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자고 일어난 뒤 허리의 뻣뻣함이 30분 이상 계속 되고 움직여야 통증이 서서히 사라진다면 강직성척추염이 원인일 수 있다. 척추에 염증이 생기고 점차 뻣뻣하게 굳는 만성염증성 질환인데, 중·장년층에 빈발하는 다른 척추질환과 달리 젊은층에서 나타난다.
김재민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16일 “디스크나 근육통과 달리 움직일수록 통증과 뻣뻣함이 좋아질 것”이라며 “별다른 움직임 없었는데도 허리와 골반 주변이 자주 뻣뻣하게 느껴지고 아프면 강직성척추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 젊은 환자…남성 환자가 2~2.5배 많아, 원인 ‘불분명’
국내 환자는 계속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진료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강직성척추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4만8261명으로 2016년 4만64명보다 20.5% 증가했다. 2020년 기준 남성 환자(3만4891명)가 여성 환자(1만3370명)보다 2~2.5배 가량 많다.
박진수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여성보다 남성의 증상도 심하고 발병 시기도 2~3년 정도 빠른데 그 이유는 밝혀져 있지 않다. 유전적 요인뿐 아니라 성호르몬과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병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과 연관돼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환자들에서 다른 사람에겐 잘 나타나지 않는 유전인자 ‘HLA-B27’이 나타난다. 다만 이를 가졌어도 반드시 강직성척추염이 발생하지는 않고 양성인 1~2%에서만 발병한다.
박 교수는 “HLA-B27 양성 정도에 따라 각 국가별 유병률의 차이가 있다”면서도 “유전적 요인만으로 발생 원인을 모두 설명할 수 없으며 세균, 외상, 스트레스, 호르몬 등의 요인이 영향을 준다고 추정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공단 진료데이터(전체 인원 4만8261명)로 연령대별 진료인원을 보면 40대가 24.7%(1만1916명)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20.5%(9884명), 50대가 18%(8685명) 순이었다. 남성의 경우 4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25.9%로 가장 높았고 여성 역시 40대가 많았다.
◇염증성질환이라 심하면 포도막염까지 발병…조기 진단 및 치료 중요
증상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는데 가장 흔한 건 허리 통증이다. 증상 초기에는 통증이 허리 아래쪽이나 엉덩이 부위에서 천천히 시작되고 아침에 일어날 때 뻣뻣한 ‘아침 강직’이 동반된다. 척추 외에 엉덩이, 무릎, 어깨에도 발생할 수 있다.
약물치료는 비스테로이드 소염제가 우선 사용되고, 이에 반응이 없고 증상이 이어질 때는 ‘종양괴사인자(TNF)-알파 억제제’라는 생물학적 주사제로 치료한다. 병의 원인이 되는 TNF-알파 작용을 차단해 염증을 치료하기 때문에 통증을 빠르게 호전시켜준다.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약물치료와 운동을 병행하는 게 좋다. 운동은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관절의 운동 범위 내에서 하는데 꾸준한 스트레칭, 수영, 자전거 타기 등이 권장된다.
다만 허리가 아파도 단순 근육통이나 디스크, 생리통 등으로 오인해 병을 키우거나 치료 시기를 놓치곤 한다. 대한류마티스학회에 따르면 환자들이 진단받는 데까지 평균 21개월 걸릴 정도로 생소한 질환이다.
김재민 교수는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척추 아래쪽에서 시작된 증상과 통증이 상부로 점차 진행되고, 결국 척추 변형과 강직 현상이 나타난다”며 “일상적으로 몸을 앞이나 옆으로 구부리거나 뒤쪽으로 젖히는 동작까지 어렵게 된다”고 강조했다.
여러 전문가들은 “예방할 수는 없지만 조기에 진단받고 적절히 치료받아 병의 진행을 지연시켜 합병증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직성척추염은 염증성 질환이어서 눈의 포도막염, 염증성 장염, 피부의 건선 및 드물게는 심장판막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류마티스학회는 강직성척추염의 조기 발견과 치료를 놓칠 경우 척추가 ‘1자’로 굳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전달하고자 매년 11월 첫 번째 금요일을 ‘강직성척추염의 날’로 정해 국민 인식을 높이고 있다.
학회는 26개 병원 환자 909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설문조사를 진행, 이를 최근 공개했다. 환자들은 치료에 가장 필요한 점으로 MRI(자기공명영상) 촬영에 대한 급여 적용(62.4%), 운동/생활관리 교육(47.1%), 기존 치료제로 교체 시에도 급여 적용(40.3%) 등을 꼽았다.
조사를 진행한 임미진 인하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조기 진단 및 합병증 조기 발견을 위해 MRI 급여 적용 확대가 필요하다”며 “보험 규정에서는 기존 약제로 재교체 시 급여를 인정하지 않아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책 개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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