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고 암병원 선정… 진단부터 재활 이후의 삶까지 관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6일 03시 00분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 인터뷰
췌장암 원격전이 생존율 26%, 국내 평균인 2%보다 훨씬 높아
세계 최초로 암정밀치료센터 개소… 5개 진료과에서 대면 다학제 진료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 삼성서울병원 제공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 삼성서울병원 제공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이 최근 뉴스위크가 발표한 2023년도 ‘월드베스트 전문병원’에서 전 세계 암병원 중 6위, 아시아 1위로 선정됐다.

해당조사에서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미국의 MD앤더슨 암병원,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 메이요 클리닉 등 세계 최정상급 의료기관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10위를 기록한 일본의 국립암센터보다 4계단 앞서 아시아 지역의 새로운 맹주로 올라섰다. 이번 조사는 뉴스위크가 독일 글로벌 마케팅 전문 조사업체 스타티스타에 의뢰해 28개국 300여 병원 4만여 의료진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한 결과다.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암등록통계와 미국암등록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5년 상대 암생존율이 미국보다 앞선다. 어려운 암 치료도 한국이 우수하다고 하는데 이유가 있나.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자료를 보면 한국인에게 흔한 위암의 경우 5년 상대 생존율이 87.7%이다. 대장암 84%, 폐암 50.7%, 유방암 95.3%, 간암 55.5% 등의 생존율을 보인다. 우리나라는 건강검진으로 질환의 조기발견 비율이 높은 편이다. 암도 마찬가지다. 일찍 암을 발견해 치료를 받으면 예후도 좋다. 암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가 대부분 전문의라는 것도 수술 성공률을 높여주는 요인이 된다. 예를 들어 대장암의 경우 미국은 절반 정도가 전문의 수술을 받을 수 있다. 나머지는 일반의가 수술을 한다. 전문의와 일반의 수술 성공률은 당연히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나라는 의료보험 혜택이 잘 돼 있어 항암제도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병원의 접근성이 좋다는 것도 치료 성적을 높이는 요인으로 보인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같은 암이라도 치료가 더 까다로운 원격 전이암에서 두드러진 강세를 보인다. 원격전이암은 암이 최초 발생한 부위에서 멀리 떨어진 장기에까지 암이 퍼진 상태를 말한다. 암환자들에게는 4기암으로 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선택할 수 있는 치료의 폭이 좁고 치료를 하더라도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주요 암들 가운데 대표적인 난치암 중 하나인 췌장암에서 원격전이가 일어났을 때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26%에 달했다. 국내 평균은 2%다. 또 다른 난치암 중 하나인 폐암도 원격전이암 생존율이 34.7%를 기록해 국내 평균 6.1%와 큰 차이를 보였다.”

―암과 같은 중증 질환에 우리나라는 일찍이 다학제 진료를 도입해 왔는데 치료 성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나.

“다학제 진료는 상의가 필요한 환자 치료 과정을 심도 있게 논의하기 위해 과별 의료진이 한데 모여 진행하는 방식이다. 다학제 진료는 실제로 환자 생존율 향상에 영향을 미친다. 2003년부터 작년까지 다학제 진료 6500건을 달성한 간암센터는 다학제 진료가 생존율 향상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다학제 진료를 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1.2%로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20% 이상 높았다. 특히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진료과가 아닌 센터별로 의료진을 구성하기 때문에 협조가 잘 되고 있다. 환자 치료 효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만큼 다학제 진료 활성화를 위해 센터별 의료진이 모여 환자들과 함께 치료 방법을 논의하고 의지를 다잡아주고 있다.”

―그 밖에 암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해 도입한 방법들이 있나?

“패스트 트랙과 표준진료지침 같은 특성화 진료 프로그램들도 환자 편의와 최상의 치료 성과 도출을 위해 구축된 프로세스다. 패스트 트랙은 신속한 치료를 필요로 하는 일부 환자들을 위한 것이다. 진료 당일에 검사, 결과 확인, 진료, 수술까지 한번에 가능토록 설계됐다. 매년 평균 3000건가량 진행되며 긴급한 환자들 치료가 지연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표준진료지침은 질환별 환자 상태와 상황별 프로토콜을 표준화해 치료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부인암센터의 경우 이러한 근거 중심 표준치료를 바탕으로 작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유럽부인종양학회에서 ‘진행성 난소암 수술 전문 기관’으로 인증을 받았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양성자 치료기를 도입해 현재 매일 50건에 가까운 치료를 하고 있다. 환자 치료 사례도 5000례를 넘어섰다. 암종별로 두경부암(21.9%), 간암(18.1%), 뇌종양(17.8%), 폐암(14.7%) 순으로 치료 비중이 높다. 또한 작년 4월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CAR-T세포치료센터를 개소하고 환자 치료에 실제 쓰기 시작했다. CAR T-세포 치료는 체내의 면역세포를 꺼내 항체의 바이러스 벡터를 활용해 암세포에 특이적인 키메릭 수용체(CAR)를 발현시킨 뒤, 다시 넣어주는 방식의 새로운 항암제를 말한다. 암세포가 정상세포인 것처럼 속여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한다는 점에서 착안해 암세포를 찾을 수 있도록 면역세포에 일종의 내비게이션을 달아 준 차세대 치료제다. 난치성 혈액암 환자에 주로 쓰인다. 재발, 불응성 환자가 CAR-T세포 치료를 받은 경우 완전 관해율이 40∼60%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 초 암정밀치료센터를 개소했는데 어떤 곳인가.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5월 세계 처음으로 대면 다학제 진료 중심의 암정밀치료센터를 개소했다. 최근 암연구분야에서 유전체 분석, 바이오마커 분석, 면역치료 등 활발하게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로 진료 중심의 다학제 접근을 기반한 암정밀치료센터는 처음이다. 출발은 2014년 암정밀의학클리닉으로 임상연구 중심으로 시작됐다. 환자의 임상정보, 암의 특성, 혈액 검사, 암의 이미지, 특이 합병증 등을 통합적으로 정밀분석해 차세대 암치료, 암수술기법, 방사선치료 등 암미래의학을 선도해 나갈 예정이다. 현재 암정밀치료센터는 혈액종양내과를 중심으로 병리과, 진단검사의학과, 외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5개 이상의 진료과에서 참여하고 있다. 암정밀치료센터는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표준치료에 실패한 전이성 암환자, 말기 암환자 중 유전자 검사를 통해 변이된 유전자가 발견된 암환자 등이 주요 치료 대상이다. 고형암, 백혈병, 기타 유전성 질환에도 개인 정밀 맞춤치료가 가능하다. 현재 차세대 염기서열분석 결과로 임상 신약을 적용한 비율이 약 20%에 달한다. 이는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처럼 신약을 많이 확보한 병원에서 가능한 치료다.”

―암은 치료도 중요하지만 치료 전후 과정도 무척 중요할 것 같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진단에서 치료, 그리고 치료 이후 삶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암치료 구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2008년 국내 최초로 암환자 교육 전문기관인 암교육센터 문을 연 것도 그래서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올해 환자 중심 프로세스 강화 활동으로 ‘암병원 첫 방문 및 예진 상담’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25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 간호사를 ‘퍼스트 케어기버’로 배치해 병원을 처음 내원한 환자들을 진료 전 사전 상담으로 돕는다. 진료과가 변경될 때마다 환자 기본 정보에 대한 반복적인 질문을 하지 않도록 프로세스를 일원화하고, 진료 전 환자에 대한 사전 파악을 통해 신속하게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보탬이 된다. 실제로 과거에는 진료과마다 다른 방식으로 환자 기초 정보를 수집했기 때문에 실제 수집된 기초 정보량은 40∼50% 정도에 불과했다. 작년 한 해 예진 상담 프로세스를 시행한 일부 진료과들은 환자 정보를 90% 이상 확보했다. 특히 바쁜 외래 일정에서 환자의 마음까지 헤아리기 어려운 현실에서 퍼스트 케어기버 제도는 환자들과의 접점을 늘리며 공감하고 한발 더 다가서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고령화가 되면서 암환자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알다시피 필수 의료를 보는 의사들이 줄고 있는 것이 큰 문제다. 이렇게 되면 불과 5, 6년 뒤에는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부족해진다. 필수 의료에 대해 정부차원의 보호가 시급하다. 병원들 간의 지역차이도 해결해야 한다. 병원 접근이 어려운 암환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암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 의사들이 중증치료에 전념하고 환자들이 안전하게 치료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최소한 우리나라 빅5 병원은 환자 치료뿐만 아니라 신약이나 치료제를 만드는 일에도 역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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