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찾아오면서 혈관 건강에 비상등이 켜졌다. 기온이 내려갈수록 우리 몸의 대사 활동은 감소하고 혈관도 움츠러들기 쉬워 혈압이 올라가게 된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에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기온이 1도 떨어지면 수축기혈압은 1.3mmHg, 이완기혈압은 0.6mmHg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11월 354만여 명이었던 고혈압 환자는 그해 12월 374만여 명으로 20만 명 가까이 증가했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 심장 혈관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가슴 통증을 일으키는 협심증과 심근경색도 추워지면 혈관이 수축돼 빈도가 증가한다.
고혈압은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이 앓는 질환이지만 뚜렷한 증상이 없어 방치하기 쉽고 다양한 합병증을 야기할 수 있다. 고혈압은 방치하면 협심증, 심근경색증, 심부전증, 동맥경화증, 뇌졸중 등의 원인이 된다. 신장 기능이 악화돼 만성 신부전증을 초래할 수 있고 눈의 망막에도 출혈을 일으켜 시력 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다.
고혈압 진단을 받고 약물요법이 정해졌다면 목표 혈압을 유지하기 위해 약물을 꾸준히 복용해야 하고 건강한 식사, 운동, 금연, 절주와 같은 비약물요법도 병행해야 한다. 비약물요법은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뚜렷해 모든 고혈압 환자에게 권장된다. 특히 고혈압 전단계 혈압인 사람은 건강한 식사와 운동을 유지하고 금연과 절주를 지키는 것이 좋다. 하루에 소금을 10g정도 섭취하는 고혈압 환자가 소금 섭취를 절반으로 줄이면 수축기혈압이 4~6mmHg 낮아진다. 소금의 하루 권장 섭취량은 6g 이하(1 티스푼 정도)다.
고혈압은 체중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표준 체중보다 10% 이상 초과하는 고혈압 환자의 경우 5kg 정도만 감량해도 혈압이 뚜렷하게 감소한다. 김태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알코올·소금 섭취 제한을 병행하면 혈압 감소 효과는 더욱 두드러진다”면서 “체중 감량은 최소 4~5kg 정도를 우선 시도해보고 필요에 따라 추가로 감량하는 게 좋고, 금연과 절주를 생활화하고 하루 30분 이상 주 5~7회 중등도 강도로 운동하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가슴이 조이고 뻐근한 듯한 느낌이 드는 협심증은 대개 심장근육에 많은 산소가 필요하면 나타난다. 운동을 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 때, 차가운 날씨에 노출될 때, 흥분한 경우 등이다. 이때 편히 쉬거나 니트로글리세린 설하정을 투여하면 통증은 호전된다. 통증 지속시간은 심근경색증과 달리 대개 5~10분 미만이다.
하지만 병이 심해지면 안정된 상태에서도 통증이 발생하고 지속시간도 길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심근경색증으로 진행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심근경색은 가슴부위에 심한 통증이 생기거나 목이나 턱, 어깨, 좌측 팔의 안쪽 또는 등으로 퍼지는 통증을 동반한다. 구역질, 구토, 현기증이 발생하거나 실신에 이르기도 한다.
협심증은 병의 진행 정도와 증상의 중증도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병의 정도가 경미해 항혈소판제제와 콜레스테롤 저하제, 혈관 확장제와 같은 약물치료를 통해 흉통 조절이 가능하면 지속적인 약물 치료가 권고된다. 하지만 관상 동맥의 협착 정도가 심하고, 흉통이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다면 환자의 증상을 조기에 완화시키고 재발을 막기 위해 관상동맥 중재시술 혹은 관상동맥 우회술을 시행할 수 있다.
관상동맥 중재시술은 관상동맥 풍선 확장술 또는 관상동맥 내 스텐트 삽입술을 일컫는다. 관상동맥 입구에 도관을 위치시키고 막힌 혈관 내에 가는 철사를 통과시키고 풍선이나 스텐트로 혈관 내강을 확장시키는 방법이다. 수술과 달리 마취를 하지 않아도 되고, 회복 기간이 짧으며 흉터도 남지 않아 협심증 치료에 많이 이용된다. 관상동맥 중재시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진행한 관상동맥 질환을 가진 환자는 관상동맥 우회술이라는 수술이 필요하다. 관상동맥 우회술은 신체에서 비교적 효용 가치가 낮은 혈관을 이용해 막혀 있는 관상동맥 부위를 우회하는 방법이다.
김 교수는 “협심증은 한 번의 시술과 치료로 질환이 완치되지 않는다”면서 “심혈관 질환의 위험인자 관리와 함께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적합한 약물 치료를 지속하면서 혈관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심혈관 질환 예방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상 후 찬 공기에 갑자기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우리 몸은 밤새 이완돼 교감신경이 느슨해져 있다가 잠에서 깨게 되면 적응을 위해 교감신경이 예민해지고 긴장하게 된다. 이때 갑자기 찬 공기에 노출되면 교감신경이 더욱 예민해져 말초동맥이 수축되고 혈압이 높아져 심장에 부담이 커진다. 한파가 있는 날에는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외출을 해야 한다면 목도리, 모자, 장갑 등으로 신체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금연하고 술도 하루에 1∼2잔 이하로 줄이도록 한다. 음식은 채소, 생선 등을 골고루 싱겁게 먹는 것이 좋다. 가능한 매일 30분 이상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하고 겨울철에는 실내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