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과기대] 올해 4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은 국내 제조 창업 촉진과 메이커 문화 확산을 선도하는 ‘2022년도 메이커 스페이스 구축·운영사업’의 전문 랩에 선정되었습니다. 전문랩은 연 면적 1,000㎡ 이상의 규모와 시설을 갖춘 메이커 스페이스에 부여되는 자격으로, 국내 제조 창업 생태계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과학기술대의 메이커 스페이스 역시 수도권 동북부 지역을 대표하는 메이커 스페이스로 선도를 준비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2022년 메이커 스페이스 구축 운영 사업’을 통해 제조 창업에 도전하는 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국내 제조 산업 생태계를 위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의 노력을 집중 조명해봅니다.
“우리나라는 합주를 하기 위한 공간적 제약이 크고, 또 소음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유료 연습실도 방음이 잘 되어있지 않으면 다른 연습실과의 소음이 섞이는 등의 어려움을 겪는 게 현실이다. 그런 불편함을 개선해보자는 생각에 무소음 합주 시스템 개발에 나서면서 주식회사 홀린을 설립했다”
주식회사 홀린의 김창경 대표는 중학생 때부터 음악을 시작해, 군악대와 밴드 생활까지 경험해본 음악인이다. 경력도 음향 엔지니어와 음향 장비 시장에서 15년을 쌓은 뒤, 2012년에 서울과학기술대학교를 졸업하고 반도체 장비회사에 입사해 반도체 관련 경력도 쌓았다. 그렇지만 나만의 사업을 시작해보겠다는 의지를 갖고 2013년에 ‘일링 아카이브’를 설립해 음향, 미디어 콘텐츠 쪽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의 사업 아이템을 갖고 주식회사 홀린을 시작한 건 2021년 3월의 이야기다.
“무소음 합주 시스템으로 제조창업 도전”
김 대표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무소음 합주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듣기에 앞서, 대다수 음악인들이 어떻게 합주를 하는지를 알려달라 요청했다. 김 대표는 “가장 좋은 합주 연습은 당사자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연주하는 것이지만, 코로나 19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온라인으로 합주하는 경우도 늘었다”라며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아마추어 수준에서는 화상 회의로 진행하는 경우도 많고, 보다 정밀한 협주가 필요한 경우에는 잼카잠(JamKazam)을 활용한다. 잼카잠은 원격으로 실시간 리허설, 공연 등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오디오 압축 기술을 응용해 연주자 간의 음향을 동기화한다”라고 말했다.
홀린이 기획하고 있는 ‘무소음 합주 시스템’은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를 활용해 합주를 돕는다. 앞서 2016년, 김 대표는 고음질로 음향 신호를 실시간 무선 전송하는 기술을 개발한 뒤 이를 바탕으로 무소음 합주 시스템을 개발했다. 해당 기술은 2016년 선도벤처기업연계에 기술창업 부문으로 지원해 시제품까지 제작했지만, 양산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의 제조PM 사업에 지원해 선정됐으며, 이번에는 무소음 합주 시스템을 양산 단계까지 추진할 예정이다.
일반 사용자가 홀린의 무소음 합주 시스템을 어떻게 활용하게 될지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김 대표는 “예를 들어 보컬, 기타, 건반 세 명이 온라인으로 합주를 한다고 가정하자. 잼카잠 같은 방식은 소프트웨어가 거리에 따른 입력 시간 정도는 보정하지만, 네트워크 속도가 떨어지거나 예상치 못한 입력 지연 등이 발생하는 것까지는 보상하지 못하는 게 한계다. 하지만 무소음 합주 시스템은 별도로 하드웨어를 설치해 데이터를 서버에 보내 취합한 다음 합주가 되도록 만들기 때문에 소리가 맞지 않는다거나 네트워크의 불안정함 등의 문제에서 자유롭다”라고 말했다. 즉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를 활용해 보정하므로 더 깔끔하게 보정된다는 의미인데, 프로 수준의 비대면 합주에서는 잼카잠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솔루션이 될 수 있다.
“제조부터 마케팅까지 많은 도움받을 듯”
아직 개발 단계에 있지만,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의 도움을 받아 속도를 내고 있다. 제조창업 분야에 대해 도움받는 부분을 묻자 김 대표는 “현재 양산PM(Product Manage)과 판로개척, 상품성 진단과 교육, 세미나까지 모두 참석하고 있다. 특히 제조 단가가 비싼 무선은 빼고, 단가를 낮추면서 전송 안정성은 끌어올리는 유선으로 제조 방향을 바꿨고, 제품 케이스나 기판에 대한 제조도 도움을 받을 예정이다”라면서, “원래라면 제조 전 과정에 대해 발품을 팔고 시행착오를 거쳐야하는데, 과기대 측의 도움 덕분에 빠르게 추진 중이다”라고 말했다.
추후 양산 과정을 거쳤을 때의 시장 가능성과 경제성 등을 평가하는 상품성 진단 과정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김 대표는 “상품성 진단은 관련 제품으로 시장이 형성돼있을 때의 성공 가능성을 유추하는 단계다. 하지만 홀린의 무소음 합주 시스템은 아직 시장이 없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다. 추후에 제품이 양산되고 시장 반응이 나온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홀린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지만, 김대표는 앞으로의 진로를 세부적으로 잡아놓은 상태다. 김 대표는 “제품이 시장에서 인정받기 시작하면 합주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그중에서도 메타의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기기를 활용한 플랫폼을 통해 PC 기반의 합주부터 가상현실에서까지 합주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 단계에 이르려면 뮬, 오디오가이 등 음악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 및 마케팅은 물론 판로 개척까지 이뤄져야 한다. 목표로 하는 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창적인 아이템 있다면 창업 해보길”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의 창업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덧붙였다. 김 대표는 “학생 입장에서 창업의 실패를 두려워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이기 때문에 창업지원단의 도움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고, 또 지금이기에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적절한 것만 시도하기보다는 다양성 있는 시도를 하길 바라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것이 있다면 꼭 창업에 도전해보길 바란다”라며 말을 마쳤다.
많은 아이디어는 불편함에서 비롯된다. 만년필의 잉크로 인해 종이가 젖거나 찢어지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볼펜’을 만들었고, 회중 시계를 열고 닫는 불편함이 ‘손목시계’로 이어졌다. 그간 음악인들이 겪어온 합주도 다르지 않다. 네트워크를 통해 합주하는 단계에는 이르렀지만 여전히 효율적이거나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시도가 등장한 것이다. 그 불편함을 해소하자는 게 김창경 대표의 도전인데, 이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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