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벌떡… 아동기 ‘몽유병’은 저절로 사라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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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보행증 오해와 진실

문혜진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과 교수가 수면보행증 환자의 수면다원검사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제공
문혜진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과 교수가 수면보행증 환자의 수면다원검사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제공
잠을 자는 동안 의식하지 못한 채 걸어 다니는 수면보행증은 주로 아동기에 나타나는 수면장애 질환이다. 흔히 ‘몽유병’이라 불린다. 아동기 수면보행증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성인기까지 수면보행증이 호전 없이 지속되거나, 성인기에 갑자기 시작된다면 다른 수면 질환으로 인해 유발된 것일 수 있다. 수면보행증이 아닌 다른 수면 질환을 오인한 것이 아닌지 검사를 통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수면보행증의 핵심 증상은 수면 중 몽롱한 상태에서 일어나 걷거나 달리는 것이다. 이때 부적절하게 흥분하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다. 돌아다니면서 말은 할 수 있으나 다소 느리고 둔해 보인다. 물체에 부딪히거나 넘어져 다칠 위험도 있다. 증상이 있는 동안은 시간과 장소를 인지할 수 없고 잠에서 깨면 증상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수면보행증의 발생 원인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 유전적인 요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면 부족이나 스트레스, 낯선 환경에서의 수면, 발열 등이 수면보행증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성인에서는 수면무호흡증이 수면보행증을 유발 및 악화시킬 수 있다. 수면보행증과 함께 코를 곯거나 낮 동안 졸린 증상이 있을 때, 특히 비만·고혈압·당뇨병 등 성인병이 동반된 경우라면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반드시 수면무호흡증의 유무와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면보행증은 수면 중 꿈의 내용을 말과 행동으로 옮기는 ‘렘수면행동장애’와 혼동될 수 있다. 두 질환의 감별 역시 수면다원검사로 가능하다. 렘수면행동장애는 렘수면(꿈꾸는 수면) 때 발생하는 반면, 수면보행증은 비렘수면 중 뇌파가 느린 서파수면 단계에서 시작된다.

문혜진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과 교수는 “수면보행증은 서파수면이 길게 나타나는 수면의 전반부(깊은 밤)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고 렘수면행동장애는 렘수면이 자주, 길게 나타나는 수면의 후반부(새벽녘)에 잘 나타난다”며 “수면보행증은 다음 날 대부분 기억하지 못하나, 렘수면행동장애는 꿈의 내용을 종종 기억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동기에 나타난 수면보행증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기 때문에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규칙적이고 충분한 수면시간 확보, 낮잠 피하기, 어둡고 조용한 수면 환경 조성 등 일반적인 수면 위생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이 너무 잦아 수면을 방해할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시도해볼 수 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증상이 나타나면 예상되는 시간대에 알람을 설정해 잠깐 깨웠다가 다시 재우는 방법도 활용해볼 수 있다.

증상이 심한 경우 부딪히거나 넘어져 다칠 수 있으므로 다치지 않도록 안전한 수면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낮은 침대를 사용하고, 침대 주위에 깨질 만한 물건이나 위험한 물건은 치워두는 것이 좋다.

문 교수는 “수면보행증이 있는 소아청소년에게 우울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 정신건강의학과 질환이 동반되거나 발달과 성장에 문제가 있다는 오해가 있는데, 이에 대한 근거는 매우 희박하다”면서 “다만 특별한 이유 없이 수면보행증이 지속되면 수면 부족이나 심리적 스트레스 등 악화시키는 요인이 있는지, 다른 수면 질환이 동반된 것은 아닌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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