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은 ‘지역응급기관’… 호흡곤란-흉통 심하면 ‘권역응급센터’ 찾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3일 03시 00분


응급실 궁금증 Q&A
환자 접수 순서대로 진행되지 않고, 소생∼비응급 5단계로 분류해 진료
후순위로 밀렸다면 경증이라는 뜻… 수액은 대체로 응급처치 위해 투입
응급의료기관 규모별로 비용 달라

고려대 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전경(위쪽 사진). 응급실은 도착한 순서대로 보는 곳이 아니다. 중증 분류를 통해 생명이 위급한 환자들부터 진료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고려대 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전경(위쪽 사진). 응급실은 도착한 순서대로 보는 곳이 아니다. 중증 분류를 통해 생명이 위급한 환자들부터 진료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갑자기 복통이 있거나 허리에 통증이 생겨서 급하게 찾은 응급실. 하지만 응급실은 나를 위한 곳이 아닌 듯하다. ‘이렇게 아픈데 왜 빨리 안 봐주지?’ ‘도대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 아파서 찾았다가 마음까지 지치기 쉬운 곳이 바로 응급실이다. 최근 상급종합병원 응급실로 환자 쏠림이 심해지면서 불편이 더 커지고 있다. 응급실은 왜 항상 복잡하고 정신이 없는 걸까. 응급실을 이용하는 환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최석재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홍보이사(응급의학과 전문의·사진)와 이야기를 나눠 봤다.

―응급실은 의사를 보려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면, 먼저 접수를 한다. 하지만 응급실은 다른 과와는 달리 접수순으로 환자를 보지 않는다. 구급차에 타고 오든, 걸어서 오든, 다른 병원에서 전원을 오든 일단 응급실에 도착한 모든 환자는 중증도를 분류하고 처치가 이뤄진다. 중증도는 환자의 혈압, 맥박, 호흡수, 체온 등의 바이털과 증상 등을 종합해서 소생, 긴급, 응급, 준응급, 비응급 등의 5단계로 분류한다. 비응급으로 분류되면 순서가 밀리게 된다.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환자가 많은데 진료 순서가 밀린다고 느끼면 오히려 ‘내 상태가 괜찮구나’ 하고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응급실에서 검사하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나.

“응급실에서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대기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환자가 많다. 사실 응급실에서 진행하는 검사는 굉장히 빠르게 결과가 나오는 편이다. 일반적으로 외래나 입원해서 하는 검사들은 검체(혈액, 소변 등)를 모아 다음 날 검사를 시행하기 때문에 당일에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반면 응급실의 응급 검사는 바로 진행된다. 혈액 검사의 경우 2시간 이내에 결과가 나온다.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의 영상 검사도 결과가 빨리 나오는 편이다.”

―응급실을 찾으면 항상 수액을 맞게 된다.

“응급실에서 맞는 수액은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맞는 영양제 수액과는 달리 약물이 들어가는 통로를 확보하기 위한 것, 다시 말해 응급처치를 대비한 처치다. 심부전, 콩팥부전 등 수액을 조심해서 맞아야 하는 질병들도 있다. 이런 환자들에게도 응급실에서는 일단 수액을 놓는다. 대신에 수액이 들어가는 속도를 느리게 조정하는 등 조처를 해 둔다. 이 외에 탈수가 심하거나 당이 필요한 경우에는 수액 자체가 치료제가 되기도 한다.”

―경증 응급환자들은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하나.

“경험적으로 보았을 때 구토, 설사와 같은 증상으로 대표되는 장염이 응급실 경증 환자 중에서 가장 흔하다. 이런 경증 환자들이 권역응급의료센터와 같은 중증 환자를 봐야 하는 응급실로 많이 오게 되면 응급실이 과밀해지고 중환자를 돌봐야 할 의료진이 부족해진다. 결국 중증 환자들에 대한 치료가 적시에 이루어지기 어렵다. 따라서 경증 환자는 지역응급의료기관이나 응급의료기관 이외 응급실로 가면 훨씬 더 편안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야간에도 이용할 수 있는 간이응급실 개념의 외래를 운영하기도 한다. EM365와 같은 병원들이 이에 속한다.”

―꼭 응급실로 와야 하는 상황은….

“최근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호흡기 증상이 심하면 바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 폐렴인데 너무 늦게 오는 환자가 있다. 청색증이 생기거나 호흡곤란이 심하면 응급실 방문을 미뤄선 안 된다. 가슴이 조이듯이 아프거나 코끼리가 밟는 듯한 느낌의 흉통이 있으면 심근경색의 징후일 수 있다. 골든타임이 중요하므로 주저 없이 응급실로 와야 한다. 특히 한쪽으로 힘이 빠지고, 어지럽고, 말이 어눌해지면 뇌경색과 뇌출혈이 의심되므로 응급실로 와서 CT 같은 영상검사를 해 봐야 한다.”

―응급진료를 받으면 외래진료보다 비싸다.

“응급실이 비싼 것은 사실이다. 야간진료 할증, 응급 의료관리료 등이 추가돼 그렇다. 특히 응급실 이용 시 응급 의료관리료가 청구되는데, 비응급으로 분류되는 경우 이 비용을 100%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종별로도 응급 의료관리료가 조금씩 다른데, 일반 지역응급의료기관은 2만 원대 초반,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약 5만 원, 보다 큰 규모의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약 7만 원이다. 또한 응급의료센터급 이상의 응급실은 전문의 진찰료가 더 붙는다. 모두 경증 환자가 응급 상황이 아닌데도 응급실로 오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이기도 하다.”

#경증#지역응급기관#권역응급센터#응급실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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