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열릴 때, 화내는 것 참을 수 있는 ‘4-2-4 호흡법’[지나영의 마음처방]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6일 03시 00분


살면서 인내해야 하는 경우는 참 많다. 아이가 등원 준비를 하지 않고 늑장 부릴 때나 배우자가 억지 주장을 하며 속을 썩일 때처럼 말이다. 하지만 인내는 말처럼 쉽지 않다. 잘 참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내는 두 가지 심리학적 개념을 품고 있다. 기다릴 줄 아는 ‘만족 지연’과 불편을 수용하며 견디는 ‘좌절 감내’다. 이 두 가지는 인간의 정서 발달에 꼭 필요한 자기 조절의 필수 요소다.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이 자기 조절 능력은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신생아는 만족 지연과 좌절 감내 능력이 없다. 5세 정도가 되면 원한다고 당장 과자를 먹을 수 없으며 때론 기다려야 한다는 개념을 이해한다. 15세쯤에는 게임을 1시간만 하겠다고 약속하면 나름 이를 지키려고 애쓴다. 그러나 청소년기에는 만족 지연과 좌절 감내 능력이 미성숙해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는 자기 조절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이 25세 정도까지 발달하기 때문이다. 25세쯤 되면 원하는 직업을 갖기 위해 하기 싫어도 자격증을 따기 위해 노력할 줄 안다. 35세가 되면 원하는 삶을 이루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이렇듯 자기 조절력의 발달은 인간이 정서적으로 성숙해 가는 과정과 같다. 그런데 45세인 사람이 식당에서 음식이 늦게 나왔다며 종업원에게 폭언을 한다면? 퇴근했을 때 집이 정돈되어 있지 않다고 배우자에게 버럭 화를 낸다면? 이런 사람의 만족 지연과 좌절 감내 능력은 몇 살에 머물러 있는 걸까. 앞서 살펴본 5세, 15세의 경우와 비교해 기술과 지식, 경험은 늘었으나 정서 발달은 그만큼 성장했는지 의문이다.

자기 조절이 힘들다면 훈련을 통해 성숙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특히 자녀를 인내심으로 대해야 하는 부모라면 더 그렇다. 상대를 기다려 주고, 있는 모습 그대로 감내하는 인내의 뒷면은 바로 사랑이기 때문이다.


인내의 한계를 느낄 때는 심호흡으로 자기 조절 연습을 하자. 아침저녁으로 5분 정도 훈련하면 ‘뚜껑’ 열리는 순간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대처할 수 있다. 초보자라면 4-2-4 호흡을 권한다. 천천히 호흡하면서 4초간 코로 들이쉬고 2초간 멈추고 4초간 입으로 내쉰다. 날숨에 “나는 이 상황을 다룰 수 있어”라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화가 난다 싶을 때 바로 4-2-4 호흡을 해보면 격앙되던 감정이 수그러드는 것을 느낄 것이다. 화가 난 사람은 찬찬히 심호흡하기 힘들다. 심호흡은 몸이 머리에게 “지금 이렇게 화내고 흥분할 상황이 아니야”라고 소통하는 것과 같다. 이 간단한 훈련으로 일생의 과제인 정서적 성숙을 한 단계 올려보자.

※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2020년 10월 유튜브 채널 ‘닥터지하고’를 개설해 정신건강 정보와 명상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12월 기준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16만8000명이다. 에세이 ‘마음이 흐르는 대로’와 육아서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의 저자이기도 하다.

지나영 교수의 ‘정서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인내하는 법’(https://youtu.be/iC2dz7bcs0E)
#화#인내#호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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