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의료계도 ‘지방 소멸’… 중증환자 돌볼 전문의가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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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과 일부 광역시를 제외하고는 어느 지역이나 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소멸의 위기가 닥치고 있다. 지금껏 정부가 시행한 저출산고령화 대책들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인구 감소가 심각한 지방 소도시는 사회적 인프라도 급격히 줄고 있다. 그중에서도 고령화로 인한 중증환자는 크게 늘고 있다. 이들을 돌봐야 할 의사나 의료시설이 줄어드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무엇보다 지방으로 내려와 중증환자를 돌봐줄 의사가 없다. 충청지역에도 대학병원 분원이 있고 공공의료기관인 의료원이 있지만 중증환자를 치료할 의사나 시설은 없다고 봐야 한다.

수년 전에 복부에 자상을 입은 환자가 대학병원 분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수술할 외과의사가 없어 헬기로 타 지역으로 이송되던 중 허혈성 쇼크로 사망한 경우가 있었다. 최근엔 같은 병원의 심장클리닉도 폐쇄됐다. 그동안 이 지역의 심장질환 환자들이 응급 상황에서 잘 치료를 받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한 시간 이상 타 지역으로 가야만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앞으로 응급 상황에서 빠른 대처가 어려워진다.

비단 심장내과나 외과만의 문제가 아니다. 뇌경색 환자의 경우 후유증을 줄여 치료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3시간 정도로 본다. 골든타임 내에 진단하고 치료하려면 신경과나 신경외과도 24시간 진료를 해야 한다. 대부분 중소도시에서는 불가능하다. 이런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이나 지역사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논의 중이다. 하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보인다. 충청지역에서 의료난을 해소하기 위해 국립대병원의 분원을 설치하자는 논의가 한참 진행 중이다. 그런데 분원을 설치하려면 수천억 원의 예산을 마련하고 병원을 짓고 의료 인력을 채워야 한다. 적어도 8년 이상은 소요된다. 지금 당장 시급한 의료 공백을 해결할 수 없다. 또한 분원을 세운다 해도 현재 처한 의사들의 지방 기피 현상으로 인해 제대로 운영될지 의문이다.

정치권에서 지방 거점의대 설립, 교수진 초빙과 의대 운영에 필요한 병원 설립, 의대 정원 확대 등이 논의 중이지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 많다. 무작정 거점의대를 여러 곳에 설립해 난립하게 만들 수도 없다. 또 의사 한 명을 길러내는데 드는 시간도 무시할 수 없다. 한 명의 의사를 키우기 위해서는 적어도 17년 이상이 걸린다. 그래야 제대로 환자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당장 문제를 해결할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

그 대안으로 지방의 중소도시에 있는 의료원을 활용하자고 제안한다. 즉 기존 의료원 인력과 시설을 활용해 국립대병원과 연계해 위탁경영을 해보자는 것이다. 그 장점으로 기존의 인력과 시설을 활용하니 우선 급한 문제를 풀어갈 수 있고 투자 또한 중복과 낭비를 피할 수 있다. 그 후에 의료원의 시설을 확충하고 인력을 보강해 나가면 분원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지방에서 일하는 의료 인력의 공급을 막는 세제의 문제도 손을 봐야 한다. 아무리 연봉을 많이 준다 해도 현 세제상 과율의 세금을 적용하면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가 지방으로 내려오는 경제적 이익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덧붙여 지금도 계속 논의되고 있는 환자 이송체계의 세분화도 필요하다. 중증환자 발생 시 신속하게 3차병원으로 이송할 체계를 세밀하게 갖추어야 한다.

의료 인력의 교육을 위해 교육제도도 손봐야 한다. 현재 인기과로 몰리는 의료 인력의 편중화로 인해 의사 수가 부족해 보이는 게 현실이다. 그로 인해 고도의 수련을 받은 의사조차도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비보험에 치중한 진료를 하고 있다. 따라서 수련 시스템의 개편은 물론, 중증질환을 진료하는 의사에게 과감하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런 대안들이 유기적으로 실현될 때 현재 직면한 의료 인력과 시설의 쏠림현상과 필수의료의 붕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헬스동아#건강#의학#지방 소멸#중증환자#전문의 부족#의료원 연계 위탁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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