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x 권역 BI] 스케일업코리아가 '동국대학교·서강대학교·서울과학기술대학교·이화여자대학교·한국기술벤처재단' 소재 창업보육센터들과 함께 '권역 BI 컨소시엄(서울과학기술대학교 주관)'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컨소시엄의 각 BI 센터가 선정한 유망 스타트업을 인터뷰로 소개하고, 그들의 비즈니스모델을 분석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합니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맞춰 전문가를 소개해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스케일업] 휴로틱스 [1]’ 기사를 통해 보행 보조 웨어러블 로봇(로봇수트)을 개발하는 휴로틱스를 소개했습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융합해 개개인마다 다른 보행을 분석, 맞춤형 로봇수트로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데요. 휴로틱스의 이기욱, 양승태 공동대표가 얘기하는 첫 번째 시장은 ‘재활로봇’ 분야입니다. 고령자, 보행 질환자 등을 대상으로 기존 보행 재활로봇을 대체하기 위해 노력 중이죠.
이에 스케일업팀은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위해 노력하는 휴로틱스에게 비즈니스모델 분석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인사이터스 황현철 대표와의 만남을 추진했습니다. 아래 글은 황현철 대표가 휴로틱스에게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꿈틀대는 웨어러블 로봇 시장
웨어러블 로봇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이언맨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장애인이 두발로 우뚝 서는 모습을 상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웨어러블 로봇 ‘스포츠메이트 5(Sportsmate 5)’을 처음 접했을 당시, 언젠가 일상 속에 웨어러블 로봇이 들어오는 날을 상상했다. 스포츠메이트 5는 사람의 작업과 보행을 돕는 것을 상상하던 우리의 통념과 달리 스포츠를 더 오래, 더 활동적으로 즐기고 싶은 사람을 소구한다. 그만큼 고객 범위가 넓었기 때문이다.
아직 일상 속에서 이런 제품을 볼 수 없다 보니 먼 미래의 일처럼 느낄 수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업체가 웨어러블 로봇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BIS리서치에 따르면, 오는 2026년 웨어로블 로봇 시장 규모는 5조 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 전망한다. 우리나라만 해도 삼성전자가 젬스(Gems), LG전자가 클로이 수트봇(CLOi SuitBot), 현대자동차가 벡스(VEX)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엔젤로보틱스, 위로보틱스와 같은 쟁쟁한 스타트업도 자신만의 차별성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웨어러블 로봇 시장 그리고 이들의 포지션
내로라 하는 대기업과 먼저 시장을 선점한 스타트업이 즐비한 시장에 휴로틱스는 어떤 차별성을 갖췄기에 뛰어든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단 시장이 어떻게 나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웨어러블 로봇 시장을 대략적으로 구분해 보면, 외골격형 시스템(엑소스켈레톤, Exoskeleton)과 소프트한 재질의 수트형 시스템(엑소수트, Exosuit)으로 나눌 수 있다. 한마디로 알루미늄, 플라스틱 등 단단한 골격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면 ‘엑소스켈레톤’이고 직물, 밴드, 와이어 등 부드러운 소재로 근력을 지원하면 ‘엑소수트’다.
위와 같은 물리적 특성에 맞춰 해당 제품을 가장 많이 활용할 수 있는 시장에 따라 ‘산업용 수트’와 ‘재활용 수트’로 나눠보면, 업체별 포지션은 아래와 같이 드러난다.
현재 각 업체가 공개한 특징을 분석해 볼 때, 엑소수트 형태로 재활치료용 시장을 지향하는 업체는 휴로틱스가 유일하다. 다만, 이 차별성은 영구적이지 않다. 마이요스위스(Myoswiss)의 마이요수트(Myosuit)는 같은 시장에 위치하고 있으며, 국내 위로보틱스, 삼성전자 등 타 업체 또한 언제든지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다.
휴로틱스가 내세우고 있는 핵심 차별성
휴로틱스는 두 명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그중 한 명인 이기욱 공동대표는 서울대 기계공학 박사이자 중앙대 기계공학부 교수다. 무려 하버드대학에서 박사후 과정으로 이 웨어러블 로봇을 연구하기도 했다. 또 다른 한 명은 양승태 공동대표로 이기욱 교수의 박사과정 제자이기도 하다. 대학 연구실 기반으로 설립한 스타트업답게, 이기욱 교수의 제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약 20여 명에 달한다. 스스로도 국내 최고의 로봇 기술을 지녔다고 거침없이 얘기한다. 도대체 어떤 차별성이 있길래 이렇게 자신만만한 걸까?
휴로틱스가 다른 업체들과 뭐가 다른가 설명하기 위해서는 가장 유사한 시장에 위치하고 있는 마이요수트(Myosuit)와 비교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마이요스위스의 대표는 이기욱 대표와 같은 하버드 랩에서 공부한 사이라고 한다. 아울러 엑소스켈레톤 유형의 보행 보조 장치의 특징 또한 함께 비교해 보겠다.
위 가치 곡선 분석표를 보면, 휴로틱스의 차별성은 직관적으로 드러난다. 엑소수트를 비교할 때 일반적으로는 얼마의 강도로 근력을 지원하는가, 얼마나 가벼운가, 얼마에 판매하는가를 따진다. 가격을 제외하면 제품별 하드웨어적인 특성을 고민해 비교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휴로틱스는 ‘환자의 근력은 어느 수준이고, 어떤 부위를, 어떤 강도로 지원해야 하는가’에 대한 솔루션을 추가로 제공한다.
이러한 이유로 휴로틱스의 엑소수트는 다른 엑소수트와 달리 환자의 보행/동작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에 따라 최적의 힘을 분배하는 통합제어장치를 사용한다. 등 부위에 거북이를 연상시키는 박스를 달고 있는 이유다. 다만, 이 박스는 필요에 따라 없을 수도 있고 위치를 변경할 수도 있다고 한다.
휴로틱스는 자신들의 정밀한 근력 진단과 근력이 필요한 지점, 그리고 필요한 만큼 정밀하게 출력을 보내는 기술 등을 바탕으로, 재활 시장에서 누구보다 경쟁력 있는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정밀진단 및 처방 시스템을 병원에 납품하고자 도전하고 있으며, 개별 환자에 맞춰 맞춤형 수트를 판매하는 비즈니스모델을 갖고 있다.
강점을 바탕으로 더 넓은 시장을 봐야 한다
필자는 휴로틱스의 사업소개서만 본 상태에서 비즈니스 성공은 어렵다고 생각했다. 가장 큰 이유는 대기업이나 스타트업이나 바라보는 시장은 대부분 비슷하고, 각자 나름의 강점을 바탕으로 시장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객가치분석 과정에서 확인한 휴로틱스의 차별성은 한번 도전해 볼 만하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휴로틱스의 핵심 역량은 ‘사용자 근력에 대한 정밀한 진단과 힘의 배분’이다. 게다가 다양한 사용자의 활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욱더 정밀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이렇다면, 더 큰 시장으로 생각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재활치료용 시장을 버리라는 것이 아니다. 재활치료 시장은 고가격의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볼 수 있지만, 가격, 의료법 등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또한, 앞으로 최소 3년은 더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때문에 힘들어도 더 싸고 진입장벽이 낮은 시장에서 차별화된 제품을 공급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 시장은 어디가 될 수 있을까? 필자가 서두에서 소개했던 ‘스포츠메이트 5’라는 제품이 그 힌트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메이트는 더 활동적이길 원하는 ‘정상인’에 초점을 맞췄고, 그 결과 등산과 러닝, 피트니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음을 고객에게 소구했다.
휴로틱스는 스포츠메이트와 달리 겉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와이어 기반의 엑소수트를 스포츠 영역에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또한, 사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 정교한 움직임을 제공한다. 이러한 특징은 환자가 아닌 일반인을 고객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와이어 기반의 경량화된 엑소수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이기욱 대표가 있었던 하버드대 연구실과 협업해 제품을 내놓은 리워크(Rewalk)라는 스타트업의 제품을 아래에 제시한다.
왜 직접 양산부터 판매까지 해야 하나?
비즈니스모델 관점에서 볼 때, 휴로틱스의 핵심 역량 대비 가장 매칭하기 어려운 부분은 제품 양산과 판매다. 대학 연구실에 20여 명의 연구원으로 이루어진 회사가 과연 양산과 판매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사업 초기, 비즈니스의 컨셉 증명(Proof of Concept)을 위해서라도, 초기 일부 제품의 생산과 판매 이후부터는 다양한 협업관계를 통해 양산과 판매를 책임져 줄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휴로틱스는 각 영역에 적합한 제품 기획 및 설계를 담당하며 통합 제어기와 고객 최적화 알고리즘을 제공할 수 있다. 각 영역별 업체들은 고객에게 차원이 다른 근력 보조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등산용 엑소수트는 등산 장비 전문 업체가 가장 잘 만들고 팔 수 있지 않을까?
‘휴로틱스 inside’를 응원하며
먼 옛날, 우리 선조들은 농사지을 때나 집에서 휴식할 때, 심지어 운동할 때 마저도 같은 옷을 입었다. 그리고 이를 당연하게 여겼을 것이다. 지금도 그런 사람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우리들 대부분은 작업복, 운동복 등을 따로 입는다. 또한, 어떤 운동을 하느냐에 따라 입는 옷과 신발도 다르다.
웨어러블 로봇이 지금은 생소할지라도 점점 더 산업과 스포츠에 녹아들면 우리는 러닝, 등산, 골프 등 운동에 따라 다른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지 않을까? 우리 모두는 늙어가지만 무언가에 도전하고 더 많은 것을 더 오래 경험하고자 하는 욕구는 더 커졌다. 누구나 웨어러블 로봇 하나쯤은 갖고 있는 그런 시대가 되었을 때, 내가 사용하는 제품에 ‘휴로틱스 inside’가 보인다면 필자로서는 매우 반갑고 기쁠 것이다.
웨어러블 로봇을 단지 재활, 스포츠 장비 정도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 많은 사람이 더 오랫동안 세상을 건강하게 즐기고 경험하게 만들어 주는, 더 높은 의미의 산업임을 휴로틱스 경영진들이 이해하고 그 비전을 향해 나아가 줄 것을 당부하는 바이다.
글 / 인사이터스 황현철 대표
실전 비즈니스모델 컨설팅 전문가. 20년간 비즈니스 전략, 프로세스, 생산, 품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 중심의 컨설팅을 수행했으며,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스타트업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실체적 비즈니스모델 컨설팅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본격 기업 극화 소설 '비즈니스모델러'의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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