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소통 강화에 나선 게임사들, 이제 '개발자들이 직접 알려줘요'

  • 동아닷컴
  • 입력 2022년 11월 9일 21시 25분


소통이 게임업계 최대 화두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20년간 한국 게임업계는 게임사들이 개발하고 게임 이용자들이 수동적으로 플레이하는 방식이 대세였지만, 이제는 '개발 단계'부터 다양한 의견을 묻고 게임 개발 방향을 정하는 양방향 소통 형태로 개발사와 이용자의 관계가 정립되고 있다.

또 개발자들이 직접 전면에 등장해 향후 업데이트 방향을 설명하거나 직접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형태도 최근 많은 게임 개발사들이 채택하고 있다. 고객 맞춤형 서비스 개념이 보다 강화되는 모양새다.

엔씨소프트, 고객 맞춤형 소통 강화 '광폭 행보'

그동안 가장 폐쇄적인 게임사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던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 이하 엔씨(NC))는 이러한 소통 행보에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게임사다.

엔씨(NC)는 더 이상 '리니지' 신작을 개발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함께 서비스 중인 모든 게임은 물론 향후 개발될 게임까지 완전한 소통을 약속하며 기업 문화를 대대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리니지W\' 실시간 소통 방송 \'디렉터즈 토크\' (공식 방송 발췌)

대표적인 예가 바로 '리니지 W'와 '아이온 클래식'의 바뀐 행보다. 먼저 엔씨(NC)는 지난 10월 28일에 '리니지 W' 이용자 소통 방송 '디렉터스 토크 인 타이완'을 진행하며 소통 중심의 행보를 선보였다.

이 방송은 ▲첫 번째 시그니처 클래스(Class, 직업) ‘수라’ ▲얼음으로 뒤덮인 신규 영지 ‘오렌’과 새로운 월드 던전 ‘상아탑’ ▲’스페셜 강화’ 등 쿠폰 6종 ▲21번째 신규 월드 ‘오렌’ 등을 공개하는 자리였으나, 개발자들이 직접 등장해 게이머들과 실시간 질의로 답하는 소통의 자리가 함께 마련됐다.

이는 '리니지' IP 게임을 모바일로 서비스한 후 최초의 사례로, 실제로 행사 내에서 다양한 의견과 정보가 오고 갔다.

'아이온 클래식'에 대해 설명중인 안진호 개발 디렉터 (공식 방송 발췌)
'아이온 클래식'에 대해 설명중인 안진호 개발 디렉터 (공식 방송 발췌)

'아이온 클래식' 또한 개발자가 전면에 나서며 활발한 소통 행보를 보였다. 지난 11월 7일 '아이온 클래식'을 담당한 안진호 개발 디렉터와 이서연 기획팀장이 직접 나서서 ▲신규 클래스 ‘집행자’ ▲집행자의 성장 필드 ‘텔로스’ ▲신규 스킬을 획득할 수 있는 ‘잊혀진 자들의 텔로스’ ▲’스토리북’ 오픈 및 ‘레기온 콘텐츠’ 등을 직접 소개한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현재 '아이온 클래식'은 'REVENANT' 업데이트가 진행된 상황이며 소통 행보와 함께 업데이트가 크게 호평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엔씨(NC)는 한층 박차를 가해, 지난 11월 8일에는 새로운 '엔씽(NCing)’의 메시지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엔씽'은 개발 단계부터 다양한 형태로 소통을 확대하고 이용자 피드백을 반영하는 엔씨(NC)의 개발 문화를 뜻한다.

엔씨(NC)는 오는 14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신작 ‘LLL’을 최초로 공개하기로 하는 등 향후에도 대대적인 소통 행보를 지속하겠다는 계획이다.

네오위즈, '개발자들이 직접 게임과 문화에 대해 설명해요'


K-RPG에 편승하지 않으면서 다양하고 우수한 인디 게임을 육성하고 다채로운 캐주얼 게임들을 출시해 이슈몰이를 하고 있는 네오위즈. 이처럼 게이머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게임사 중 하나인 네오위즈도 유튜브와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강화된 소통 행보를 보이고 있다.

네오위즈의 행보 중 눈에 띄는 것은 게임의 문화, 개발 과정, 게임 소개 등을 게임 개발자들이 직접 나서서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처럼 단편적으로 자사 게임만 홍보하는 방식이 아니라, 게임 개발과 관련된 자체 이야기, 그리고 게임을 출시한 후 솔직한 소회 등 사람 냄새가 나도록 한 걸음 더 게임 이용자들에게 다가간 점이 눈에 띈다.

'마스터 오브 나이츠' 개발자가 직접 게임에 대해 설명했다. (공식 방송 발췌)

솔직한 속내를 드러낸 개발자들의 이야기가 좋은 호평을 받았다. (공식 방송 발췌)


대표적인 예는 '게임회사 개발자들은 어떤 일을 할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마스터 오브 나이츠' 팀의 영상이다.

'마스터 오브 나이츠'는 50종의 화려한 캐릭터와 75종의 스펠카드를 조합하고 배치해 전략적인 전투를 진행하는 것이 핵심인 게임으로, 캐릭터의 조합과 배치 등의 전략적인 요소가 돋보이게 설계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유명 성우와 미려한 캐릭터로 '니케'와 함께 11월에 출시되는 대표 서브컬처 게임으로 인식되고 있기도 하다.

이 '마스터 오브 나이츠' 개발자들은 매력적인 게임 캐릭터들을 어떻게 게임에서 잘 표현할 수 있는지, 또 어떻게 더 재밌게 만들 수 있는지, 또 연출을 어떻게 최적화할 수 있는지 담백하게 풀어내면서 시선을 모았다. 특히 개발자들의 애환, 다양한 모드에서 구현이 힘들었던 부분 등을 설명해 한 단계 더 게임 이용자들에게 다가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브라운더스트 스토리' 소통 방송 (공식 방송 발췌)

이어 네오위즈의 또 다른 신작 '브라운더스트 스토리' 영상은 'PD님과 시나리오 작가님 등판'이라는 주제로 게임의 전투와 세계관을 스토리 중심으로 풀어냈다. '브라운더스트'가 가진 고유한 재미를 살리면서도 각 캐릭터들이 왜 이런 성격이나 모습인지, 모험과 성장이 왜 이렇게 구현됐는지 속마음을 확인할 수 있도록 영상이 제작됐다.

이외에도 네오위즈는 자사의 히트작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의 개발자가 '우리가 틀리지 않았구나' 라며 인디 게임을 개발하길 잘했다는 내용의 영상을 공개했고, 신작 '하이드 앤 씨크'와 'Ocean'의 리뷰 등도 네오위즈의 주요 소통 행보를 가늠할 수 있는 예시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게임사들의 소통 행보가 시간이 갈수록 더 고도화되고 더 이용자들과 밀접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콘텐츠의 시대적 흐름이 양방향 소통이고, 더 이상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형태의 게임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윤장원 동명대 디지털공학부 교수는 "엔씨(NC)와 네오위즈 외에도 넷마블, 넥슨, 시프트업, 크래프톤 등 국내의 내로라하는 게임사들도 앞다투어 소통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라며 "대규모 트럭시위와 국회 입법 시도 등이 게임사들을 압박한 영향도 있지만, 게임사들이 시대적 흐름에 따라 자발적으로 게임 이용자들과의 소통을 늘려나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동아닷컴 조학동 기자 igelau@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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