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출산 후 22kg 감량” 아들 셋 가정주부 진은주 씨의 건강관리법은[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21일 12시 00분


“2013년 쯤 친구 결혼식에 참석했다 충격을 받았어요. 일찍 결혼 탓에 미혼 친구들이 많았는데 다들 ‘왜 이렇게 살이 찐 거야’라며 놀라워했어요. 그동안 체중이 좀 늘었지만 비만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날씬한 친구들을 보니 비교가 됐습니다. 결혼식에서 돌아온 뒤 바로 살을 빼야겠다는 마음먹었죠.”

진은주 씨가 경기도 수원 만석공원을 즐겁게 달리고 있다. 아들 셋 엄마인 그는 2013년 달리기와 헬스를 시작해 1년만에 22kg을 감량한 뒤 지금은 산을 달리는 재미에 빠져 있다. 수원=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진은주 씨가 경기도 수원 만석공원을 즐겁게 달리고 있다. 아들 셋 엄마인 그는 2013년 달리기와 헬스를 시작해 1년만에 22kg을 감량한 뒤 지금은 산을 달리는 재미에 빠져 있다. 수원=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아들만 셋을 키우는 가정주부 진은주 씨(42)는 둘째가 3살이 되던 2013년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처음엔 일단 무작정 달렸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 달리기였다. 아이들 재우고 집(경기도 수원) 근처 만석공원을 밤 12시에도 달렸다. 피트니스센터도 등록했다. 아이들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낮에 운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둘째 낳을 때쯤 신종플루가 유행했다. 집 밖에도 나가지 못하고 애만 키우다보니 체중이 불어 있었다. 집에서 돌보던 둘째까지 어린이집에 보내고 운동할 시간을 만들었다. 독하게 마음먹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고 했다.

진 씨는 피트니스센터에선 웨이트트레이닝도 했지만 당시 인기 있었던 스피닝자전거를 타는 그룹 운동을 주로 했다. 매일 1시간 이상 운동했다. 그렇게 한 6개월 정도 했을 때부터 살이 빠지기 시작했고 1년여가 지나자 정상으로 돌아왔다. 무려 22kg을 감량했다. 그는 “건강해지자 운동이 즐거웠다. 살면서 받는 모든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풀었다”고 했다.
진 씨는 2016년 셋째를 낳은 뒤에도 체중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몸조리를 한 뒤 운동도 계속 하기도 했지만 과거처럼 많이 먹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첫째, 둘째 때는 엄청나게 먹었다. 그런데 운동을 시작한 뒤에는 그렇게 많이 먹질 못하겠다. 금방 살이 찌기 때문에 유지하려면 또 운동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진은주  씨가 2019년 강원도 인제에서 열린 화이트트레일인제를 달리고 있다. 진은주 씨 제공.
진은주 씨가 2019년 강원도 인제에서 열린 화이트트레일인제를 달리고 있다. 진은주 씨 제공.
진 씨는 2018년 쯤 우연히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푸른숲길 달리기에 참가하면서 트레일러닝에 빠져 들었다. 그는 “도로와 공원만 달리다 자연 속을 달리는 느낌이 새로웠다. 나무와 꽃, 바위, 개울 등으로 보고 달리면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그는 가족들과 여행가서 산을 달렸다. 2019년 초 겨울 가족들과 함께 강원도 인제로 가서 화이트트레일 인제를 달렸고, 6월 강원도 정선 하이원 스카이러닝에도 가족들과 함께 가서 달렸다. 그해 9월 거제지맥 트레일러닝에도 가족들과 함께 했다. 진 씨는 “인제와 하이원에선 큰 아들과 10km 정도의 짧은 거리를 함께 달렸다”고 했다.

진 씨는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실내외 운동에 제약을 받자 더 산에 매달렸다. 집에서 스피닝 자전거를 타거나 집 근처 광교산을 자주 찾았다. 코로나19에도 등산은 제한이 없었다. 그는 “산을 달리다보니 장거리 트레일러닝에도 참가하고 싶었다”고 했다. 2020년 10월 하이트레일나인피크울주(현 울주 트레일 나인 피크) 105km에 참가했다. 울산 울주군 영남알프스 9개봉을 달리는 아주 힘든 레이스다. 누적 상승고도가 9000m가 넘는다. 그는 “솔직히 어떻게 훈련해야 할지도 몰라서 평소대로 집에서 운동하며 광교산을 1시간 씩 달렸다. 대회에 참가해 65km 지점에서 포기한 뒤 그 때 훈련이 ‘턱도 없이 부족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했다.

“나인피크울주 완주를 포기하고 실망하고 있을 무렵 집안에 힘든 일이 생겼어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어요. 그 때부턴 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달리기에 더 몰두 했습니다. 2021년 나인피크울주 참가신청을 한 뒤 완주하기 위해 거의 하루에 5시간 이상 운동했습니다.”

진은주 씨가 경기도 양주 사패산 정상에서 포즈를 취했다. 진은주 씨 제공.
진은주 씨가 경기도 양주 사패산 정상에서 포즈를 취했다. 진은주 씨 제공.
‘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종주) 5산 종주’ 45km를 20시간에 2회 완주하기도 하는 등 대회 출전 전까지 5산을 5차례 훈련 삼아 달렸다. 한겨울 섭씨 영하 17도에도 달렸다. 여름 폭염도 그의 질주를 막지 못했다. 그는 “그렇게 안 달렸으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수도 있었다. 몸을 힘들게 하니까 마음이 좀 진정됐다”고 했다.

실제로 진 씨는 운동을 통해 정신 건강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심리학적으로 운동은 불안(스트레스)을 떨치게 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운동을 하면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 심박수가 높아지기 때문에 딴생각을 할 수가 없다. 일종의 타임오프(Time Off·휴식) 효과다. 번거로운 일상에서 탈출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통하여 안정감과 침착함을 찾을 수 있다. 결국 집중력이 좋아져 일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 씨는 2021년 10월 나인피크울주를 33시간18분04초에 완주했고 여자부 7위를 했다. 그는 “완주만으로도 기뻤는데 상위 성적까지 내서 더 좋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 이후 장거리 트레일러닝 대회 출전은 자제했다. 2022년 나인피크울주를 완주한 뒤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리는 100마일 대회도 출전하려고 준비했었는데 중간에 포기했다. 그는 “더 이상 힘들게 달리는 게 싫었다”고 했다.

진은주  씨가 2021년 하이트레일나인피크울주(현 울주 트레일 나인 피크) 105km를 33시간18분04초에 완주하며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진은주 씨 제공.
진은주 씨가 2021년 하이트레일나인피크울주(현 울주 트레일 나인 피크) 105km를 33시간18분04초에 완주하며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진은주 씨 제공.
“나인피크울주를 완주한 뒤 제 몸을 보니 너무 혹사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이 너무 늙어 보였어요. 생각해보니 선크림을 바르긴 했지만 폭염 속에서도 운동했으니…. 발목 등 부상도 많았어요. 그 때부턴 즐겁게 건강하게 운동하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진 씨는 요즘 하루에 2시간 운동한다. 1시간 달리고 1시간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주 1, 2회는 광교산을 달린다. 그는 “지금은 몸속 나쁜 노폐물을 뺀다는 기분으로 운동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 진 씨는 운동을 시작한 뒤 2021년 나인피크울주 완주를 위해 운동할 때를 빼고는 하루 1시간 달리고 1시간 웨이트트레이닝 하는 루틴을 10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목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유럽 알프스산맥을 달리는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대회인 UTMB(울트라트레일몽블랑) 출전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UTMB는 세계 최고 권위의 트레일러닝 대회로 170km(UTMB), 101km(CCC), 119km(TDS), 290km(PTL), 55km(OCC) 등 5개 종목이 열린다. UTMB에 가려면 각종 트레일러닝대회에 출전해 점수를 따야 한다.그는 “171km는 못 달리고 55km 정도를 여행하듯 달리고 싶다. 올핸 UTMB 포인트를 주는 트레이러닝 대회에 출전하려 한다”고 했다. 진 씨는 4월 열리는 코리아 50K와 5월 열리는 제주국제트레이러닝 50km에 출전할 계획이다. 그는 “포인트가 쌓이면 내년 UTMB에 출전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진은주 씨가 경기도 수원 만석공원을 즐겁게 달리고 있다. 2013년 달리기와 헬스를 시작한 그는 2018년부터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 빠져 있다. 수원=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진은주 씨가 경기도 수원 만석공원을 즐겁게 달리고 있다. 2013년 달리기와 헬스를 시작한 그는 2018년부터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 빠져 있다. 수원=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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