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위기 극복하려면… 청년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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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제1차 미래와 인구전략 포럼
한국 ‘성인 이행기’ 길어지는 추세
청년 결혼-출산 여건 충족시켜줘야

보건복지부가 22일 개최한 제1차 미래와 인구전략 포럼에서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이 저출산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보건복지부가 22일 개최한 제1차 미래와 인구전략 포럼에서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이 저출산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지금 청년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청년들이 이 두 가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취업 등 경제적 자립이 선행돼야 합니다.”

22일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제1차 미래와 인구전략 포럼: 저출산 대응 정책 평가와 과제’에서 유민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에서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는 원인을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이행하는 시기, 즉 자립하는 시기가 늦어진 점을 꼽았다. 그러면서 “유례없는 초저출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혼과 출산을 강요하는 정책이 아니라 자립을 지원하는 방식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청소년→성인 이행기 점점 늦어져
유 연구위원은 한국 사회에서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는 원인을 설명하면서 ‘성인 이행기’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유 연구위원은 이는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전환되는 기간을 뜻하는데, 한국 사회에서는 개개인의 성인 이행기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나이로는 성인이 됐지만 아직 취업 등을 통해 경제적 자립을 하지 못해 성인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유 연구위원은 “청년들이 대학 졸업을 유예하고 졸업 후 취업 준비를 하면서 사회에 진입하는 연령이 늦어지고 있다”며 “이는 곧 결혼과 출산을 고려하지 않는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고 말했다.

유 연구위원은 또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선택지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21년 18∼34세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결혼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6.6%에 불과했다. 반면 “결혼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응답과 “결혼은 해야 한다”는 응답은 각각 54.3%, 39.1%에 달했다. 따라서 결혼과 출산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충족시켜 줘서 스스로 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의 정책이 현 상황에서는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포럼에는 2030 청년들도 참석해 청년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저출산 현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복지부 2030청년자문단으로 토론에 참여한 최지원 씨는 “지금 내가 행복하지 않다면 미래에 대해서 막연히 장밋빛 꿈을 꿀 수 없다”며 “저출산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도 청년들의 오늘이 행복할 수 있는 방향이 고려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결혼과 출산이 ‘합리적 선택’ 돼야”
이날 발제를 맡은 최슬기 KDI국제정책대학원대 교수 역시 “청년에게 자녀를 갖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KDI국제정책대학원대가 25∼49세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결혼 여부에 관계없이 절반 이상이 이상적인 자녀 수는 2명이라고 응답했다.

실제 1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재의 합계출산율과 비교하면,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원하는 만큼 출산을 하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상적인 자녀 수와 실제 출산하는 자녀 수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남성의 육아 참여 확대 등의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당사자인 청년들의 이야기를 보다 많이 듣겠다”며 “청년들이 희망하는 시기에 결혼을 하고 희망하는 수의 자녀를 낳아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저출산#위기 극복#제1차 미래와 인구전략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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