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x 고려대학교] 고려대학교는 2018년부터 연구부총장 직속의 스타트업 창업·보육 기관 '크림슨창업지원단'을 운영 중입니다. 예비 창업가의 꿈을 현실로 이끌고, 고려대학교의 기반 시설을 활용해 스타트업 창업과 성장을 모두 돕는 지원 프로그램으로 이름 높습니다. 크림슨창업지원단에서 꿈을 이룬 고려대학교 구성원들의 이야기, 그리고 이들이 세운 유망한 교원·학생 기업을 소개합니다.
정보통신, 의료 기술이 발전하며 다양한 생명 현상이나 질병을 분자 수준에서 이해하고 분석하는 기술도 고도화됐다. 고려대학교 크림슨창업지원단 보육 기업 ‘아이노클’의 차세대 정밀 유전자 분석 기술도 그 중 하나다. 최성균 아이노클 대표는 이 기술이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한편, 우리나라를 유전자 연구와 정밀 의료 강국으로 인도할 것으로 확신한다.
사람의 신체 활동이나 생리 현상은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원리로 이뤄진다. 우리 몸 속 장기들이 고유의 기능을 적절히 유지하고 수행해야, 그리고 이들 기능이 서로 맞물려 조화를 이뤄야 이 원리가 유지된다. 즉, 건강하게 오래 산다. 우리 몸 속 장기들은 수많은 세포로 만들어진다. 세분화된 기능과 생리 활성을 나타내는 이들 수많은 세포는 모든 생명 현상을 가능케 하는 구조·기능적인 최소 단위다.
그렇다면, 우리 몸 속에는 세포가 몇 개나 있을까? 약 60조 개다. 종류도 많다. 과학자들이 이름을 붙인 세포만 200개가 넘는다. 이 세포들은 기능적 분화나 생리 활성 상태에 따라 또 다시 수많은 종류의 세포 아종(Subtype)으로 나눠진다.
우리 몸 속 세포들은 1초마다 50만 개씩 죽고, 50만 개가 다시 생겨난다. 이들 세포는 사람이 마주치는 환경, 예컨대 ▲어제 무엇을 먹었는지에 따라 ▲운동을 얼마나 했는지에 따라 ▲ 어떤 질병에 감염됐는지에 따라 끊임없이 여기에 반응하고 대처하고 적응한다
이 까닭에 연구자들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수십조 개의 세포를 하나의 ‘소우주’로 본다. 여러 생명 현상의 본질이 되는 이 기능들을 담당하는 세포의 성격을 ‘세포의 다양성(Heterogeneity)’이라고 한다.
아이노클의 주요 기술은 이 세포의 다양성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단일세포 유전체 멀티오믹스 분석’이다. 2003년, 사람이 가진 모든 게놈(생물이 가진 유전 정보)의 염기 서열을 분석하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됐다. 이후 유전자 분석 기술은 빠르게 발전했다. 하지만, 기존의 ‘유전자 발현 분석법’은 다양한 세포로 구성된 생체 시료 전체에서 평균적으로 나타내는 유전자 특성만 확인 가능했다. 이 탓에 수많은 세포 가운데 하나가 나타내는 특이한 활성, 생체 조직 내 세포 다양성에는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다.
반면, ‘단일세포 유전자 분석법’은 세포 하나하나의 유전자 발현을 분석하는 정밀한 기술이다. 이 결과를 토대로 전체 생체 시료 안의 세포별 유사성과 차이성을 정밀하게 구분하고 이해하도록 돕는다. 지금까지는 돋보기로 보던 세포를 현미경으로 보는 셈이다. 그러면 이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세포의 정보와 특징을 분석 가능하다. 물론, 유전자 분석 결과도 더욱 정확하고 정밀해진다.
이런 단일세포 유전자 분석법에 ‘멀티오믹스(Multi-Omics)’ 분석 기술이 더해졌다. 세포 내 mRNA(DNA상의 유전 정보를 전달하고 단백질 합성의 핵심 역할을 하는 전령RNA)의 발현 분석을 시작으로 단백질과 DNA 염기 서열, 조직 내 세포의 위치 정보까지 동시 분석하는 이 기술은 세계 의학·생명과학계에서 화제로 떠올랐다.
우리나라 학계와 대학교 연구소, 기업들도 속속 단일세포 유전체 멀티오믹스 분석을 접했다. 하지만, 대부분 외국 기업이 개발해 판매하는 장비만 활용한다. 더군다나 이 분석은 비용이 아주 비싸고, 방대한 유전체 데이터를 다룰 생명정보학 연구 인력도 적은 탓에 학술 연구 등 제한된 범위에서만 활용 중이다.
최성균 대표는 단일세포 유전체 멀티오믹스 분석이 암을 포함한 여러 질환, 특히 희귀난치성 질환처럼 진단과 치료 자체가 어려운 질병을 더 잘 이해하도록 돕는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새로운 진단과 치료법 개발에 활용할 가능성을 주목했다.
하지만, 이 연구를 하려면 외국 기업의 기술이 아닌, 고효율·저비용의 단일세포 전처리 기술이 필요했다. 임상 환자의 데이터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분석하는 고도의 생명정보학 기법도 필수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 고민하던 최성균 대표는 정현우 공동대표와 만난다.
정현우 공동대표는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인류학자 스반테 페보 박사를 포함, 지금까지 노벨상 수상자를 38명이나 배출한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연구실장이다. 마침 그는 2016년부터 단일세포 수준에서의 유전자 분석 기법 개발에 참여한 전문가이기도 했다. 최성균 대표의 지도 교수이자 세계 미세유체역학 연구의 대가, 정석 고려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도 최성균 대표의 비전을 응원하고 창업을 권했다. 아이노클과 다른 대학 및 병원들과의 교류, 협력도 정석 교수가 주선했다.
2020년 6월, 최성균 대표와 정현우 공동대표는 단일세포 유전체 분석 및 활용의 모든 것을 지원하는 솔루션을 개발하려 아이노클을 세운다. 당시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에 맞서, 해외의 한 다국적 의료 기업이 아이노클에게 ‘코로나19 환자 수백명을 대상으로 한 면역세포 정밀 유전자 발현 분석 공동 연구’를 제안했다. 이 기업이 단일세포 유전체 분석에 필요한 시료와 장비, 자금을 지원한 덕분에 아이노클은 풍부한 실험 경력과 임상 데이터를 빠르게 확보했다.
연구 경력은 많지만 스타트업 창업과 운영 경험은 없던 최성균 대표를 고려대학교 크림슨창업지원단이 도왔다. 아이노클의 사무 공간 지원은 물론, 고려대학교 교내 창업 기업과의 공동 연구와 네트워킹을 주선했다. 고려대학교 크림슨창업지원단이 대외 활동과 홍보, 정부 지원 사업과 지원 과제 수주도 도운 덕분에 최성균 대표는 아이노클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김호진 박사와 장기업 박사가 아이노클에 합류했다. 각각 우리나라에서 단일세포 유전체 분석 경력이 가장 많은 “실험 생물학자”와 “생명정보학자”라고 최성균 대표는 소개한다. 아이노클이 가진 비전과 기술력에 풍부한 경험을 더해줄 인재들이 합류한 셈이다. 든든한 임직원들과 함께 단일세포 유전체 분석의 다양한 연구 성과를 빠르고 정확하게 내는 것, 더 많은 연구자를 돕고 기술 발전을 이끄는 것이 아이노클의 목표다.
스타트업으로서의 기반을 다지고 자체 연구 성과를 차근차근 올린 아이노클은 2023년부터 본격 대외 활동에 나선다. 2023년 1월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기술·기기 전시회 CES 2023에 참여한다. 기존의 유전자 분석 장비들이 도달하지 못한 차원의 고효율·저비용 차세대 단일세포 분석 플랫폼을 소개한다.
이어 샘플당 수천만 원에 달하는 단일세포 유전체 분석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데 힘쓴다. 그러면 세계의 연구자들과 임상의들이 다양한 분야에 이 기술을 적용, 성과를 내고 진입 장벽도 낮출 것이다. 지금까지 확보한 양질의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더 빠르고 정확한 세포 타입 규명, 세포간 이질성과 희귀 세포 발견, 신호전달체계 분석과 세포의 분화·발생 과정 분석 등 여러 연구를 도울 소프트웨어도 선보인다. 이 소프트웨어 역시 유전체 분석 기술의 활용 범위를 넓힐 것이다.
아이노클은 최근 KIST 유럽연구소, 의료 기기 기업 벡톤 디킨슨(BECTON, DICKINSON AND COMPANY), 유전체 분석 기술 기업 일루미나(IILUMINA)와의 공동연구 및 협약을 맺었다. 세계 제약 회사 사노피(SANOFI)의 산하 연구소 ‘실링(Ksilink)’과도 공동 연구한다. 아이노클은 지금 우리나라 환자를 대상으로 특정 암 종과 희귀질환을 연구 분석 중이다. 이 결과가 2023년께 나오면 새로운 진단 플랫폼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성균 대표는 “단일세포 유전체 멀티오믹스 분석 기술은 여러 질병에 대한 이해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유망한 기술이에요. 치료제가 없던 질병을 진단하고,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찾도록 돕는 혁신 진단 플랫폼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 유전자 분석과 생명정보학, 나아가 미래의 정밀 의료 기술 전반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스타트업이 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