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이 빙빙’ 어지럼증, 왜 생길까…뇌가 원인이라면 당장 치료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1일 11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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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남성 박기훈(가명) 씨는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다. 흡연 기간도 꽤 길다. 평소 건강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던 중 얼마 전 갑자기 어지럼증이 나타났다. 눈앞에서 사물이 빙빙 돌았다. 살살 걸어보니 몸이 한쪽으로 기우는 것 같았고, 말도 조금 어눌해진 것 같았다. 이런 증세는 10여 분이 흐르자 모두 사라졌다. 박 씨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지럼증이 생겼다는 사실조차 곧 잊어버렸다.

이틀 후 박 씨는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갔다. 검사 결과 뇌혈관 일부가 막힌 뇌경색이었다. 의료진은 급히 혈전 제거술을 시행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부작용은 피할 수 없었다. 박 씨는 몸의 오른쪽 반신이 마비됐고, 현재 휠체어 생활을 하고 있다.

김치경 고려대 구로병원 어지럼증클리닉 교수(신경과)는 만성 어지럼증보다 급성 어지럼증이 응급 상황일 확률이 높다며 즉시 병원에 갈
 것을 당부했다. 김 교수는 일상생활을 규칙적으로 하는 등 생활 수칙을 지켜야 어지럼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김치경 고려대 구로병원 어지럼증클리닉 교수(신경과)는 만성 어지럼증보다 급성 어지럼증이 응급 상황일 확률이 높다며 즉시 병원에 갈 것을 당부했다. 김 교수는 일상생활을 규칙적으로 하는 등 생활 수칙을 지켜야 어지럼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김치경 고려대 구로병원 어지럼증클리닉 교수(신경과)는 “어지럼증이 처음 나타났을 때 바로 병원에 왔더라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 어지럼증 왜 생기나

사람마다 느끼는 어지럼증 양상은 무척 다양하다. 사물이 빙빙 도는 게 대표적이다. 몸의 균형감이 무너지면서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을 때도 있다. 혹은 정신이 혼미해지거나 아뜩해지기도 한다.

이런 어지럼증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 김 교수는 “심장이나 신장, 간 등 장기의 기능이 떨어졌을 때 혹은 심리적 이유로도 발생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크게 두 가지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첫째가 어지럼증 환자의 대다수가 귓속 평형 기관의 문제로 발생한다. 둘째, 뇌경색이나 뇌출혈, 뇌종양과 같은 뇌 질환이 원인으로 전체 어지럼증 환자의 10% 정도가 해당한다.

어지럼증은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급성 어지럼증, 몇 달 동안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만성 어지럼증으로도 나눌 수 있다. 굳이 따지자면 급성 어지럼증이 더 위험하고, 때로 심각한 질병의 전조 증세일 수 있다. 이 때문에 김 교수는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양상이나 지속 시간, 동반 증세를 면밀히 살펴야 하며 가급적 빨리 병원을 찾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치경 고려대 구로병원 어지럼증클리닉 교수(신경과).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김치경 고려대 구로병원 어지럼증클리닉 교수(신경과).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 ‘귀’가 원인이라면 빙빙 도는 증세 심해

만약 귓속 질환이 원인이라면 어지럼증의 양상은 대체로 빙빙 도는 증세로 나타난다. 코끼리 코를 한 뒤 몇십 바퀴를 돌고 일어났을 때 경험과 비슷하다. 몸의 평형을 잡아주는 기관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구토나 구역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다만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거나 사물이 뭉개져 보이는 증세, 혹은 아찔한 느낌 같은 것은 잘 생기지 않는다.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귀 질환으로는 크게 전정기관염, 이석증, 메니에르병 등이 있다.

전정기관은 귓속 기관으로 몸의 평형을 감지한다. 잠복했던 바이러스가 활동하는 등 여러 이유로 여기에 염증이 생긴 것이 전정기관염(전정신경염)이다. 사물이 빙빙 도는 심한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가 특징이다. 염증이 발생하지 않은 귀 쪽으로 눕거나 눈을 감았을 때 증세가 줄어들 수 있다. 어지럼증은 하루 이상 지속될 수도 있지만 점차 호전된다. 다만 그 후에도 머리를 빠르게 움직인다면 어지럼증이 다시 생길 수 있다.

이석이란 물질이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을 떠돌면서 생기는 병이 이석증이다. 이석증 증세는 전정신경염과 거의 비슷하다. 다만 지속 시간이 1~3분 정도로 짧다. 특히 몸이나 머리를 돌릴 때 어지럼증이 심해진다. 어지럼증은 머리를 돌리는 방향으로 주로 나타난다.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좋아진다. 하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으면 ‘이석치환술’을 받아야 한다. 고개 위치를 자주 바꿔 주면서 이석이 원래 위치로 돌아가도록 하는 치료다.

메니에르병은 아직까지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질병이다. 대체로 어지럼증 외에 이명이나 난청, 구토 증세를 동반한다. 수 시간 동안 어지럼증이 나타나며 때로는 더 오래 지속될 수도 있다. 이 질병은 염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음식을 싱겁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

● 뇌경색일 땐 어지럼증 외에 추가 증세 나타나

박기훈 씨 사례처럼 어지럼증은 때론 뇌경색의 전조 증세로 발생한다. 이 경우 어지럼증 외에 추가로 다른 증세가 나타날 때가 많다. 김 교수에 따르면 △물체가 겹쳐 보이거나 △걸을 때 한쪽으로 기울거나 △제대로 서 있거나 앉아 있기도 힘들거나 △말이 어눌해지는 등의 증세가 어지럼증과 동반될 때는 뇌경색을 의심해야 한다. 뇌혈관이 터진 뇌출혈의 경우에는 이런 증세들이 더 극단적이고 심각하게 나타난다.

간혹 아주 작은 뇌종양의 경우 어지럼증 외에 두통을 동반한다. 이 경우 때로 다른 검사에서 뇌종양이 잘 발견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40대 여성 이진희(가명) 씨가 그랬다. 이 씨는 2년 전부터 어지럼증이 나타났고, 이후에는 두통이 동반됐다. 하지만 이비인후과 검사에서는 별 이상이 없었다. 나중에 정밀검사를 해 보니 아주 작은 크기의 종양이 발견됐다. 이 씨는 종양을 제거한 뒤 어지럼증과 두통에서 해방됐다.

일반적으로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어지럼증이 나타나면 만성 어지럼증으로 규정한다. 이 경우 뇌경색이나 뇌출혈이 원인일 확률은 낮다. 대체로 귓속 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다만 드물게 뇌종양이 서서히 자라면서 만성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어지럼증을 치료하려면 원인부터 파악해야 한다. 이석증이 원인이라면 이석치환술을 시도하면 된다. 전정기관의 기능이 떨어졌다면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귀에 자극을 주는 것만으로 어지럼증이 약해진다. 하지만 뇌가 원인이라면 당장 응급 치료를 해야 한다.

어지럼증과 닮은듯 다른 빈혈, 대처 방법은

빈혈은 증세만 놓고 보면 어지럼증과 유사하다. 하지만 김치경 교수는 “의학적 기전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어지럼증은 사물이 빙빙 도는 것처럼 느끼는 증세다. 구토 등의 증세를 동반할 때도 많다. 반면 빈혈 증세는 약간 다르다. 구토나 구역질 같은 증세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사물이 빙빙 도는 느낌도 덜하다. 그보다는 정신이 아찔하거나 몸을 가누지 못해 쓰러질 것 같다거나 의식을 잃을 것 같은 느낌을 더 받는다.

빈혈은 일시적일 수도 있고, 만성적일 수도 있다. 원인도 다양하다. 때론 빈혈이 또 다른 질병의 징후일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병원을 찾는 게 좋다. 하지만 대체로 적혈구 혹은 적혈구 안 혈색소가 부족해서 발생한다. 중년 여성 혹은 임산부 중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혈색소를 만드는 성분인 철분이 부족한 게 원인이다. 철분 제제를 제대로 섭취하면 증세가 많이 완화된다.

출혈이 빈혈 원인이 될 수 있다. 적혈구가 만들어지는 속도보다 더 많은 혈액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특정 질병 때문에 출혈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위장 같은 곳에서도 출혈이 일어날 수 있다.

얼마 전 30세 남성이 온몸에 힘이 빠지는 증세를 호소하면서 병원을 찾았다. 뜻밖에도 빈혈이었다. 알고 보니 위궤양이 있었고, 위출혈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남성의 경우 위장 질환부터 고쳐야 빈혈이 사라진다. 이와 함께 여성의 생리혈도 출혈로 볼 수 있다.

몸을 움직이거나 일어설 때 아주 짧은 순간 암전을 경험할 때가 있다. 아찔하면서 쓰러질 것처럼 느낄 수도 있다. 김 교수는 “자율신경계통의 일시적 이상으로 발생한 것으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증세가 나타나는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다. 김 교수는 “마음을 편히 먹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어지럼증 예방을 위한 생활수칙
1. 수면, 식사, 운동 등 규칙적으로 생활한다.

2. 흡연과 폭음을 삼간다.

3.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여부를 체크한다.

4. 수분을 충분히 섭취한다.

5. 염분이 많은 음식 섭취를 제한한다.

6. 명상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관리한다.

7.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다.

자료: 김치경 고려대 구로병원 어지럼증클리닉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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