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차량용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오토’의 최신 버전인 8.6 버전이 최근 업데이트됐다. 새로운 안드로이드 오토 버전은 코드명 쿨워크(Coolwalk)로도 불리며, 지난해 5월 구글 I/O 행사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8개월 만의 등장이다. 이번 업데이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기능 몇 개를 추가하는 수준이 아니라, 화면 전체의 레이아웃과 앱 사용 동선 등 유저 인터페이스 (UI)을 재구성했기 때문이다. 판올림 수준으로 거듭난 안드로이드 오토 8.6 버전의 확장성과 활용도를 직접 시험해 봤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업데이트로 시작
안드로이드 오토는 지원 차량과 스마트폰을 연결해 차량 내 디스플레이에 기본 탑재된 내비게이션, 오디오 화면 대신 안드로이드 오토를 출력하는 기능이다.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 8.0 버전 이상부터 지원하며, 안드로이드 10 이상부터는 기본 내장돼 있으므로 별도로 설치할 필요가 없다. 안드로이드 10은 삼성 갤럭시 S9 이후 기종부터 지원하며, 그 이전 세대일 경우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Android Auto’를 검색한 다음 설치하면 된다.
차량의 경우 제조사를 통해 지원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현대 기아 차량의 경우 2015년 이후 출시된 차량이면 거의 다 지원하고, 쉐보레는 2016년 이후 차량이 지원한다. 쌍용의 경우 티볼리나 코란도, 렉스턴 등 대다수 차량이 지원하며, 토레스는 오는 3~4월에 연결 기능을 지원할 예정이다. 르노 SM6 및 QM6 중 2019년 이전 차량은 공식 지원하지 않으며, 이후 출시된 차량, 조에, XM3 등의 차량은 공식 지원한다. 자세한 안드로이드 오토 차량 호환은 차량 제조사 홈페이지 및 구글 안드로이드 공식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오토 최신 업데이트가 끝난 스마트폰과 지원 차량을 연결하면 새로 권한을 요구하는 메뉴가 뜬다. 주의할 점으로는 안드로이드 오토 연결 시 처음 스마트폰 구매 시 포함된 USB-C 케이블을 활용하는 게 가장 좋다. 저품질 케이블을 사용하면 간헐적으로 장치가 끊어지거나, 화면 및 소리가 제대로 표시되지 않는다.
안드로이드 오토 8.6 버전의 가장 큰 변경점은 메인 화면이다. 기존 버전의 경우 활성 창이 한 번에 하나씩만 표기되었던 반면, 쿨워크는 지도와 재생 미디어를 동시에 표기한다. 이때 지도나 미디어를 누르면 해당 기능이 큰 화면으로 표기되고, 좌측 하단의 앱 아이콘을 누르면 다시 분할 화면으로 돌아온다. 사진 상의 디스플레이는 8인치 디스플레이 오디오라서 지도가 작게 보이는데, 10인치 혹은 그 이상의 비율에서는 지도를 더 크게 볼 수 있다.
직접 활용해 보니 편의성 차이가 상당했다. 이전 버전은 한 번에 창 하나만 볼 수 있어서 지도를 보다가 오디오를 조작하려면 하단의 재생 아이콘을 누르거나, 홈 버튼을 눌러 앱 서랍으로 진입한 뒤 오디오로 진입해 수정하고 다시 지도로 복귀해야 했다. 하지만 새 버전부터는 두 개를 동시에 보면서 조작할 수 있으니 더 안전하게 설정할 수 있다. 또 아래 네 개의 아이콘을 통해 앱 전환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고, 네트워크 및 충전, 시간 표기도 한 곳으로 표기되도록 변경됐다.
또 하나의 변화는 바로 음악 메뉴다. 이전 버전의 경우 음악을 재생, 일시 정지만 지원하고 음악을 중간부터 듣는 기능 자체가 없었다. 만약 녹음 파일처럼 길이가 긴 음원을 재생할 경우 중간부터 듣는 게 불가능했다. 이때는 휴대폰을 따로 설정해 음원의 재생 상태를 이동해 주는 수 밖엔 없었다. 쿨워크부터는 이런 불편이 사라져서 안드로이드 오토 화면상에서 바로 음원을 넘길 수 있게 됐다. 큰 변화는 아니지만 필요한 기능이 추가된 것이다.
아직까지 앱 호환성 여부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안드로이드 오토 8.6.625054 버전을 기준으로 티맵과 구글 지도, 카카오내비, 네이버지도 내비게이션을 각각 실행했다. 우선 티맵의 경우 12월 14일 자로 업데이트됐으며 분할화면상에서도 탐색, 설정 기능과 경로 안내를 바로 지원한다. 카카오내비 역시 1월 3일 자로 업데이트되었으며, 분할화면에서 검색 및 설정을 지원한다. 다만 검색 메뉴에서 홈으로 나올 경우 분할 화면에서 지도가 일시적으로 사라지는데, 최적화가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지도 내비게이션은 분할화면 표기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탐색 메뉴만 지원한다. 탐색 실행 시 전체화면으로 전환된 이후 검색이 진행된다. 운전 중 설정 등을 바로 변경할 수 없는 게 단점이다. 또 GPS 아이콘의 해상도가 떨어져 보이는 등 세세한 부분에서 최적화가 덜 된 모습이다. 네이버 지도 스마트폰 앱에서 +/- 아이콘이 사라져서 불편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안드로이드오토 상에서는 +/- 아이콘이 그대로 있어서 큰 불편은 없다.
세 내비게이션 모두 화면이나 아이콘이 잘려보이는 등의 문제는 없었으나, 사용자들 사이에서 안내 기능이 종종 오류를 일으킨다는 지적은 있다. 다만 내비게이션 자체가 차량의 위치나 스마트폰의 네트워크 상황 등에 따라 오류가 있을 수 있어서 새 버전의 문제만으로는 볼 수 없다. 안드로이드 오토의 구글맵은 국내에서 지원하지 않아 사용할 수 없다. 최신 버전인데도 UI가 안바뀐다? 캐시 확인해야
안드로이드오토 8.6 버전은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배포되고 있으며, 업데이트를 거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업데이트를 진행했더라도 여전히 분할화면을 지원하지 않는 구 버전으로만 보인다는 사용자들이 있다. 이 때는 안드로이드오토 앱의 캐시를 정리하고 새로 설정해줘야 한다. 캐시 정리는 설정에서 애플리케이션에 진입해 ‘Android Auto’를 선택하고, 아래 저장공간 메뉴로 진입한 다음 오른쪽 아래 ‘캐시 삭제’를 누르면 된다. 그다음 다시 차량과 연결하면 새로운 인터페이스로 전환된다.
개선은 좋지만, 애플보다 한 박자 느려
구글 안드로이드오토 쿨워크 업데이트는 그간 불편했던 많은 부분을 바로잡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분할 화면이나 음원 재생 지점의 변경, 한 번에 하나만 표시되던 화면에서 백그라운드 앱을 바로 전환할 수 있는 레이아웃 등 훨씬 더 사용하기가 편해졌다. 운전 시 더 편하게 조작할 수 있으니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문제는 왜 이제야 업데이트를 했냐는 점이다.
애플 카플레이의 경우 2019년 iOS 13 버전부터 3분할 화면과 백그라운드 앱을 신속 전환할 수 있는 레이아웃을 지원해 왔다. 음원을 중간부터 들을 수 있는 기능은 없지만 이미 4년 전부터 이번 안드로이드오토 업데이트의 기능을 쓸 수 있었다. 게다가 지난 WWDC 2022에서는 카플레이가 기존 디스플레이는 물론 디지털 클러스터로 그 영역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디지털 클러스터는 제조사의 재량이었으나, 이 부분을 아이폰 사용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결국 새로운 안드로이드오토 업데이트는 환영할만한 조치지만, 애플 카플레이를 겨우 따라가는 모습으로만 보인다. 앞으로 애플이 더 진보된 카플레이를 선보인다면 그만큼 안드로이드 오토의 앞날도 어두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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