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030년에 극지 연구를 위해 세계 6번째로 남극 내륙기지를 건설한다. 또 그간 두껍고 큰 얼음으로 진출이 어려웠던 북극해 고위도(북위 80° 이상)로 나아가기 위해 2026년까지 1만5000t급의 제2쇄빙연구선인 ‘차세대 쇄빙연구선’을 건조한다. 이를 기반으로 2027년부터 아시아 최초로 북극해 국제공동연구를 주도할 계획이다.
해양수산부(장관 조승환)는 우리나라 극지활동의 미래 비전을 정립하고, 추진전략을 제시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제1차 극지활동 진흥 기본계획’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하고, 국무회의에서 심의·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기본계획은 남북극을 포괄하고, 과학연구뿐만 아니라 경제활동과 국제협력, 인력양성까지 극지 활동 전반을 아우르는 최초의 법정 기본계획이다.
지난해 4월 남북극에서의 극지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극지활동 진흥법’을 제정했다. 극지 인프라 운영과 과학기술개발, 국제협력 등의 다양한 극지활동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세계 6번째로 남극 내륙 기지 건설…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
해수부는 새로운 인프라 구축을 통해 우리나라가 진입하기 어려웠던 미지의 영역을 개척한다. 남극 내륙은 수백~수천만 년 간 인류의 손길이 닿지 않아 지구 과거의 기록이 그대로 담겨 있다. 우주와 유사한 환경에서도 살아가는 생명체의 비밀도 담겨 있다.
하지만 남극 내륙을 탐사하기 위해서는 빙하가 갈라져서 생기는 틈인 ‘크레바스’를 피해가야 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달성하기 어려운 고난도의 탐사기술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내륙에 기지를 보유하고 있는 6개국(미국·러시아·일본·프랑스+이탈리아·중국)만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7년까지 내륙연구 최적 거점을 기지 후보지로 선정하고, 이후 본격 건설을 추진하여 2030년에는 남극 내륙에 세계 6번째로 기지를 건설할 예정이다.
최적 거점을 찾아 나서면서 100만년 전의 공기가 그대로 담겨진 3000m 깊이의 ‘심부빙하’를 시추할 계획이다. 또 빙하의 2000m 아래에 있는 호수(빙저호)를 시추해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와 유사한 환경(암흑·저영양·고압상태)에서 수백~수천만년 동안 고립된 상태로 생존한 미생물의 존재를 탐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빙저호 시추는 세계 최초로 호수를 오염시키지 않는 청정 기술로 이뤄질 예정이다.
해수부는 또 2026년까지 1만5000t급의 제2쇄빙연구선인 ‘차세대 쇄빙연구선’을 건조한다. 이에 따라 세계 최고 수준의 쇄빙능력(1.5m/3노트)을 보유하게 된다. 기존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로 진입하기 어려웠던 북위 80도 이상의 고위도 북극해까지 진출할 수 있다.
고위도 북극해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에 필수적인 해빙(海氷) 현장 관측, 북극해 공해상의 수산자원 모니터링 등의 연구가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차세대 쇄빙연구선을 기반으로 2027년부터는 아시아 최초로 북극해 국제공동연구를 주도할 방침이다.
◆북극권 친환경 수소에너지 기반 탄소제로 연구인프라 조성
해수부는 기후변화의 최전선인 극지의 환경 변화를 관측하고, 이러한 변화가 전 지구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한다.
북극에서의 해빙 변화가 한반도의 겨울에 한파를 일으킨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해수부는 기존 연구 모델을 발전시켜 북극의 변화가 우리나라 사계절에 미치는 영향을 밝힐 계획이다.
또 전 지구 해수면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남극 빙하가 녹는 원인을 밝히고, 해수면 상승을 예측한다. 그간 우리나라는 서남극에서 가장 빨리 녹아 ‘종말의 날 빙하’로 불리는 ‘스웨이트 빙하’를 중점적으로 연구했으나, 앞으로 국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연구범위를 전(全) 남극 빙하로 확장해 2030·2050·2100년의 해수면 상승 예측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해수부는 북극권 친환경 수소에너지 기반 탄소제로 연구인프라 조성 등 극지 산업 기반을 마련한다.
이를 위해 극한지 신기술을 개발하고, 북극항로 운항 경쟁력을 확보해 나간다. 북극에서 컨테이너 운송이 가능한 ‘친환경 쇄빙컨테이너선’을 개발해 우리나라 선사들이 북극항로에서 안전하게 운송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 남북극의 극저온과 강풍 등 극한 환경을 극복하는 통신 기술과 무인이동체, 건설기술(모듈러 등)도 개발한다. 이러한 기술들은 향후 우주나 심해 등 다른 극한지를 탐사하는 기술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극지의 수산·생명자원도 확보한다. 오는 23일부터 인천에서 제1차 당사국총회가 개최되는 ‘중앙 북극해 공해상 비규제어업 방지협정’을 주도해 북극해 수산자원을 보호하면서 지속가능한 어업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극한환경에서 생존한 극지 생물자원을 활용해 항생제와 치매치료제, 항균·면역조절물질 등의 신규 의약물질을 개발하는 등 해양 바이오산업의 활성화에 나선다.
◆국내외 협력생태계 조성…극지 인프라 민간과 공유
해수부는 극지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외교부 등 관계부처와 지자체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극지정책 협의체’를 구축한다. 국제적으로는 북극권 8개 국가와 맞춤형 협력사업을 발굴·추진해 북극이사회 옵서버 국가로서 영향력을 확대한다.
또 올해 7번째를 맞이하는 ‘북극협력주간’을 확대 개편해 노르웨이의 ‘북극프런티어’, 아이슬란드의 ‘북극써클’과 함께 세계 3대 북극포럼의 위상을 확보하고, 오는 2024년부터 남극 관련 국내외 전문가들이 교류할 수 있는 ‘남극 포럼’을 신설할 예정이다.
해수부는 또 극지 인프라를 민간과 공유한다. 2023년까지 국내에 극지와 유사한 환경을 재현한 연구·실험 시설을 구축해 산업체·연구기관 등에 실험과 장비 활용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에 따라 2척의 쇄빙연구선을 보유하게 되면 민간에서 참여할 수 있는 공모 과제를 확대해 인프라의 공동활용도 확대할 계획이다.
극지 장학사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과학연구·운항·국제협력 분야별 맞춤형 인재를 양성한다. 또 국민들에게 극지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어린이·청소년 대상 극지 교육을 강화하고, ‘극지 축제’와 같은 참여형 행사도 추진할 예정이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극지는 우리나라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극지활동은 우리와 가까이 있다”며 “지금 바깥의 차가운 바람 한 점과 우리 바다의 물결에도 극지의 변화가 담겨 있으며, 우주를 탐사하기 위해 먼저 디뎌야 할 극한 환경도, 우리가 몰랐던 기후와 생명체 진화의 비밀도 극지에 있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정부는 오늘 발표한 기본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새로운 첨단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열쇠를 찾아 나설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인류의 미래를 밝히는 극지활동의 세계적 선도국가로 자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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