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달라도… ‘공감왕’ 만들어주는 대화 첫마디[지나영의 마음처방]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7일 03시 00분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우리는 대화를 통해 생각과 감정을 인정받기 원한다. 공감 받길 원한다. 상대가 깊이 공감하면 대화를 계속 하고 싶다. 반대의 경우엔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대화를 그만두고 싶어진다. 최근 사회성의 핵심으로 떠오른 이 공감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공감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로 기억해야 할 원칙은 ‘받아치지 말고 일단 수용하기’다. 누군가 말을 꺼내면 반사적으로 받아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오늘 예쁘게 하고 나왔네” 하면 “아니야, 늦어서 화장도 제대로 못 했어”, “치마가 너무 짧은 거 아니야?” 하면 “이 치마가 뭐가 짧아”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특히 받아치는 대화법이 더 일반적인 것 같다. 미국에서는 대체로 일단은 수긍을 한다. 어떤 말에도 “그래?”, “그렇구나”라고 수긍한 뒤 대화를 이어가는 식이다. 돌아온 첫마디가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라면 상대가 내 생각을 가치 있게 여기지 않는다고 느껴 대화의 의지가 꺾일 수 있다. 동의할 수 없는 의견이라도 상대에겐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자신의 첫마디를 관찰하는 태도’다. 대부분 본인의 화법은 잘 모른다. 그러다 자녀나 배우자가 말을 건넨 후 자신이 보이는 첫 반응을 관찰하고선 놀라는 이들이 많다. 배우자가 “나 오늘 피곤해”라고 하면 “늘 피곤하데”라고 핀잔을 주거나 “얼른 들어가서 씻고 자”라고 바로 해답을 제시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공감과 소통을 위해선 상대의 말을 일단 깊게 수용해줘야 한다. 말 습관을 바꾸기 어렵다면 간단한 적용 방법이 있다. 상대가 했던 말을 비슷하게 다시 하는 것이다. “피곤했다”고 하면 “그렇게 피곤했어?”라고 하는 식이다. 이른바 ‘맞장구 요법’이다. 그런 뒤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을 해주면 대화가 훨씬 부드러워진다.

자녀와의 대화도 마찬가지다. 아이와 의견이 다른 경우, 바로 받아치는 부모가 적지 않다. 공감보다 훈육을 우선하는 탓이다. 한데 자녀의 입장에선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이 가치 없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받은 것과 같다. 그러다 보면 자존감이 떨어지게 된다. 아이의 자존감은 부모의 공감을 먹고 자란다. 훈육과 교육은 긍정 맞장구 다음에 해도 된다.

대화를 하다 보면 아는 것을 알려주고 싶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와 대화할 때는 아끼는 마음에 더 그렇다. 허나 상대와 좋은 관계를 위해선 잠시 참는 연습이 필요하다. 성격상 그게 잘 안 된다면, “그랬어?” 등 첫마디를 관용구처럼 외고, 상대의 말을 일단 따라하며 공감해 보자. 첫마디 맞장구 요법을 한 달만 연습하면, 소통의 반은 성공할 것이다.

※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2020년 10월 유튜브 채널 ‘닥터지하고’를 개설해 정신건강 정보와 명상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1월 기준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17만2000명이다. 에세이 ‘마음이 흐르는 대로’와 육아서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의 저자이기도 하다.

지나영 교수의 ‘이것만 해도 소통의 반은 적중! 첫마디 맞장구 요법’(https://youtu.be/zdRXVJkYqvQ)
#공감왕#대화법#공감과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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