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은 한국과 베트남 수교 30주년이 되는 날이다. 필자가 1996년 여름 호찌민시 인근 마을에 의료봉사를 위해 방문했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 베트남은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발전했다. 베트남의 주요 도시에 있으면 한국에 있는 것과 별반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다.
필자는 11월 베트남 주이떤(두이탄)대 의대 이사회 의장으로 임명됐다. 앞으로 5년 동안 일하게 될 것이다. 주이떤대는 학생 수가 약 3만 명에 이르는 베트남 최대 사립대다. 최근 발표된 영국 타임스고등교육(THE)의 2023년 대학 평가에 따르면 주이떤대는 401∼500그룹 대학에 속하며, 베트남 대학 중 가장 순위가 높다.
주이떤대는 최근 300병상 규모의 대학병원 설립을 추진할 정도로 의대에 쏟는 정성이 남다르다. 주이떤대 의대는 7년제이며 한 학년 정원이 200명 정도다. 내년에는 인도 학생도 입학할 예정이다. 대개 졸업 후에 일반 의사로 진료한다. 베트남도 한국처럼 최고 수준의 학생들이 의대에 입학하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 의료 상황은 한국의 1980년대 상황과 비슷할 정도로 여전히 열악하다. 한국과 달리 인구가 계속 늘고 있으며 국민들의 의료 수준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건강보험의 지속적인 확대에 따른 의료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베트남 정부도 이에 부응하기 위해 국가 공중보건 시스템 강화를 위한 공공지출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의사와 간호사 부족, 의료 서비스의 질이 낮은 점 등을 개선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따라서 한국과 베트남의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양국 간 맞춤형 협력 모델 구축이 필요해 보인다. 협력을 통한 수준 높은 의료 인력 양성, 의료 시설 현대화, 양질의 의료 서비스 제공, 보건의료 정보 시스템 구축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이에 필자는 고려대 및 동아대와 교류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또 한국-베트남 수교 30주년을 맞아 한국의 우수한 인재들을 베트남 대학에 파견하고, 베트남 학생들이 교환연수 등을 통해 한국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베트남 우수 의료 인재 양성이 ‘K의료’가 전 세계 의료의 표준이 되는 출발점이 되도록 할 예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년퇴임한 명예교수 등 한국 의사들 가운데 학기당 3개월 정도 베트남에 체류하면서 학생을 가르치고 국내 선진 의료를 전수해 줄 수 있는 분은 언제든 지원해 주시길 바란다. 과거 미국이 의료 후진국이었던 한국에 선진 의료를 가르치기 위해 의대와 병원을 설립하고 인재를 양성했던 일명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우리가 베트남에서 펼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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