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운동 중 다치기 쉬운 전방십자인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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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원 바른세상병원 병원장·정형외과&재활의학과 동시 전문의
서동원 바른세상병원 병원장·정형외과&재활의학과 동시 전문의
필자는 어려서부터 축구를 좋아했다. 틈만 나면 공을 차며 뛰어 놀던 축구소년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반 대표선수로 축구 경기에 출전한 적이 있다. 골을 넣으려던 순간 달려오던 골키퍼와 부딪치면서 넘어졌다. 충돌 직후 꼼짝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통증이 왼쪽 무릎에 찾아왔다.

그저 ‘아프다’는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격렬한 통증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통증이 참을 만해졌고, 하교하고 나서 동네 의원에 갔다. 그때 내가 받은 처방은 찰과상에 바르는 ‘빨간약’이 전부였다.

그 후로도 며칠간 무릎이 아파 절룩거리긴 했지만, 통증은 이내 사라졌다. 걸어 다닐 만큼 낫고서는 친구들과 다시 축구를 하며 지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의대생이 되고 나서야 그토록 통증이 심했던 이유가 당시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됐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전방십자인대는 무릎을 회전하거나 움직일 때 관절이 앞으로 밀려 나가거나 회전 중 빠지지 않도록 잡아준다. 무릎 관절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결국 축구를 하다 무릎을 다친 지 10여년 만에 수술을 받았다. 치료가 늦어진 탓에 지금은 관절염을 치료하는 의사이자, 관절염 환자가 되었다.

겨울 스키 시즌이면 전방십자인대 파열 환자들이 증가한다. 전방십자인대는 무릎 관절 내에 여러 겹의 실이 겹쳐 있는 실타래와 같은 생김새로 존재한다. 스키 축구 등 운동으로 인해 넘어지거나 부딪쳐 전방십자인대 일부가 손상되는 부분 파열의 경우, 파열되는 순간에 심한 통증과 출혈로 인한 관절 내 부종이 발생한다. 전방십자인대 기능이 약해질 뿐 남아 있는 인대가 있기 때문에 증상이 뚜렷이 나타난다.

하지만 3, 4주 후에는 부종과 통증이 가라앉으면서 큰 불편함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특히 완전 파열이 아닌 부분 파열인 경우 전방십자인대 기능이 떨어졌지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으로도 진단하기 모호한 때가 있다. 이 경우에는 무릎 통증의 원인이 명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워 부상이 방치되기도 한다.

운동 중이나 후에 ‘툭’ 하는 파열음이 들리거나 무릎 관절이 빠지거나 어긋나는 느낌이 들고 24시간 동안 무릎이 붓고 통증이 있거나 쪼그려 앉기가 힘들고 정상적인 걸음걸이가 어렵다면 십자인대 파열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일반적으로 손상 당시에는 다리가 붓고 통증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이 서서히 사라지므로 필자처럼 파열된 상태를 방치하기 쉽다. 평소 움직일 때 무릎이 자주 흔들리거나 불안정한 느낌이 든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어 본래의 역할을 하지 못하면 관절에 무리가 가므로 관절 연골판 파열이나 연골 손상으로 인한 퇴행성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방십자인대 부분 파열의 경우 부목이나 보조기 등을 착용해 추가 손상을 막고 인대를 안정시키는 보존적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인대가 완전히 파열된 경우나, 부분 파열로 보존적 치료를 시행했음에도 불안정하다면, 인대 재건술과 같은 수술적 치료가 불가피하다.

전방십자인대 손상은 운동 중 순식간에 발생하므로 예방하기가 쉽지 않다. 평소 스쾃이나 런지, 빠르게 걷기 등 운동을 꾸준히 해 허벅지 근육을 튼튼하게 하면 부상 예방에 도움이 된다. 특히 전방십자인대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는 허벅지 뒷근육, 소위 햄스트링 근육을 중점적으로 강화하는 운동이 좋다. 누운 상태서 무릎을 구부리고 엉덩이를 들어 올리는 브리지 운동이나 밴드를 이용한 햄 스트링 자가 스트레칭 등을 수시로 하면 도움이 된다.

#헬스동아#건강#의학#전방십자인대#운동#축구#겨울 스키#파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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