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비시(Refurbish) 제품(이하 리퍼비시)’. 구매자의 단순 변심으로 반품된 제품이나 제조나 유통 과정의 오류로 미세한 흠집 등으로 일반 판매하기 어려운 제품, 단기 전시용으로 사용했던 제품 등을 보수 및 재포장해 새 상품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제품을 뜻한다. 넓게는 파손된 제품 여러 개에서 정상 부품만 추출해 재조립한 제품도 포함한다. 흔히 리퍼브, 리퍼브 제품, 리퍼비시, 리퍼 등 다양하게 줄여서 말한다.
리퍼비시의 외관이나 성능은 새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가격은 새 제품보다 저렴하다. 즉, ‘가성비’를 따지는 알뜰한한 쇼핑의 한 축을 차지한다. 비교적 가격이 비싼 에어컨, TV, 냉장고, 세탁기, 의류건조기, 공기청정기, 제습기, 선풍기, 에어서큘레이터, 밥솥, 청소기, 소파, 식탁, 침대 등 IT 제품(가전)과 가구가 많다.
애플은 리퍼비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애플은 새 제품과 동일한 수준의 리퍼비시를 운영하는데, 제조사가 나서서 품질 기간도 보증한다. 또한, 제품 사용 중 파손 등의 이유로 수리를 요청하면, 횟수에 따라 무상 혹은 유상으로 리퍼비시를 제공한다. 에이수스(ASUS), HP 등도 리퍼비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일부 모델에 따라 리퍼비시를 판매한다.
리퍼비시의 가장 큰 장점은 두 말할 것 없이 가격이다. 적게는 10~30%, 많게는 50%까지 저렴한 가격은 이른바 ‘가성비’를 추구하는 알뜰한 쇼핑에 최적이다. 특히, 요즘처럼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 장기적인 경기 침체 시기에 리퍼비시는 많은 인기를 끈다. 외관, 성능 등은 중고 제품과 비교해 우수하고, 가격은 새 제품 대비 저렴하기 때문이다.
리팟 인터내셔널(이하, 리팟)은 비공인으로는 처음으로 애플의 에어팟 배터리 교체 프로그램(이하 리퍼 프로그램)을 국내에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이다. 지난 2023년 1월 서비스를 시작, 배터리 수명이 다한 에어팟 1세대와 2세대, 그리고 에어팟 프로 1세대를 새 배터리로 교체한 리퍼비시 에어팟으로 교체해 준다. 이에 IT동아가 리팟의 박정훈 공동대표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자꾸 끊기는 에어팟 연결? 십중팔구 배터리 문제입니다
IT동아: 개인적으로… 참 오랜만이다. 과거 소니, 애플 코리아, 노키아에서 홍보 및 마케팅을 담당하지 않았었나. 재미있게도 각 기업마다 8년씩 일하고, 이번에 리팟을 설립했다. 어째 대표라는 직함이 많이 낯설다(웃음). 우선 리팟은 어떤 업체인지 소개를 부탁한다.
박정훈 공동대표(이하 박 대표): 하하. 오랜만이다. 음… 리팟은 애플의 에어팟을 리퍼비시로 교환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주 연결이 끊기거나 소리가 나지 않는 등 고장난 에어팟을 보다 저렴하게 리퍼비시로 교체해 준다.
IT동아: 그러니까… 애플이 제공하는 리퍼비시 서비스와 같은 것인가.
박 대표: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에어팟 사용자를 위한 합리적인 에어팟 배처리 교체 서비스다. 2021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에어팟은 3억 대 이상 판매됐다. 시장 조사기관 카날리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무선 이어폰 출하량은 7,690만 대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 성장했는데, 애플은 같은 기간 2,380만 대를 출하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출하량은 33.7% 늘어난 수치로, 전 세계 시장 점유율 30.9%를 기록 여전히 1위 자리를 굳혔다.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6.3% 늘어났다.
IT동아: 맞다. 애플 에어팟은 출시 초기 ‘콩나물’과 같은 모양으로 한때 조롱을 받기도 했지만, 애플 기기와의 연동, 무선의 편안함 등을 장점으로 시장 점유율을 계속 늘렸다.
박 대표: 애플 에어팟은 무선 이어폰의 장점을 잘 녹여냈다. 견고하게 제작해 내구성 문제없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평가도 받았다. 다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도 발생했다. 연결이 끊기거나, 사용시간이 줄어드는 등 고질적인 배터리 관련 문제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잠시 시간을 돌려보자. 애플은 2016년 8월 에어팟 1세대를 처음 선보였다. 이후 2019년 3월에 2세대를, 에어팟 성능을 강화한 에어팟 프로 1세대를 2019년 10월에 출시했다. 2016년 8월에 에어팟 1세대를 구매했다면, 어느새 6년 이상 사용하는 셈이다.
에어팟은 리튬 이온 배터리를 사용한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오래 사용할 경우 성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제품이 스마트폰이다. 1년, 2년 사용할수록 100% 충전해도 사용시간은 계속 줄어든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에어팟도 마찬가지다. 구매하고 1년 정도 지난 뒤 갑자기 연결이 잘 안된다면, 원인은 80% 이상 배터리 때문이다.
IT동아: 동의한다. 리튬 이온 배터리 수명은 기술적으로 한계를 지니고 있다.
박 대표: 에어팟 주 고장 원인은 대부분 배터리 때문이다. 에어팟 구동에 필요한 전압을 충장하지 못해서 제대로 연결되지 않거나, 소리가 끊기고, 통화도 중단된다. 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제대로 실행하지 않기도 하고.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는데, 십중팔구 배터리 성능 저하 때문이다. 간혹 바닥에 떨어뜨리는 등의 큰 외부 충격으로 내부 부품이 파손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 외부에서 봤을 때 멀쩡한데, 잘 안 되는 경우는 배터리 문제라도 봐도 무방하다.
IT동아: 배터리만 교체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인가?
박 대표: 맞다.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애플은 리퍼비시 정책을 고수한다. 공식적으로 애플은 보증하는 에어팟 무상 A/S 기간은 1년이다. 구입일로부터 1년 안에 에어팟에 문제가 생기면 소비자 과실이 없는 경우 유닛 또는 케이스를 교체받을 수 있다. 다만, 소비자 과실이 있거나 보증 기간이 지났을 경우에는 유상으로 교체해야 하는데, 비용은 생각보다 만만찮다. 참고 삼아 에어팟 1세대, 2세대 유닛 1개 교환 비용은 8만 5,000원, 에어팟 프로 유닛 1개 교환 비용은 11만 9,000원이다.
물론, 추가 비용을 내고 애플케어(AppleCare+)에 가입하는 방법도 있다. 보증기간을 늘리고 유상 교체 시 비용을 줄여준다. 애플케어 가입 비용은 4만 5,000원이며, 가입 시 에어팟 1세대, 2세대, 프로 유닛 교체 비용은 4만 원이다.
에어팟 배터리 수명 2년… 4년으로 늘릴 수는 없을까?
IT동아: 음.. 애플케어 가입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새로 구매하는 비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박 대표: 새 제품 구매 비용보다 저렴하긴 하지만, 부담되는 금액이긴 하다. 에어팟 1세대 양쪽을 17만 원 주고 교체한다? 조금 더 돈을 보태 에어팟 2세대 새 제품을 19만 9,000원(정가)에 구매하지 않을까.
일종의 리싸이클이다. 1년~2년 마다 에어팟을 구매하지 말고, 조금 더 저렴한 비용으로 최소 4년은 사용하길 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현재 리팟은 에어팟 1세대 양쪽 교체 시 10만 원, 2세대 양쪽 교체 시 9만 9,000원, 에어팟 프로 1세대 양쪽 교체 시 13만 9,000원에 제공하고 있다. 한쪽 구매 시에는 절반 가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웃음).
IT동아: 근본적인 궁금함이 있다. 그래도 애플 리퍼비시와 리팟의 리퍼비시는 차이점이 없는 것인가.
박 대표: 국내에 리팟으로 서비스하고 있지만, 미국과 일본, 대만, 싱가포르, 폴란드에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트너사들이 함께한다. 미국에서 팟스왑(PODSWAP), 대만과 싱가포르에서 닥터팟(Dr. Pods), 일본에서 리싸이클팟(RECYLE PODS) 등의 이름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애플 본사에 재직하던 직원들이 나와 전문 리퍼비시 허브를 설립했고, 애플과 거의 같은 리퍼비시를 제공하고 있다. 배처리 교체뿐만 아니라, 내부 부품 등을 체크하고, 제품 클리닝까지 제공한다. 일종의 리싸이클이다. 교체를 원하는 제품을 받아 외관 상태에 따라 등급을 정하고, 배터리를 교체해 다시 포장해 제공한다. 리팟의 목표는 국내를 시작으로 동남아시아와 호주 등으로 서비스를 넓혀나갈 예정이다. 추후 에어팟 리퍼비시 물량을 확보한 뒤에 현재 해외에 있는 리퍼비시 허브를 국내에 설립하고자 한다.
IT동아: 리팟 서비스는 온라인으로만 이용할 수 있나.
박 대표: 아니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서울 신논현역 근처에 있는 사무실로 찾아오면 제품 확인 후 바로 교체해 준다. 온라인 주문 후 택배로 받을 경우, 보증금 1만 5,000원을 먼저 내면 리퍼비시 제품을 먼저 배송해 준다. 택배를 받은 뒤, 교체하고자 하는 에어팟을 다시 보내주면 되고, 보증금은 다시 돌려준다. 리팟 에어팟 리퍼비시 제품은 2개월 동안 보증기간도 제공한다.
IT동아: 소비자가 리팟 에어팟 리퍼비시로 교체받을 수 있는지 제품을 확인해야 하지 않나? 제품을 리팟에 보냈는데 교체받을 수 없다면 당황할 것 같은데.
박 대표: 리팟 리퍼비시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위해서 주문할 때, 에어팟 등급에 대한 안내를 볼 수 있도록 제공한다. A 등급은 새 제품과 동일하거나 흠집이 없는 깨끗한 외형, B 등급은 약간의 흠집, C 등급은 손가락으로 표면을 만졌을 때 깊은 외형 흠집 등이다. 교체할 수 없는 것은 D 등급이다. D 등급은 에어팟 가품, 제품 외형이 크게 깨진 상태, 침수 또는 배터리 문제가 아닌 고장 등에 해당한다.
리팟이 준비한 에어팟 리퍼비시 프로그램의 목표는 하나다. 에어팟 사용자가 조금 더 오래 제품을 즐길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이다. 배터리 수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용을 들여 새로 제품을 구매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리팟은 에어팟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하나의 채널을 제공하고자 한다. 교체 비용이 부담스러운 소비자에게 또 하나의 선택지를 준비한 셈이다. 앞으로도 우리 리팟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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