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모바일 시장 최대의 이슈는 역시 삼성전자 갤럭시S23 시리즈다. 갤럭시S20 시리즈 이후 출시된 갤럭시S21과 S22 시리즈가 원가 절감이나 발열, 성능 제한을 비롯한 적지 않은 논란을 겪은 터라, 이번 갤럭시S23에 쏠리는 관심이 클 수 밖에 없다.
특히 이번에 출시된 갤럭시S23 시리즈는 자사의 엑시노스 시리즈가 아닌 퀄컴의 스냅드래곤 프로세서를 탑재하면서까지 성능 및 발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또한 역대 최고 수준인 2억 화소의 카메라를 적용하는 등(울트라 모델 기준), 그룹을 대표하는 플래그십급 제품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구성을 갖췄다고 삼성전자는 강조하고 있다.
참고로, 리뷰 제품은 대개 업체의 홍보 부서를 통해 대여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리뷰에 이용한 갤럭시S23 울트라(이하 S23 울트라)는 필자가 직접 구매한 제품이다. 때문에 실제 소비자의 입장에 가까운 감각으로 체험 및 기사 작성이 가능했다. 사전 개통 첫 날인 금일(14일) 오전 정상 개통을 받았으며, 최대한 초기 설정을 유지하며 그날 저녁까지 평상시의 이용 감각으로 제품을 체험해봤다.
이렇게 무겁고 비싼데, 박스를 열어보니…
S23 울트라는 S23 시리즈 중에서도 최상위급 모델이다. 프로세서(퀄컴 스냅드래곤8 Gen2 for Galaxy)는 다른 S23 시리즈와 같은 것을 쓰지만, 화면 크기나 램 용량, 배터리, 카메라를 비롯한 전반적인 사양이 한층 강화되어 있으며, S펜을 유일하게 기본 탑재한 제품이기도 하다. 물론 덕분에 무게(233g) 역시 가장 무겁다. 기존의 갤럭시 S 울트라 시리즈나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이용하던 사용자라면 무리 없이 적응 가능할 것 같지만 그래도 무거운 건 사실이다.
제품 박스가 아주 작은 데다 내용물 역시 제품 본체와 케이블, 유심 핀 및 한 장의 간편 설명서만으로 구성되었다. 그 외에 화면 보호 필름 역시 제공되지 않으며, S펜을 위한 여분의 교체용 펜촉 역시 들어있지 않다. 요즘 말하는 이른바 친환경 패키지라는 것인데, 환경을 지키는 건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솔직히 ‘본전’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S21 시리즈 즈음부터 이런 구성이 기본이 된 것 같은데, 충전기와 케이스, 이어폰까지 충실하게 담아주던 예전의 패키지가 좀 그립기도 하다.
전작과 거의 같은 외형 및 구성, 애매한 S펜 위치까지 그대로
전반적인 디자인과 크기는 전작인 S22 울트라와 거의 같고 양쪽 측면을 곡면으로 처리한 엣지(Edge) 화면을 적용한 점도 전작과 유사한 점이다. 다만 S22 울트라에 비해 엣지 부분의 곡률이 미세하게 줄어들었다. 때문에 일부 경우를 제외하면 S22용 울트라용 케이스는 대부분 S23 울트라에 호환되지 않을 것이다.
엣지 화면의 곡률이 약간 줄어들어 전작에 비해 미세하게나마 평면(플랫) 화면에 가까워졌고 화면 주변의 배젤(공백) 역시 적어 보인다. 아주 미세한 차이이긴 하지만 엣지 부분에 사용자의 손이 닿아 오조작이 일어나는 빈도가 줄어들고 실제 터치 가능한 영역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리뷰에 이용한 모델은 ‘크림’ 컬러 제품으로, 전작의 ‘팬텀 화이트’에 비하면 베이지색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그리고 약간 노란 빛이 감도는 은색 크롬 컬러로 측면 및 상하단을 마감했는데, 각자 취향에 따라 평가는 갈리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운 디자인이다.
갤럭시 노트 시리즈는 단종되었지만 S22 울트라부터 S펜이 기본 탑재되어 노트 시리즈의 정체성을 계승하고 있다. S23 울트라 역시 본체 하단에 S펜이 꽂혀 있어 화면을 직접 필기하듯 이용 가능하다. 상단의 버튼을 누르면 저절로 펜이 튀어나와 편하게 이용이 가능하며, 전작과 마찬가지로 펜 표면의 버튼을 눌러 필기한 내용을 지우거나 카메라 무선 리모컨으로 이용하는 등의 활용이 가능하다.
참고로 S펜은 본체 하단 우측이 아닌 좌측에 꽂힌다. 때문에 소비자 중 절대 다수인 오른손잡이 들이 S펜을 꽂고 뺄 때마다 불편함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는 전작에서도 지적 받았던 사항인데, 이를 개선할 방법을 아직도 생각해내지 못한 것 같다.
변함없는 고품질 디스플레이, 스피커 성능은 다소 불만
S23 울트라에 탑재된 화면은 6.8인치에 3088x1440 해상도(1440p)에 최대 120Hz 주사율을 갖춘 다이내믹 아몰레드 2X 디스플레이로, 전작과 같은 사양이다. 전작 역시 화질 면에서 호평을 받은 만큼, S23 울트라 역시 시각적인 만족도는 높다. 화면에 내장된 지문인식 센서 역시 감도가 좋고 빠르게 인식한다.
최대 밝기 역시 1750니트로 상당히 높으며, 화면 전반의 명암비와 색감을 향상시키는 HDR10+ 기술에도 대응한다. 다만, 이 정도 사양의 화면이라면 아이폰14 시리즈처럼 HDR 기술 중 가장 고급 규격인 돌비비전까지 지원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등의 OTT 서비스에서 돌비비전 지원 콘텐츠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3.5mm 이어폰 포트는 없으며 이어폰을 이용하려면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이나 USB 타입-C 규격의 유선 이어폰을 이용해야 한다. 그리고 본체에 달린 스테레오 스피커의 경우, 중간 정도의 음량에서는 괜찮은 소리를 들려주지만 음량을 많이 높이면 소리가 다소 찢어지는 느낌을 주는 것이 아쉽다. 사운드 개선을 위한 돌비 애트모스 기술을 적용했다고는 하지만 이를 활성화시켜도 거의 차이는 느끼기 어려웠다. 삼성전자가 예전에 갤럭시 노트9 같은 제품에는 정말로 괜찮은 스피커를 넣은 적도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아쉬운 점이다.
놀라운 성능의 줌 카메라, 더 놀라운 접사 카메라
카메라의 구성이 상당한 수준이다. 전면에 1200만 화소 셀피 카메라, 후면에는 12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 및 2억 화소 광각 카메라(사실상 메인 카메라), 그리고 1000만 화소의 3배 광학줌 망원 카메라 및 1000만 화소의 10배 광학줌 카메라를 따로 갖췄다.
2억 화소라는 수치도 놀랍지만 최대 10배 줌까지 디지털줌이 아닌 순수 광학줌 카메라를 갖췄다는 것이 여타 제품과의 차별 포인트다. 디지털줌과 달리, 광학줌은 줌 배율을 높여도 화질 저하가 적기 때문이다. 그리고 광학줌과 디지털줌을 조합해 최대 100배까지 확대가 가능한 ‘스페이스줌’ 기능 역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갖췄다. 물론 이 경우는 화질저하가 불가피하지만 전작 대비 어느정도 그 정도가 나아졌는지가 주목할 만한 부분일 것이다. 이날 오전 필자는 마침 IoT 비즈니스 SI(정보시스템 통합) 기업인 ‘애니온넷’의 김주혁 총괄사장 및 노현기 기술이사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상대방의 양해를 얻어 S23 울트라의 카메라를 테스트할 겸, 다양한 사진을 찍어봤다. 모든 촬영은 이렇다할 모드나 설정 변경 없이 초기 설정 상태에서 바로 찍었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역시 줌 기능이다. 주변 조명이 충분한 촬영 환경이라면 10배 줌 까지는 이렇다할 사진 품질 저하를 느끼지 못했으며, 30배 줌 역시 웹 업로드용 사진 정도로 이용하기에는 큰 무리가 없는 품질의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100배 줌의 경우, 품질 저하가 상대적으로 크긴 했지만 AI를 통한 자동 품질 보정 기술 덕분에 경계면이 비교적 깔끔하게 표현되어 윤곽 확인용으로 쓴다면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더욱 인상적인 건 근접한 거리에서 찍은 접사 촬영 성능이다. 손톱만한 크기의 IoT 모듈을 불과 2~3cm 거리까지 바짝 근접해 찍었는데도 불구하고 부품에 적힌 깨알만한 크기의 모델 번호나 시리얼 번호까지 선명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기자의 취재용 카메라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안정적인 게임 플레이 가능, GOS 논란 완전히 벗을지는 두고 봐야
컴퓨팅 성능의 경우, S23 울트라는 퀄컴의 최상위급 모바일 기기용 AP인 스냅드래곤8 Gen2, 그 중에서도 갤럭시용으로 최적화한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기본 구성은 타사 기기에 탑재된 스냅드래곤8 Gen2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갤럭시용은 동작 클럭 속도가 좀 더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인기 모바일 게임인 ‘원신’을 30분 정도 플레이해보며 성능을 가늠해 봤는데, 평균 초당 프레임(FPS)은 40프레임 전후, 내부 온도는 섭씨 33도 정도를 유지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다만, 프로세서 동작 클럭을 다소 낮춰 발열과 배터리 소모를 억제하는 GOS(Game Optimizing Service) 기능은 이번 S23 시리즈에도 기본 탑재된 것 같다. 전작들이 이 GOS 때문에 최대 성능을 이용할 수 없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혹시나 해서 시스템 설정을 변경해 GOS 항목을 비활성화하고, 게임 관련 플러그인 중 하나인 ‘게임 부스터 플러스’에서 원신의 구동 모드를 ‘최대 FPS’ 모드로 변경했다. 그 외에 ‘게임 부스터 실험실 메뉴’에서 ‘게임 퍼포먼스 관리’ 항목을 활성화해 성능 제어 없이 최대 성능을 이끌어보고자 했는데, 이렇게 하니 평균 초당 프레임이 올라가긴 커녕, 오히려 초당 30프레임 정도로 저하되는 것을 확인했다. 그 이유는 아직 불확실하다.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은 기본 설정 하에서 초당 40프레임 전후로 비교적 안정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니 차라리 이대로 이용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후에 좀 더 차분하게 테스트해보며 분석이 필요한 사항이다.
안드로이드 중에서는 확실히 No.1, 아이폰 성능에도 바짝 근접
모바일 프로세서의 성능을 측정하는 벤치마크 애플리케이션인 ‘긱벤치5(Geekbench 5)’도 구동해봤다. 이런 벤치마크 앱은 현재 기기의 상태(온도, 설치 애플리케이션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곤 하는데, 이번 테스트에선 원신 게임을 30~40여분 정도 구동해 내부 온도가 상당부분 높아진 상태에서 바로 구동했다.
구동 결과, 단일 코어 성능 1523점, 멀티 코어 성능 4914점으로 측정되었다.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 폰 중 최상위권이며, iOS 기반 스마트 폰 중에는 아이폰 13 프로와 아이폰 14 프로의 중간 정도 되는 수치다. 특히 S22 시리즈에 비하면 확연하게 향상된 성능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개통 첫 날인데도 인상적인 배터리 성능
배터리 능력도 인상적이다. 제품을 받자 마자 배터리를 100% 충전한 후, 개통일 오전에 처음으로 전원을 켜고 각종 초기 설정 및 앱 설치를 진행했으며, 그 이후로도 재충전 없이 저녁 9시까지 카메라 촬영 및 게임 구동, 벤치 마크 등을 이어갔다. 이렇게 총 12시간 동안(화면 켜진 시간은 5시간 16분) 이용한 후 다시 화면을 확인하니 아직 15%의 배터리가 남은 것을 확인했다.
이제 막 개통하고 초기 설정을 한 스마트폰은 백그라운드에서 다양한 작업을 하기 때문에 안정화된 상태의 일반 스마트폰에 비해 배터리 소모가 많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준수한 배터리 효율을 보여준 것이 인상적이다.
좋긴 한데, ‘돈 값’은 할까?
이번 리뷰는 갤럭시S23 시리즈 사전 개통 첫날 불과 반나절 정도만 이용해보고 작성한 것이다. 때문에 그다지 깊이 있는 체험을 했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짧은 체험 시간 속에서도 인상적인 면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는데, 특히 카메라 성능이나 배터리 효율은 전작들 대비 확연하게 향상된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음량을 높이면 찢어지는 스피커 음질이나 애매한 S펜의 위치, 묵직한 무게, 부실한 패키지 구성 등,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장점이 확실히 많은 제품이라고 느꼈다. 특히 필자가 어제까지 이용하던 갤럭시S21(기본 모델)은 발열이 너무 심해 카메라만 장시간 구동해도 버벅거림이 확연했고, 뒷판을 비롯한 일부 재질에서 원가절감이 노골적이라 아쉬웠는데, S23 울트라에선 이런 애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159만 9,400원에서 시작하는 가격은 아무리 생각해도 좀 비싸긴 하다. 이게 과연 ‘돈 값’을 할 것인지는 이제부터 시장에서 직접 평가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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