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포레 박성훈 대표, “산업 현장이 원하는 메타버스를 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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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2월 17일 13시 01분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에 제약에 생긴 이후, 메타버스 속 세상은 실내에서도 시공간을 넘어 연결할 수 있기에 기대감은 더해졌다. 혹자는 포스트 인터넷 시대를 주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도 말한다. 메타버스를 기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확장성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메타버스를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상상 속 아이디어를 구현하는데 경계가 없기 때문이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경계를 허무는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 그리고 사람을 연결하며 디지털 트윈의 주요 무대다. 현실 속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체험하고, 보다 효율적인 결과를 미리 테스트해 볼 수 있다. 이에 IT동아는 메타버스 기술을 통해 제조와 의료, 협업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디지포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디지포레 박성훈 대표, 출처: IT동아

디지털 트윈, 메타버스가 추구하는 미래

IT동아: 오랜만이다. 지난 2021년 처음 디지포레를 만난 뒤 어느새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디지포레가 선보인 제조, 의료, 협업 관련 메타버스 서비스 소식을 접했다. 디지포레는 산업 현장부터 교육, 의료 등 다양한 영역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했고, 이를 통해 여러 기업과 기관 등에 메타버스 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 솔루션 등을 제공했다. 정리하자면, 메타버스를 필요로 하는 다양한 산업 영역에 맞춰, 그게 필요한 기술을 제공한 셈이다.

박성훈 대표(이하 박 대표): 맞다. 디지포레는 지난 2017년 설립한 이래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MR(혼합현실), XR(확장현실) 관련 특허를 출원, 등록하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정부 산하 기관 및 대기업과 협업하며 기술 개발 역량과 경험을 축적했다. 음… 이렇게 설명하고 싶다. 디지포레는 ‘인더스트리얼(Industrial) 메타버스’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라고.

KAIST 컨소시엄과 디지포레가 공동 개발한 '제조 AI 메타버스 팩토리'의 모습, 출처: 디지포레

IT동아: 인더스트리얼 메타버스? 무슨 뜻인지 궁금하다.

박 대표: 인더스트리얼이 뭔가. 말 그대로 산업이다. 산업에는 다양한 영역이 있다. 제조, 의료, 국방, 디지털, 교육, 비즈니스(협업) 등… 다양하다. 그리고 각 산업 영역마다 필요로 하는 지식, 기술, 경험 등은 제각각이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을 때 적용할 수 있는 산업 분야는 천차만별이다. 메타버스 기술도 마찬가지다. 제조 산업에 필요한 부분이 있고, 의료 산업에 필요한 부분이 있다. 각 산업의 특징에 맞춰야 한다. 궁극적으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이 다르다. 제조 공장에서 원하는 메타버스와 병원에서 원하는 메타버스가 똑같을 수는 없다.

IT동아: 아… 이해했다. 조금 원론적인 질문을 하고 싶다. 메타버스 기술을 각 산업에 맞춰 제공한다고 했는데, 산업에서 메타버스 기술을 왜 필요로 하는지 묻고 싶다.

박 대표: 하하.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연결하는 기술이다. 음… 현실의 정보와 디지털 정보를 연결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라고 하는데, 디지털 트윈은 현실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 등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한 것을 말한다. 디지털 트윈 기술은 실제 제품을 만들기 전 모의시험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활용한다.

디지털 트윈, 출처: 셔터스톡

현실세계를 가상세계와 연결하는 이유는 다양한데,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제조 공장에는 다양한 장비가 사용되는데, 사람이 다칠 수 있는 장비도 있다. 손가락 절단처럼 몸이 상할 수 있는 장비가 많다. 그런 장비의 내부를 살펴야 하는데, 사람이 장비에 직접 들어가 볼 수 있을까? 어렵다. 위험한 일이다.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그런데 가상세계 속에 절삭기를 그대로 구현하면, 내부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각 부품을 분해해 조립해 볼 수 있고, 여기에 시뮬레이션을 적용하면 실제 작동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이 쉽게 갈 수 없는 지구 밖 우주 환경을 가상세계로 구현하고, 하늘을 날고 있는 비행기를 가상세계로 구현할 수도 있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직접 사람이 체험하지 않아도, 현실과 같은 경험을 가상세계 속에서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자동차 시운전을 해본다고 가정하자. 이제 막 완성한 테스트 자동차를 끌고 실제 도로에 나서기 위해서는 여러 절차가 필요하다. 하지만, 가상세계 속에 서울시의 아침 8시 도로 환경을 그대로 구현하고, 여기에 테스트 자동차를 가상세계 속에 적용하면, 현실세계와 같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IT동아: 실제와 똑같은 환경을 가상세계 속에 구현하고, 실제 장비와 똑같이 움직이는 장비를 가상세계에 구현할 수 있다면… 맞다. 그렇게 할 수 있다.

디지포레 박성훈 대표의 메타버스 플랫폼 발표 모습, 출처: 디지포레

박 대표: 사람이 현실에서 실제로 체험하기 어려운 경험을 가상세계에서 먼저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 엄청난 경험이다. 많은 장점을 내포한다. 테스트 자동차가 아닌 우주선이라고 가정해 보자.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 우주선을, 테스트라는 명목으로 몇 십 대를 날려볼 수 있나? 없다. 불가능하다(웃음). 하지만, 현실세계와 연결된 가상세계, 메타버스 속에서는 가능하다. 디지털 트윈, 메타버스는 여기서 시작한다. 메타버스는 사람이 직접 체험하기 어려운 경험을 현실처럼 제공한다.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직관적인 경험이다.

출처: 셔터스톡

현실세계를 가상세계와 연결한다는 의미

IT동아: 기술적 성숙도는 어떤가. 가상세계에 현실을 그대로 구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텐데.

박 대표: 메타버스는 크게 5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거울세계라고 말하는데, 현실을 똑같이 모사한 가상세계를 뜻한다. 디지털 트윈이 여기에 속한다. 2단계는 모니터링이다. 가상세계가 현실처럼 움직이는 것을 뜻한다. 자동차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우주선이 어떻게 날아가는지 등의 실제 데이터를 적용한 세계다. 현실처럼 움직이는, 작동하는 가상세계라고 이해하면 된다. 공장의 생산라인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자동차는 어떻게 움직이는지 등 다양한 데이터를 연동한다. 현실 데이터 바탕으로 실시간 관제할 수 있는 것이 모니터링이다.

출처: 셔터스톡

지금 현재의 메타버스는 1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우리가 눈으로 보고 있는 공간 정보, 사용자 정보, 수많은 제품과 장비 등의 데이터를 가상세계에서 구축하고 있는 단계다. 그리고 일부 환경에 따라 촘촘한 IoT(사물인터넷) 센서를 바탕으로 모니터링으로 넘어가고 있다.

3단계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시뮬레이션이다. 미리 작동해 보는 단계로, 현실과 똑같이 움직이는 가상세계에 상상력을 적용해 볼 수 있다. 현실과 똑같이 작동하고 있는 가상세계 속 공장의 생산라인을 바꿔서 생산효율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미리 예측할 수 있다. 가상 시뮬레이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4, 5단계는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데, 가상세계에서 구현하는 가상 시뮬레이션을 현실세계에 그대로 적용하는 단계다. 만약 3단계에서 공장 생산라인을 바꿔 효율성이 향상되었다면, 이를 현실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셈이다. 도금 공정에 필요한 용액을 섞어 주는 교반기(믹서기)가 있다고 가정하자. 각 용액의 용량과 믹서기의 날개가 회전하는 회전 수 등을 적용한 모니터링이 가능한 가상세계에서 여러 실험을 해 본 결과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예측값을 얻었을 때, 이를 현실 교반기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단계다.

디지포레와 KAIST 컨소시엄이 개발·고도화 하고 있는 조립 공정 메타버스, 출처: 디지포레

IT동아: 현실세계를 바탕으로 한 가상세계에서 예측한 결과를, 현실세계에 다시 적용하는 것인가.

박 대표: 맞다. 그게 현실과 가상이 연결된 세계, 메타버스다. 방금 전 얘기한 교반기를 예로 들어보자. 최적의 도금 용액을 만들 수 있도록 인공지능이 미리 테스트해 보고,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마치 이런 것과 같다. 공장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공장장은 공장에서 발생하는 소음, 눈으로 확인한 정보 등을 바탕으로 감독한다. 그런데 공장장이 자리를 비울 경우, 신기하게 불량률이 올라간다. 하지만, 4, 5단계의 메타버스는 공장장이 자리를 비워도 괜찮다(웃음).

이처럼 메타버스는 더 높은 효율, 더 편리한 미래를 위한 기술이다. 디지포레는 이러한 미래를 위해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기업이다.

메타버스와 사람의 연결, 더 나은 의사결정을 향해

IT동아: 디지포레는 어떤 미래를, 어떤 메타버스를 추구하고 있나.

박 대표: 앞서 설명한 대로 메타버스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주목하고 있는데, 우리는 제조와 의료, 그리고 협업에 집중하고 있다.

제조 현장을 예로 들어 보자. 먼저 현실과 같은 가상세계를 만든다. 가상세계 구축을 위한 데이터는 이제 빠르게 수집할 수 있다. 대표적인 기술이 ‘NeRF(neural radiance fields)’다. NeRF 기술을 활용하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몇 장의 사진만으로 3차원 가상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 구글, 엔비디아 등도 NeRF 기술을 활용한다. 과거에는 3차원 가상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수많은 비용과 시간, 인력이 필요했는데, 기술의 발전으로 이를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이해하면 된다. 즉, 1단계 구축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출처: AI SUMMER
출처: AI SUMMER

이를 통해 공장 기계 설비, 공장 내부/외부 모습, 공장 생산 라인 등을 가상세계에 구현한다. 그리고 여기에 IoT 센서 등을 바탕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적용한다. 메타버스 2단계, 모니터링이다.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현실과 똑같이 움직이는 스마트 팩토리를 구현한다.

의료는 CT, MRI 등의 정보를 3차원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평면 사진으로만 볼 수 있었던 기존 CT, MRI 사진을 메타버스에서는 3차원으로 구현할 수 있어, 의사가 환자의 몸을 2D가 아닌 3D로 확인할 수 있다.

디지포레가 개발한 메타버스 기반 실감형 다학제 회의 솔루션, 출처: 디지포레

우리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간다. 바로 사람과의 연결이다. 가상세계에 구현한 공장과 병원에는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도 한 공간으로 연결할 수 있다. 환자의 몸 내부를 3D로 확인할 수 있는 가상세계에서 서울과 부산에 있는 의사가 만나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일종의 화상회의다. 가상세계 공장에 외부 사람을 초청해 돌아다니며 생산라인을 소개할 수도 있다.

디지포레의 실감형 3차원 품평 시스템 XR Auto Studio, 출처: 디지포레

IT동아: 협업 툴인 셈이다.

박 대표: 맞다. 과거에는 회사원들이 회의하려면 사람들이 모여야 했다. 시간과 장소를 정해 만나야 했다. 하지만, 현실과 같은 가상세계 속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지금도 화상회의로 많은 업무를 처리하듯, 가상세계에 들어오기만 하면 된다.

예를 들어 보자. 자동차를 제조하기 위한 전문가들이 있다고 가정하자. 자동차는 쉽게 만들 수 없다. 컨셉 디자인, 내부 부품 설계, 외부 디자인 설계, 목업 등 수많은 과정을 거친다. 수천, 수만 개의 부품을 직접 조립해야 한다. 외부 디자인을 위해 다양한 재질의 부품도 적용해 봐야 한다. 이 모든 걸 마쳐야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그런데, 가상세계에서는 이 모든 과정을 바로 체험할 수 있다. 이를 확장해 자동차를 포함해 수많은 제품을 가상세계 안에서 미리 만들 수 있다.

XR Auto Studio 활용사례, 출처: 디지포레

2단계, 3단계 메타버스를 적용하면, 궁극적으로 완성되어 실제 움직이는 자동차를 가상세계 안에서 여러 전문가가 모여 만들어낼 수도 있다. 현재 디지포레는 국내 한 대학교와 함께 상용차 모델을 가상세계 안에서 모두 분해하고 조립해 볼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 중이다. 자동차 디자인도 바꿔볼 수 있고… 교육 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디지포레는 이러한 목표에 맞춰 메타버스 팩토리(가칭), 닥터메타, XR 메이커 스튜디오, XR 오토 스튜디오, XR 이벤트 스튜디오 등을 제공하고 있다.

WebXR 기반 시제품 품평 솔루션 XR Maker Studio, 출처: 디지포레

디지포레의 목표, Beyond your Imagination

IT동아: 산업 분야에 따라 전문적인 경험과 기술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디지포레는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박 대표: 우리는 메타버스, XR 관련 핵심기술을 제공한다. 시각화, 가상화, 연결성 등의 지원이다. 산업 분야마다 다른 전문지식은 기관, 기업 등과 협업하며 만들어 가고 있다. 디지포레가 제공하는 것은 메타버스, XR 솔루션이다. 이를 바탕으로 기관 또는 기업이 원하는 목적에 맞춰 커스터마이징해 제공한다. 다양한 기기도 지원한다. PC, 모바일, HMD 등 다양한 기기에서 연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난 2022년 ‘하노버 메세’ 국제산업 전시회에 참여한 디지포레 컨소시엄, 출처: 디지포레

정리하자면, 디지포레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연결해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산업용 메타버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메타버스 플랫폼, 산업용 콘텐츠 등으로 조금씩 확장하고 있다. 다소 보수적인 제조와 의료 현장에서 디지포레의 메타버스 솔루션을 선택하는 일이 늘어나는 만큼 산업계가 요구하는 조건을 계속 충족시키고 있다고 자부한다.

가상현실과 현실세계의 연결과 결합, 디지털 트윈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하나의 발판이라고 생각한다. ‘Beyond your Imagination’, 디지포레의 목표다. 몰입감 있는 콘텐츠와 기술로 사람을 연결하는, 소중한 XR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도 우리 디지포레가 만들어 가는 메타버스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동아닷컴 IT 전문 권명관 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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