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들이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데 최근 3개월간 8kg을 감량해서 놀랐어요. 좀 통통해 걱정했는데 엄마가 운동하며 몸매 관리하는 것을 보고 살을 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사춘기라 잘 얘기하지 않는데… 엄마가 열심히 운동해 복근이 드러나는 것을 보고 자신이 좀 창피했었다고 하더군요. 매일 줄넘기 2000개씩하고 피트니스센터에서 근력운동까지 병행했다내요. 이젠 저도 더 이상 숨지만은 않을래요.”
3인조 걸그룹 가수 디바의 비키로 활동했던 김가영 씨(45)는 운동을 통해 은둔형 삶에서 벗어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그동안 내 정신건강을 위해 운동을 했는데 이제는 아이들을 위해 내가 목표를 가지고 도전해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디바 해체의 충격과 둘째를 낳은 뒤 찾아온 산후 우울증을 달리기로 극복한 뒤 운동 마니아가 됐는데, 자신을 모델 삼아 열심히 땀을 흘리는 아들을 보고 더욱 운동에 매진하게 된 것이다. 김 씨의 올해 목표는 철인3종 올림픽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와 트레일러닝 완주다.
김 씨에게 운동은 삶의 오아시스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산 그는 ‘스포츠 천국’에서 운동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었고 마니아 수준은 아니지만 다양한 운동을 접했다. 걸그룹 활동할 때 체력보강을 위해 전문 트레이너의 웨이트트레이닝 PT를 받기도 했다. 그에게 진정한 운동은 2003년 유명 스포츠브랜드의 러닝 팬츠 협찬을 받고 달리면서 시작됐다. 그는 “옷이 너무 예뻐 그걸 입고 무작정 서울 한강변을 달렸는데 날 알아본 사람들이 몰려 난리가 났었다. 그런데 그 때 짧은 팬츠를 입고 바람 맞으며 달린 느낌이 자유롭고 좋았다”고 했다. 그는 그 때부터 서울 강남 갤러리아백화점 뒤 공원을 매일 달렸다. 그는 “한 5km 정도를 달렸는데 달린 뒤 기분이 너무 상쾌했다”고 했다.
“사람들을 피해 살고 있었고 가족 모두 미국에 있어 외로웠어요. 제 생활은 겉은 화려한데 속은 그렇지 않은 측면이 많았죠.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달리니 해소가 되는 겁니다. 어느 정도 기량이 좋아지면서 여성마라톤대회와 각종 스포츠브랜드 마라톤대회 10km 부문에 출전하기도 했어요.”
달리기는 트레이너에게 주 3회 받는 웨이트트레이닝 PT와는 차원이 달랐다. 기분전환이 확실하게 됐다. 사실 웨이트트레이닝 PT는 춤을 더 잘 추기 위한 훈련의 성격이 강했다. 마지못해 하는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달리기는 좋아서 자발적으로 한 것이다. 가끔 등산을 하던 그는 북한산에 가서도 달렸다. “성북동, 불광동 코스를 자주 갔는데 걸어서 올라가다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지루했다. 그래서 뛰어 올랐다. 힘들지만 달리기의 희열이라고 할까, 거친 숨을 몰아쉬고 난 뒤 오는 쾌감이 좋았다”고 했다. 그는 “산을 달리고 내려오면 생각도 정리가 된다. 산은 내게 철학적인 의미도 던져줬다. 내가 가는 산은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에 따라 색은 바뀌지만 같은 계절이 오면 똑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다. 우직하게 변치 않는 모습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내 마음도 다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산을 타다보니 제가 체력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됐죠. 콘서트 1시간 반 두 시간 하고 나면 두 친구는 기진맥진하는데 전 생생했어요. 춤을 추면서도 달리기를 병행하니 체력도 좋아졌고 그게 저를 더 운동에 빠져 들게 한 것 같습니다.”
2006년 혼자 방송활동하면서 한 3년은 더 달리기에 매달렸다. 2013년 둘째를 낳을 때까지 요가와 필라테스 등을 간헐적으로 하던 그는 2015년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운동에 매진했다. 그는 “육아를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몰라 고민하고 있을 때 서울에서 외딴 경기도로 이사까지 가다보니 우울증이 다시 찾아왔다”고 했다.
“친정 식구는 미국에 살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는데 남편은 만날 바빴어요. 솔직히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도 모르겠고…. 독박육아를 하다보니 너무 우울했어요. 사실 그 때 상황에서 병원을 찾았어야 했을 수도 있습니다. 역시 그런 스트레스를 푸는 것은 운동이었어요. 동네 요가클래스 선생님이 알려준 보디웨이트(자기 몸을 활용한 웨이트)로 운동을 했죠. 운동은 진짜 힘든 삶 속의 오아시스였습니다. 그 때 요가 선생님과 교감하며 운동했는데 체력이 많이 좋아졌어요. 재미도 붙었죠. 아기가 어린이집에 안 간다고 하면 아기를 안고 스쾃을 하기도 했죠. 운동으로 치유됐다고 봅니다.”
김 씨는 2017년 지인의 권유로 다양한 장애물을 통과하는 스파르탄레이스 13km에 출전해 완주한 뒤 크로스핏도 접했다.
“제가 체력이 좋다는 것을 새삼 느꼈어요. 대회장에서 과거 운동할 때 만났던 친구들도 보니 신났죠. 은둔형으로 살았는데 이젠 그럴 필요 없다는 생각도 했죠. 그 친구들이 크로스핏을 하고 있었고 저도 시작했죠.”
크로스핏은 여러 종목의 운동을 섞어서 훈련한다는 뜻의 크로스 트레이닝(Cross-training)과 신체 단련을 뜻하는 피트니스(Fitness)를 합친 운동이다. 코어 근육을 키우면서도 지구력까지 향상 시키는 종합 운동이다.
김 씨는 2020년 경기도 용인 수지로 이사 가면서 철인3종하는 이순철 수영 코치(45)를 만나 수영을 배웠고 지난해 말부터는 철인3종 완주를 위한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달리기 1시간, 수영 1시간씩 하고 있다. 그는 10km를 58분에 완주한다. 과거엔 53분에 달렸다고 했다. 가끔 산도 달린다. 산은 경기도 광교산, 청계산을 주로 달리고, 수원성곽을 달리기도 한다.
“코치님이 지난해 말부터 다른 운동 다 끊고 달리기와 수영에만 집중하라고 했어요. 그런데 한 3개월 만에 3kg에 더 빠진 거예요. 전 계속 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더 빠질 살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만큼 유산소 운동이 지방을 빼는 데는 효과가 큰 것 같아요.”
코리아 50K, 강원도 정선 하이원 스카이러닝, 제주국제트레일러닝 등 트레일러닝대회에도 출전할 계획이다. 그는 “이젠 다양한 대회 출전을 목표로 훈련을 하고 있다. 가정주부로 아이들을 키우는 바쁜 삶 속에서도 항상 도전하면서 나의 존재감을 느끼고 싶다”고 했다. 김 씨는 “이제 나를 드러내놓을 생각이다. 내 연령대 여성분들에게 바쁜 가운데서도 짬을 내 운동하면 몸도 건강해지고 모든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어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 코치를 만나면서 다양한 동호회에 가입해 운동하고 있다. 과거 은둔형에서 변신하고 있다.
“사실 올해 가장 첫 목표는 3월 열리는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하프코스를 완주하는 것입니다. 42.195km 풀코스 완주는 아직 어렵고 하프코스를 릴레이로 달리는 부문에 신청했어요. 동아마라톤 완주하고 트레일러닝과 철인3종 대회에도 출전해 완주하겠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