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건강 관리 목적으로 실내 자전거를 장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정유석 단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59)는 30여 년 전에 그랬다. 실내 자전거는 TV 앞에 뒀다. 평소에는 별로 이용하지 않다가도 TV를 켜면 반사적으로 자전거로 향했다.
지난해 12월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카타르 월드컵 TV 중계를 볼 때였다. 우승 후보였던 포르투갈과의 H조 예선 마지막 경기가 시작되자 정 교수는 자전거에 올라탔다. 열심히 페달을 밟다가 전반전이 끝나니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정 교수도 10분 동안 쉬었다. 이어 후반전. 황희찬 선수가 두 번째 골을 터뜨리면서 2대 1로 역전승을 거두자 정 교수는 환호성을 질렀다. 자전거 위에서다.
정 교수는 주변 사람들에게 ‘건강 전도사’로 통한다. 자신의 전공 영역인 금연과 스트레스 관리를 강조해서만은 아니다. 그의 운동 철학 때문이다.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 일상에서 운동하는 게 건강에 보탬이 되는 진짜 운동이라는 것이다. 실내 자전거 타기도 그런 철학에서 시작했다.
●30여 년째 TV 보며 자전거 타기
TV 보며 자전거 타기는 30대 초반에 시작했다. 시쳇말로 철근도 씹어 먹을 팔팔한 나이였다.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운동을 시작한 건 아니었다. 이유는 딱 하나. TV 보는 시간이 너무 아깝더란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TV 뉴스는 꼭 챙겨봤다.
문득 TV를 시청하면서 운동을 병행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시행에 옮겼다. 처음에는 이른바 ‘러닝머신(트레드 밀)’을 들여놓으려 했다. 하지만 층간 소음이 걱정됐다.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뉴스가 끝날 때까지 편안하게 운동할 수 있는 기기구를 찾다가 실내 자전거에 꽂혔다.
그때부터 TV 뉴스를 볼 때면 자연스레 자전거에 올라탔다. 스포츠 뉴스가 끝날 때까지 페달을 밟았다. 대략 50분~1시간 동안 ‘저절로’ 운동하게 된 셈이다. 이후로는 다른 TV 프로그램을 볼 때도 자전거를 탔다. 영화 한 편을 볼 때는 2시간 남짓 자전거를 탔다.
때로는 귀찮았고, 때로는 지쳤다. 소파의 아늑함이 그립기도 했다. 그때마다 유혹을 참아야 했다. 유치원 다니는 아이에게 “아빠가 소파에서 TV를 보다 들키면 벌금을 낼게”라며 감시 역할을 맡기기도 했다.
사실 정 교수는 실내 자전거 외에 여러 운동에 도전해봤다. 헬스클럽에서 몸도 만들어봤고, 수영장에서 레슨도 받았다. 하지만 매번 실패했다. 정 교수는 “대부분 한 달을 못 넘겼다. 수영은 세 번이나 등록했지만 모두 중도 포기했다”고 말했다.
실내 자전거만큼은 달랐다. 그러니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TV를 켜면 무조건반사처럼 자전거에 앉는다. 정 교수는 자신의 이 방법을 고스톱 게임에 비유하며 ‘일타쌍피’ 건강법이라 불렀다. 운동과 휴식, 혹은 운동과 문화 생활을 동시에 한다는 뜻이다.
●“연구실에 있을 때 운동량 가장 많아”
집에서 실내 자전거 타는 재미가 붙자 연구실을 리모델링했다. 책상 앞에 있던 의자를 치웠다. 그 자리에 실내 자전거를 들여 놓았다.
처음에는 자전거 핸들에 열량 소모량을 알 수 있는 장치를 달았다. 하루에 얼마나 운동을 많이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였다. 얼마 후에는 일회용 옷걸이로 책 받침대를 만들어 핸들에 설치했다. 자전거를 타며 가벼운 소설은 뚝딱 읽었다. 지금은 자전거 핸들에 또 다른 작업대가 설치돼 있다. 컴퓨터 키보드와 모니터가 그 위에 있다. 컴퓨터 작업을 하려면 자전거를 타야 한다.
정 교수는 오전 8시 반에 출근한 후부터 퇴근할 때까지 틈만 나면 자전거를 탄다. 일단 자전거에 오르면 최소한 50분은 페달을 밟는다. 진료가 없는 날에는 4시간 이상 자전거를 타기도 한다. 물론 진료 일정이 빡빡한 날에는 자전거를 탈 수 없다. 이런 상황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평균적으로 매주 4,5일 동안 자전거를 타는 셈이다. 정 교수는 “연구실에 오래 있는 날이 가장 운동량이 많은 날”이라며 웃었다.
실내 자전거 타기만 30여 년. 효과는 어떨까. 그는 “확실하게 건강 관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중년 이후의 남성에게 나타날 수 있는 위험 신호가 거의 없다. 혈당과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가 모두 정상이다. 게다가 신체의 변동 폭이 거의 없다. 그는 30여 년째 키 178㎝, 몸무게 75㎏을 유지하고 있다.
●헬스클럽 아닌 일터에서 근력 운동
30년 동안 자전거를 탔기에 정 교수의 하체 근육량은 동년배 남성을 크게 앞선다. 다만 상체 근육량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7년 전부터 상체 근력 운동을 시작했다.
먼저 연구실에 턱걸이 장치를 설치했다. 자전거를 타다 엉덩이가 배긴다 싶으면 턱걸이를 했다. 처음에는 단 1개도 성공하지 못했다. 매달리기라도 하자고 마음먹고 계속 도전했다. 1개, 2개 늘어나더니 지난해 초에는 10개를 돌파했다. 현재는 턱걸이 15개는 거뜬해졌다. 정 교수는 연말까지 20개 돌파를 목표로 설정했다.
팔굽혀펴기도 자주 한다. 연구실을 들락거릴 때마다 10개씩 하자고 마음먹었다. 하루에 3회만 출입해도 30회를 하는 셈이다. 팔굽혀펴기 횟수도 점차 늘려나갔다. 지금은 한 번 시작하면 70개는 거뜬하다. 정 교수는 “팔굽혀펴기와 턱걸이, 두 가지만으로도 헬스클럽에 가지 않고 상체 근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운동은 빠지면 ‘중독’되는 것일까. 정 교수는 그밖에도 여러 운동을 한다. 산을 좋아해서 매달 한 번 정도는 꼭 등산을 한다. 2019년에 안나푸르나 트래킹도 다녀왔지만 대체로는 가까운 산을 주로 다닌다. 아파트 탁구 동호회에도 가입했다. 매주 2,3회 정도 저녁 시간에 1시간 반 정도 탁구를 즐긴다. 정 교수는 “1시간 반 정도만 탁구를 해도 걸음 수가 8000 보 정도 됐다. 돈도 별로 안 들고 부상 위험도 적은데다 실내 운동이라 언제든 즐길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가정과 직장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 최고”
정 교수가 현재 하고 있는 운동에는 공통점이 있다. 가끔 야외 운동을 하지만 대부분 실내 운동이라는 점이다. 정 교수는 일터나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실내 운동이 야외 운동보다 실패 확률이 낮다고 했다. 언제든지 바로 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는 “새벽 달리기를 하겠다며 큰 맘 먹고 운동화를 사 놓고도 새벽에 비가 오면 ‘내일부터 해야지’ 하며 자버리는 사람을 여럿 봤다”며 “현재 자신이 있는 곳에서 운동할 수 있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 근무 시간이나 공부 시간, 혹은 집안일을 하면서 틈틈이 할 수 있는 운동이 의외로 많다고 했다. 이를테면 주부들은 설거지할 때 스쾃 운동을 하면 된다. 뻣뻣하게 서서 허리를 구부리면 오히려 허리 질환 위험성이 높아지지만 살짝 무릎을 구부리고 스쾃 자세를 하면 하체 근력이 튼튼해진다는 것이다.
직장인들도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면 된다. 출퇴근 시간에도 운동은 가능하다. 빈 자리를 찾아 앉기보다는 서서 약한 강도로 스쾃을 할 수 있다. 혹은 뒷발을 살짝 들어올려 몸을 지탱하는 자세를 유지하면 종아리 근육이 튼튼해진다. 손잡이를 안 잡고 두 발로 버티는 것도 하체 근력 강화에 효과가 있다.
건강에 좋은 식단은 따로 있을까. 정 교수는 “난 식단 관리를 따로 하지 않는다”며 “건강에 가장 좋은 식사법은 골고루 먹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 운동을 많이 하면 맛있는 음식이 더 생각난다. 그럴 때면 열심히 땀을 흘린 보상으로 충분히 먹는 방법을 택한다. 다만 소량이지만 몸에 꼭 필요한 미네랄이 결핍될 수도 있어 종합비타민제 한 종류는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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