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육식공룡 스피노사우루스
다른 공룡과 달리 물고기 섭취
조상 화석엔 수중생활 흔적 없어
먹이 구하면서 진화과정 거친 듯
공룡 중 스피노사우루스는 잔인한 포식자로 알려진 티라노사우루스, 벨로시랩터 등과 함께 ‘수각류(獸脚類)’로 분류된다. 백악기에 살았던 대형 육식공룡이다. 하지만 독특하게도 수중 생활을 하며 물고기를 먹고 살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 공동연구팀이 스피노사우루스의 두개골 진화 과정을 분석해 독특한 생태학적 특성을 규명하고 국제학술지 ‘해부학 저널’ 2월 13일자에 발표했다.
스피노사우루스의 두개골이 물고기 사냥에 최적화된 방향으로 진화한 과정을 밝힌 것이다. 스피노사우루스가 출현했던 초기에는 다른 수각류와 해부학적으로 비슷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수중 생활에 알맞게 진화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영국 사우샘프턴대와 미국 오하이오대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영국 서리주에서 발견한 ‘바리오닉스’와 영국 와이트섬에서 발견한 ‘케라토수콥스’의 두개골과 이빨 화석을 바탕으로 뇌 등 내부조직을 디지털 시뮬레이션으로 재현했다. 이들은 백악기 전기 스피노사우루스가 출현했던 초창기 스피노사우루스의 조상으로 약 1억2500만 년 전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시뮬레이션 결과 이들의 뇌에는 수중 생활을 설명할 수 있는 단서가 전혀 없었다. 기존에 발견된 스피노사우루스 두개골 분석과 반대되는 결과다. 크리스 바커 영국 사우샘프턴대 박사과정 연구원은 “초기 스피노사우루스의 뇌와 감각기관은 다른 대형 수각류와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수중 생활에 대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것이 의외”라고 말했다. 심지어 이들은 수중 생활에 필수인 후각 구근도 잘 발달돼 있지 않았다.
기존에 분석된 모든 스피노사우루스의 두개골에서는 현생 악어처럼 물속의 진동을 감지하기 위한 신경계가 발달한 증거가 있었다. 물속에서 사냥할 때는 시각보다는 물의 진동이나 후각, 청각 등을 활용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에 이런 해부학적 증거가 이들의 수중 생활을 추정하는 단서가 됐다.
연구팀은 출현 초기 스피노사우루스는 해부학적으로 물고기 사냥에 특화돼 있지는 않았지만 청각, 후각, 균형 등의 감각을 총동원해 먹이를 구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닐 고스틀링 영국 사우샘프턴대 교수는 “영국에서 발견된 화석을 분석해 공룡이 끊임없이 진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논란이 많은 스피노사우루스의 생물학적 진화에 대한 귀중한 자료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스피노사우루스가 물가를 거닐며 물고기를 사냥했는지, 악어처럼 반수생 생활을 했는지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이들이 물과 친숙했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정론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3월 미국 시카고 필드자연사박물관 연구팀은 스피노사우루스가 물속을 헤엄치는 데 적합했을 거라는 증거를 골밀도에서 찾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육지생활을 하는 공룡들은 뼈 가운데가 비어 있는데 스피노사우루스는 골밀도가 높아 물속에서 부력을 통제하며 사냥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앞서 아마추어 영국인 화석 수집가인 윌리엄 워커가 스피노사우루스류인 바이로닉스의 위에서 다른 공룡의 뼈조각과 함께 물고기 비늘을 발견해 이들이 물고기를 먹었다는 사실이 증명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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