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만 하더라도 엔카 지점에서 고객에게 차량을 인도받고 차량을 온라인에 등록하는 과정이 꼬박 하루가 걸렸다. 사진 촬영은 물론 수기로 확인하고 PC로 옮겨 넣는 과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온라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해져 모바일 진단을 개발했고, 지금은 10분이면 홈페이지에 차량을 등록할 수 있다”
엔카닷컴 IT개발실 BE4 김창묵 팀장에게 ‘모바일 진단’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자 돌아온 대답이다. 엔카닷컴은 올해로 22년 차를 맞이한 국내 최초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으로, 올해에만 120만 대의 차량이 등록됐으며 총 1천 100만 대의 차량이 엔카닷컴을 거쳤다. 특히나 코로나 19로 시작된 글로벌 반도체 수급으로 차량 출고 정체가 길어지면서, 지난해 중고차 거래량은 신차 판매량(174만 여대)의 1.4배인 246만 대를 기록할 정도로 늘었다. 여기에 현대나 기아, 롯데는 물론 새로운 중고차 사업자들이 등장하면서 엔카 역시 사업의 효율화를 꿰할 시기를 맞고 있다. 그 방안 중 하나가 인공지능 기반의 ‘모바일 진단’이다. “1천 1백만대 누적 매물량이 곧 빅데이터”
인터뷰는 엔카닷컴 IT개발실 백엔드 4팀 김창묵 팀장과 모바일팀 김태성 과장이 참여했다. 김 팀장이 속해있는 백엔드팀은 사용자가 표면적으로 접하는 엔카닷컴의 서비스나 홈페이지가 원활하게 동작할 수 있도록 표면 아래에서 시스템, 웹 애플리케이션 개발, 데이터 분석, 데이터베이스 관리 등의 업무를 추진하는 팀이다. 김 과장은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용 엔카닷컴 앱은 물론 모바일 진단이나 성능 점검 등 내부 서비스용 앱도 개발하고 있다. 모바일 진단에 적용되는 인공지능은 이 두 사람의 손 끝에서 만들어졌는데, 어떤 서비스인지에 대한 설명을 먼저 부탁했다.
김 팀장은 “모바일 진단은 엔카 지점 직원들이 차량을 점검하고 등록하는 전 과정에 활용하는 서비스다. 딜러가 광고지점센터로 차량을 이동한 다음 엔카 지점 직원들이 차량 사진이나 차량 정보 등을 입력하는데, 도입 이전에는 이 과정이 수기로 이뤄지고 또 PC로 옮기는 과정 등을 거치면서 하루가 걸렸다”라며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이 과정을 앱으로 자동화한 게 모바일 진단으로 차량 정보나 옵션, 차량 사진, 진단, 셀링 포인트와 홈서비스 여부까지 앱으로 즉각 처리한다”라고 답했다.
기자가 이 기능에 주목한 이유는 인공지능으로 인한 성과 덕분이다. 원래 하루가 꼬박 걸리던 작업에 인공지능 기반의 모바일 진단이 적용되며 처리 시간이 최소 10분으로 줄었고, 정확도도 사람이 개별 판단하는 것보다 훨씬 향상됐다. 김 과장은 “기존에는 사람이 차량 옵션이나 진단 정보를 확인하다 보니 오류가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모바일 진단에 차량 사진을 등록하기만 하면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사진을 대조 분석해 트림별 옵션과 추가 옵션을 판단한다. 현재 인식률은 90퍼센트를 넘으며, 이 정보를 바탕으로 딜러가 한번 더 확인하므로 오류도 크게 줄었다”고 답했다. “정형화된 데이터가 신뢰도 확보에 큰 도움”
수기 작업을 디지털화하고, 인공지능까지 조합해 효율화한 것인데, 인공지능이 구분하기 어려울법한 두 가지 경우를 상정해 질문했다. 하나는 선루프다. 검은 차량의 선루프를 인공지능이 인식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어떻게 구분하냐는 것이다. 김 과장은 “선루프의 정확도는 99.5%에 달한다.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 이미지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하기에 가능한 결과다”라고 말했다. 단순히 이미지만 분석하는 게 아닌 복합적인 대조를 통해 확인한다는 것이다.
또 차량이 출고된 이후 순정 부품으로 업그레이드됐을 때는 어떻게 인식하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서는 “순정 부품으로 옵션을 추가했더라도 차량의 출고 당시 트림은 고정돼있기 때문에 구분할 수 있다. 대신 이 경우에는 인공지능이 판단을 유보해 사용자에게 특이 사항을 보고한다. 사제 옵션 등도 이런 방식으로 구분된다”고 답했다. 김 과장은 인공지능을 상용화할 수 있었던 공을 엔카닷컴이 지금까지 거래한 1천 100만대의 사진이 인공지능 학습에 쓰인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김 과장은 “인공지능을 실사용도로 활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엔카닷컴이 보유한 데이터 덕분이다. 인공지능은 단순히 데이터가 많다고 고도화되진 않는데, 그간 판매된 차량의 데이터가 정형화된 형태였고 또 비교 분석할 데이터가 모두 정리돼있어 바로 투입할 수 있었다. 대신 인공지능이 결과를 내기 위한 정답은 직접 지정해줘야 했는데, 처음에는 순수하게 정답을 지시하다가 인공지능이 고도화하면서 이제는 자동으로 판단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답했다.
김 팀장은 “모바일 진단 자체는 모든 차량을 고객이 신뢰할 수 있고, 또 차량을 판매하는 사람들을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다른 중고차 서비스들도 결국 믿을 수 있는 매물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니 말이다. 이는 중고차 플랫폼의 숙명이며 시장 자체가 건전하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도화 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격랑 예고된 중고차 시장, 참신한 아이디어가 생존력 높인다
엔카닷컴의 모바일 진단은 앞으로 중고차 시장이 어떻게 진화해야 할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중고차 시장은 판매자와 구매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을 악용해 재화나 서비스의 품질을 구매자가 알기 어려운 대표적인 레몬 시장이다. 과거에는 시장 신뢰가 매우 부족한 시장으로 인식되었지만, 엔카닷컴과 같은 신뢰할 수 있는 거래 플랫폼과 정부의 제도적 노력이 뒷받침한 덕분에 과거보다는 믿을만한 시장으로 거듭난 상태다.
그리고 내년엔 국내 중고차 시장의 급성장이 예고된 상황이다. 올해 3월, 현대 및 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는 물론 롯데 등 대기업도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려다가 내년으로 그 시기를 유예했다. 이들 기업이 사업을 본격화한다면 시장이 커지면서 더 많은 소비자들이 몰릴 것이고, 현장은 지금보다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엔카닷컴의 모바일 진단은 기존에 있는 자원을 활용해 업무 효율은 물론 시장 신뢰까지 모두 확보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해법이다. 이런 노력들이 누적될수록 중고차 시장은 더 건강하고 투명한 시장으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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