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x 권역 BI] 스케일업코리아가 '동국대학교·서강대학교·서울과학기술대학교·이화여자대학교·한국기술벤처재단' 소재 창업보육센터들과 함께 '권역 BI 컨소시엄(서울과학기술대학교 주관)'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컨소시엄의 각 BI 센터가 선정한 유망 스타트업을 인터뷰로 소개하고, 그들의 비즈니스모델을 분석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합니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맞춰 전문가를 소개해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사람과 동물과 지구 모두 건강하게 살아가자는 ‘비건’ 문화. 세계 화장품 업계는 비건 문화를 적극 받아들여,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실험을 하지 않고 친환경 소재로 건강한 상품을 만든다. 이 비건 문화를 우리나라 화장품 업계에 알리고 주도하려는 스타트업이 윤혜원 대표의 '코스모블라썸'이다.
윤혜원 대표는 다양한 화장품 부문에서 쌓은 20여 년의 경력을 코스모블라썸에 녹여내 '캠퍼스블라썸' 브랜드를 만들었다. 저자극보다 우수한 '무자극', 비건의 상징인 '친환경 소재와 포장', 비건 문화를 알리는 것을 도울 '캐릭터 협업', 2030 여심을 사로잡은 '독특한 외형과 활용성'이 캠퍼스블라썸 화장품의 장점이다.
코스모블라썸이 비건 전도사가 되기까지는 많은 장벽을 넘어야 한다. 브랜드를 더 잘, 널리 알리고 자신들의 철학과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간결하고 적확하게 다듬어야 한다. 경쟁사와의 차별화와 해외 진출 전략을 세우는 것도 윤혜원 대표가 풀 과제다.
비즈니스모델 분석 전문가, 황현철 인사이터스 대표는 코스모블라썸의 고민을 듣고 이들의 비즈니스모델과 경쟁자, 시장 현황과 소비자 유인 전략을 점검했다. 그 결과 아래와 같은 진단을 내렸다.
착한 화장품의 시대
여성들이 흔하게 쓰는 화장품 가운데 '마스카라'를 개발할 때, 토끼의 눈에 3,000번 테스트를 한다는 말이 있다. 동물 실험을 받으려 실험실로 출근하는 토끼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단편 영화, 휴메인소사이이어티의 ‘랄프를 구해줘(Save Ralph)’를 본 적이 있는가? 아주 짧지만, 강한 메시지가 있는 단편영화이니 아직 못 봤다면 꼭 한 번 챙겨봤으면 한다.
화장품을 위한 동물 실험을 반대하는 캠페인은 ‘Cruelty Free’라는 구호 아래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어 유럽과 미국의 동물실험법 금지 법안을 통과시키는 성과를 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7년 동물실험반대법안이 통과됐고, 원칙적으로는 ‘Cruelty Free’제품만 생산, 유통하도록 법제화됐다. 다만, 원칙과 별도로 동물 실험을 허용하는 부칙이 많아 우리나라 화장품 업계에서 동물 실험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 또한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 동물 실험 반대 캠페인은 화장품 시장에 ‘착한 소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공감을 불러 일으킨 원동력이 됐다. ‘Cruelty Free’라는 개념은 동물 실험 반대는 물론, 동물성 재료를 배제하고 식물성 재료로 만든 화장품의 개념과 만나 ‘비건 화장품’이라는 통상 개념으로 발전했다. 일부 브랜드는 친환경 패키징까지 포함해 동물 보호와 친환경까지 아우른다.
이러한 ‘착한 소비’는 화장품 업계의 메가트랜드가 됐고 수요도 꾸준히 증가한다. 그 안에 비건 화장품이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비건 화장품 시장은 매년 6.3% 성장해 2021년 151억 달러(약 20조 4,760억 원)에서 2025년 208억 달러(약 28조 2,050억 원) 규모가 된다고 한다. 엄청난 규모다.
제대로 하는 비건 화장품을 꿈꾸며
코스모블라썸은 ‘제대로 하는 비건 화장품’을 선보인다는 목표를 가진 스타트업이다. 아모레퍼시픽과 에스티로더, 로레알코리아와 씨티케이 코스메틱스 등 국내외 유수의 화장품 기업에서 20여 년 동안 경력을 쌓은 윤혜원 대표가 이끈다. 필자가 지금까지 만난 수많은 코스메틱 스타트업의 대표 가운데 가장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업계의 베테랑답게, 윤혜원 대표의 코스모블라썸은 제대로 하는 비건 화장품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을까?
시장 현황과 고객가치분석
화장품 시장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은 비건 트랜드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기업들은 물론이고 달바와 같은 국내 브랜드, 러쉬와 같은 해외 브랜드까지 수많은 업체가 각축을 벌이고 있어서다. 한 기관의 비건 화장품 브랜드 평판 조사 대상만 봐도 25개에 달한다.
이 치열한 시장의 신규 진입자이자 도전자인 코스모블라썸은, 아쉽게도 이 기관의 조사 대상에는 포함되어있지 않다. 그럼에도 윤혜원 대표가 자랑하듯, 코스모블라썸의 제품력은 상위 브랜드 대비 뒤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여러 비건 화장품 브랜드 가운데, '20대 여성'을 핵심 고객으로 '스킨케어 시장'에 자리 잡은 D 기업과의 고객 가치 분석을 통해 코스모블라썸의 제품이 정말 경쟁력이 있는지 알아보자.
최대한 구체적인 비교를 위해 코스모블라썸의 대표 제품인 ‘캠퍼스블로썸 썬크림’과 같은 가격대의 D 기업 썬크림을 골라 분석했다. 비건 화장품을 선택하는 고객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구매 요소로는 ‘저자극성’이 가장 먼저 꼽힌다. 그 다음이 ‘브랜드인지도’, ‘패키지 디자인’, ‘패키지 소재’, ‘가격 경쟁력’ 등이다. 각 핵심 구매 요소별로 분석한 결과는 아래와 같다.
위 분석 결과처럼, 코스모블라썸이 근소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저자극성'과 '가격 경쟁력'이다. 큰 격차를 보이는 것은 패키지 소재의 '친환경성'이다. 문제는, 패키지 소재의 '친환경성'이 소비자의 구매를 결정할 핵심적인 요소인지 의문이 든다는 점이다. 아모레퍼시픽의 롱테이크 등 이미 친환경 패키지를 채택한 브랜드 또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코스모블라썸의 또 다른 우위인 '저자극성'을 보자. 코스모블라썸은 자신들의 우위인 저자극성을 고객이 직관적으로 알 수 있을 정도로 발휘하고 있을까? 이 우위로 경쟁사와의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을까?
저자극성 성분의 비교
무려 700만 명의 사용자가 애용한다는 화장품 성분 분석 앱 ‘화해’에서 제시한 분석 결과를 살펴보자. 주의 성분은 D 기업의 제품이 2개인데 반해 코스모블라썸의 제품은 1개다. 단, 이것이 '20가지 주의성분'에 해당하는 향료라고 나온다. 물론 이 20가지 주의성분은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이라는 서적이 제시한 것으로 절대적 기준이라고 말 할 수는 없다. 그저 피부 타입에 따라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보면 될 것이다.
여하간, 코스모블라썸의 제품의 주의 성분은 1개다. D 기업의 제품의 주의 성분은 2개다. 단순히 주의 성분의 수로 보면 우위를 점하지만, '어느 한쪽이 월등한 성분을 가졌다'고 판단하는 것은 일반 사용자로서는 쉽지 않다.
고객이 체감하는 차별성을 높여야
밀크로션 하나 대충 바르면 다행인 필자가 화장품의 차별성을 논하자니 참으로 어렵다. 하지만, 최근의 화장품 트랜드에서 가장 집중되는 단어를 꼽으라면 ‘기능성’을 들겠다. 아래 설문 조사의 결과도 비슷하다. 아래 설문 조사에서는 '고기능'이라는 항목이 가장 상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그 아래로 '피부진정', '미백', '주름 개선' 등 화장품의 '기능'이 나열됐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화장품이 고객에게 가장 어필하는 것이 기능이라는 증거다.
코스모블라썸의 제품은 기능성을 가졌다. 피부 진정을 도와주는 판테놀과 마데카소사이드 성분을 품었다. 피부 톤을 화사하게 살리고 생기를 내는 복숭아 추출물, 천연 미백 성분으로 피부를 밝고 환하게 하는 나이아신 아마이드 성분도 가졌다.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고 유해한 외부 자극으로부터 막아주는 무기자차까지 함유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코스모블라썸의 고객들은 이러한 기능성 성분이 포함된 것을, 이들 성분 덕분에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을 고객들은 잘 알고 있을까? 코스모블라썸의 상품 소개 페이지를 보면 이 성분들의 장점을 나름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고객 전달 방식에서 아쉬운 부분은 있다.
코스모블라썸과 주력 제품은 다르지만,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M 기업의 제품 설명, 고객 전달 방식을 살펴보자. 제품명 자체에 ‘비피다바이옴’이라는 유산균 성분을 포함해 전면에 내세운다. 프로바이오틱스 성분이 줄 수 있는 개선 효과를 간략하고 명료하게 제시한다.
코스모블라썸의 ‘복숭아 톤업 썬크림’을 예로 들자. 복숭아 성분을 전면에 내세웠다지만 그 성분이 고객에게 주는 효과를 표현한 ‘화사한 생기’는 막연한 느낌을 준다. 복숭아의 어떤 성분이 피부의 어느 곳에 도움을 줘서 생기를 부여하는 것인지, 고객은 모른다. 시장에 새로 진입한 도전자가 던지는 메시지는 보다 직관적이고 명료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문법을 벗어나 새로운 성장의 공간을 찾아내길 빌며
어느 산업계를 막론하고, 고객의 요구 수준은 점점 까다롭고 높아진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화장품 업계에서 ‘비건’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특별한 의미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위 사례들을 살펴본 바와 같이, 화장품 업계 주류는 '비건'은 기본이고 고객의 까다로운 요구 수준에 대응하는 ‘독창적 특별함’을 갖추고 있다.
얼마 전 화장품 업계의 지인은 필자에게 ‘브랜드의 시대는 갔다’라고 말했다. 고객이 받아들이는 개념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요구와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들이 원하는 기능을 구현할 수 있어야 성공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코스모블라썸은 다시 한번 초심으로 돌아가 고객을 심층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쟁 기업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독자 영역인 ‘화이트 스페이스(White Space)’를 찾아야 한다.
다행히 윤혜원 대표에게는 글로벌 화장품 기업에서의 오랜 경륜이 있다. R&D와 생산, 마케팅까지 아우르는 전문성도 가졌다. 그렇다면, 고객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되, 기존 화장품 사업자의 눈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진입자의 눈으로 봐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쌓은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솔루션을 제공한다면, 기존 화장품 업계의 문법과는 차별화된 '코스모블라썸만의 피부 솔루션'을 창출할 것이다.
글 / 인사이터스컨설팅 황현철 대표 / 비즈니스모델 전문가
실전 비즈니스모델 컨설팅 전문가. 20여 간 비즈니스 전략, 프로세스, 생산, 품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 중심의 컨설팅을 수행했으며,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대기업에서 스타트업까지 실체적 비즈니스모델 컨설팅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본격 기업 극화 소설 '비즈니스모델러'의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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