았다고 해도 열복사선, 방사능 낙진 등 후속 피해가 발생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비교적 안전하게 소행성 궤도를 바꿀 다른 방법은 없을까.

인류의 첫 소행성 충돌 실험인 쌍 소행성 궤도수정 실험(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DART)은 이런 바람으로 시작됐다. ‘다트 임무’는 말 그대로 수백 년 전 영국에서 시작된 스포츠와 비슷하다. 다트 핀으로 다트 보드를 겨냥해 정확히 원하는 위치에 맞히는 것처럼, 우리에게 다가오는 소행성을 정확히 맞히는 것을 목표로 인류가 만든 다트 우주선을 발사해 진행하는 원대한 규모의 충돌 실험이다. 물리적 충격을 통해 천체 궤도를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 미리 확인만 가능하다면 훗날 지구로 접근하는 소행성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인류 역사상 첫 번째 소행성 충돌 실험

다트 우주선을 실은 스페이스X의 팰컨9이 발사되고 있다. [사진 제공 · NASA]
다트 우주선을 실은 스페이스X의 팰컨9이 발사되고 있다. [사진 제공 · NASA]
지난해 11월 24일 다트 우주선은 스페이스X의 팰컨9에 실려 우주로 발사됐다. 그리고 약 10개월간 긴 비행을 마치고, 올해 9월 27일 오전 8시 14분 드디어 목표에 충돌했다. 간단히 말해 우주선을 목표 소행성에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겠다는 야심 찬 임무를 수행하고자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보다 30배가량 먼 1100만㎞ 떨어진 우주로 우주선을 보내 디모르포스(Dimorphos)라는 소행성과 충돌시킨 것이다.

보통 우주 임무는 미지 세계 탐사가 목적이다. 이렇게 충돌 혹은 파괴를 목적으로 날아가는 우주선은 없었다. 도대체 왜 이런 상황이 됐을까 생각해보면 우선 디디모스(Didymos)는 780m, 디모르포스는 160m 정도 크기다. 이 두 개 가운데 부딪쳤을 때 그나마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만한 천체는 디모르포스였다. 디디모스와 디모르포스는 쌍 소행성계로 운명을 함께하는 단짝 친구라고 볼 수 있다. 둘 중 비교적 작은 소행성인 디모르포스에 소형차 크기의 다트 우주선을 충돌시키는 게 임무의 목적이었다. 디모르포스 궤도가 과연 어떻게, 얼마나 바뀌느냐를 정확히 확인할 수만 있다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 힘을 들여야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을 막을 수 있는지 파악이 가능하다. 이게 바로 이번 다트 임무의 가장 큰 의미이자 목적이었다.

성공 가능성 희박했던 임무의 결과

다트 우주선과 충돌한 소행성 디모르포스. [사진 제공 · NASA]
다트 우주선과 충돌한 소행성 디모르포스. [사진 제공 · NASA]
거의 마지막 단계에서 다트 우주선은 거대한 디디모스에 가려 디모르포스가 제대로 안 보이는 상황이었기에 충돌을 4시간가량 앞두고 9만㎞ 밖에서부터 스마트 항법 비행체제로 전환했다. 쉽게 말해 자율주행차처럼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카메라에만 의존해 자율비행을 한 것이다. 물론 자율비행이건 타율비행이건 음속의 18배, 총알보다 크게는 10배 넘게 빠른 초속 6.1㎞로 날아가는 우주선을 소행성에 맞히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총알 끝에 카메라를 달아 지켜보면서 지구와 화성 가까이에 있는 고작 160m짜리 소행성에 맞힌다는 도전인데, 어쩌면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에 나올 법하다. 그래서 디모르포스를 향해 다가가는 장면이 영상으로 나올 때 모든 연구진은 긴장했고, 점점 확대되는 표면을 촬영하던 카메라가 먹통이 되는 순간 전 세계에서 이를 지켜보던 모두가 환호했다. 일반적으로 우주선과 지상국이 신호를 잃는다면 매우 좋지 않은 사건이 벌어진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엔 다트 우주선과 주고받던 신호가 끊기는 순간, 이건 완벽한 성공을 의미했다. 목표를 제대로 맞혔다는 뜻이었고, 목적이 완벽하게 성공했기 때문이다.

당초 충돌 과녁이 됐던 소행성의 중심에서 17m가량 떨어진 지점에 정확히 명중했고, 1뉴턴의 힘으로 물체를 1m 이동시킬 때 필요한 에너지보다 100억 배 큰 운동에너지가 발생한 것으로 NASA는 추정했다. 실제로 NASA는 소행성 충돌 최종 경보 시스템(Asteroid Terrestrial-impact Last Alert System·ATLAS)의 망원경으로 디모르포스를 멀리서 관측했는데, 다트 우주선과 충돌 여파로 먼지를 일으키며 번쩍하고 빛나는 순간이 정확히 영상으로 포착됐다. 한국 역시 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네트워크(Optical Wide-field patroL Network·OWL-Net)라는 비슷한 광학 감시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한국천문연구원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충돌 직후 소행성 표면에서 먼지가 분출되는 모습이 담겼다. 멋지게 충돌한 후 다트 우주선은 장렬하게 전사했지만, 그 대신 이후 상황은 충돌 일주일 전 미리 분리된 큐브위성 ‘리차큐브’가 촬영하고 있다. 이탈리아우주국이 제작한 무게 14kg, 컴퓨터 본체만 한 크기의 리차큐브는 디모르포스에서 55㎞ 떨어진 지점에서 충돌 3분 후부터 카메라를 작동시켰고, 작은 안테나로 힘겹게 촬영한 당시 사진을 지구로 보냈다.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궤도 변화를 확인한 것뿐 아니라, 충돌 직후 발생한 빛과 충돌 과정에서 생긴 먼지나 파편까지 생생히 확인할 수 있었다.

위험한 맹수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을 때 어느 정도 크기로 소리를 질러야 맹수를 쫓아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동물이 소리를 얼마나 잘 듣는지 혹은 얼마나 겁이 많은지 모르니까. 그런데 한 번이라도 소리를 질러보면 어느 정도면 가까이 접근하지 않고 돌아가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럼 목이 터지도록 큰소리를 낼 필요가 없고, 적당히 비슷한 맹수가 다가오면 유사한 수준으로 대응해 우리를 안전하게 지킬 수도 있다. 이번 다트 임무를 통해 비슷한 상황을 미리 연습해본 것이다. 예측하기로는 본래 11시간 55분 주기로 디디모스를 돌던 디모르포스의 공전 주기를 최소 73초가량, 최대 10분까지 단축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놀랍게도 2주간의 추적조사 결과 주기를 무려 11시간 23분까지 32분을 단축했다. 최저 성공 기준의 25배를 넘고, 최대치로 예상했던 10분보다 훨씬 위대한 성과다.

이번 임무 성공으로 우리는 인류가 천체 궤도를 직접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는 것을 처음 입증했다. 오래전에도 수명이 끝난 우주선이 행성에 충돌한 적은 있지만 처음부터 충돌을 목적으로 발사된 우주선은 다트가 최초다. 우연히 지구라는 곳에 정착한 생명체를 넘어 자신을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는, 현재로서 유일한 지적생명체가 됐다는 사실이 무척 자랑스럽다.

궤도는…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학부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감시센터와 연세대 우주비행제어연구실에서 근무했다. ‘궤도’라는 예명으로 팟캐스트 ‘과장창’, 유튜브 ‘안될과학’과 ‘투머치사이언스’를 진행 중이며, 저서로는 ‘궤도의 과학 허세’가 있다.

<br><br><div>《이 기사는 <a href="http://weekly.donga.com/"><b>주간동아</b></a> 1361호에 실렸습니다》</a><br></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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