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9월, 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KESIA)는 중기부 주관 민간주도형 예비창업 지원 프로그램 ‘시드팁스(Seed TIPS)’ 주관 기관으로 선정됐다. 2022년 처음 추진한 시드팁스는 전문성을 갖춘 민간 운영사가, 창업팀 구성부터 시드투자 유치까지 창업팀의 초기 단계 성장을 책임지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대표적인 민관 협력 창업 프로그램인 기존 팁스의 이전 단계 지원 프로그램으로 투자 유치 이력이 없는 예비창업자 또는 극 초기 창업 기업을 선발해 사업화 자금, 보육 프로그램 등을 지원해 초기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번 시드팁스는 인포뱅크, 프라이머 시즌 5, 스파크랩, 앤틀러 등 4개 기관이 민간 운영사로 참여했다. 이에 IT동아가 이번 시드팁스에 참여, 선발된 스타트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생명보험협회가 공시한 통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가 취급하는 저축성 보험을 뜻하는 생존보험의 2021년 계약 수는 연초 보유 계약 수 966만여 건과 신 계약 건수 48만 건을 합쳐 총 1천15만 건에 달한다. 중복 가입자수를 고려하지 않았을 때 국민 5명 당 한 명은 연금보험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가입자 수가 많은 만큼 해약 규모도 작지 않다. 21년 생존보험 해약 건수는 약 74만 건이며, 금액으로는 10조 6천억 원에 달한다. 사업비나 이자소득세 등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보험을 해지하는 비율이 신규 가입보다도 높다.
하지만 저축성 보험인 연금 보험은 보장성 보험인 종신보험 등과 다르게 제삼자에게 양도할 수 있다. 조건에 따라서는 해약이 아닌 양도를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미국이나 홍콩, 싱가포르 등 금융 선진국에서는 이미 제도적으로 양도 절차가 마련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생보사가 사업비를 회수하고 신규 계약에 주력하다 보니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인슈딜이 노리는 시장이 바로 이 연금보험 양도다. 인슈딜 이남수 대표를 만나 직접 얘기를 나눠봤다. “연금보험 양도 가능한 줄 모르고 해약··· 창업 계기 됐다”
인슈딜 이남수 대표는 SK커뮤니케이션즈와 모토로라 코리아를 거친 뒤 창업에 나선 연쇄 창업가다. 첫 창업은 전공을 살려 사용자 경험 및 디자인(UX/UI)과 관련된 사업을 추진했고, 2015년에는 카셰어링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했던 링커블을 창업해 2년 반 만에 인수합병으로 양도한 이후 인슈딜을 설립했다. 앞서 두 번의 창업 경험이 있었던 만큼 세 번째 창업 역시 ‘플랫폼’을 지향했는데, 어째서 그 개념조차 생소한 연금보험 양도를 사업 아이템으로 선택했을까?
이남수 대표는 자신의 경험이 창업의 시작점이 되었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링커블을 정리한 이후 세 번째 사업 아이템을 찾던 중, 금전적인 문제로 인해 보유 중인 세 개의 연금보험 중 두 개를 정리하게 됐다. 그런데 둘 중 하나는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10년에서 7개월이 모자라 결국 이자 소득세를 내고 납입금을 청산받았다. 그 과정에서 연금보험을 해약하지 않고 양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파고들기 시작했다”라며 입을 열었다.
아쉽게도 생명보험사들은 연금 보험이 양도가 가능한 점을 잘 알리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다. 보험사와 상품마다 이유가 다르기는 하지만, 중도해지가 회사의 영업이익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연금 보험 약관을 보면 계약자를 변경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또한, 금감원의 안내자료에도 보험계약 변경 청구권을 안내하며 제삼자에게 양도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보험사에 따라 제삼자로의 계약자를 변경할 수 있기도 하고 안되기도 한다더라”라면서, “이를 계기로 연금 보험 양도에 대해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보험을 인수할 제삼자를 중개할 수 있다면 플랫폼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20년 가까이 관련 업계에서 종사한 공동 창업자와 함께 2021년 6월 인슈딜을 설립했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인슈딜이 어떤 사람을 위한 서비스인지 설명을 부탁했다. 이 대표는 “인슈딜을 통해 내가 보유한 연금보험을 분석하고, 변동되는 미래 연금 수령액 등을 실시간으로 보여줌과 동시에 분석일 기준 해약환급금에 추가로 받을 수 있는 금전적인 가치인 프리미엄 최대치를 보여주게 된다. 양도할 경우 제시된 프리미엄 내에서 희망 금액을 제시해 매수인과 거래하게 된다. 이후 보험 설계사를 통해 직접 보험사를 방문해 보험증권 계약자를 변경하면 거래가 끝난다”라며 절차를 설명했다.
인슈딜의 역할에 대해서는 “매도인의 연금보험 가치를 평가하고 판매를 중개하는 것, 그리고 매수인이 원하는 과거의 연금상품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보험 설계사를 위한 서비스 역시 준비돼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 대표는 인슈딜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를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는 “연금 보험을 해지하려는 경우는 대게 현금화가 필요한 경우다. 즉시 자금이 필요하다면 해지밖에 답이 없겠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고 좀 더 높은 가치를 받고 싶다면 인슈딜을 활용하면 된다. 매수인 입장에서는 신계약 사업비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위험도가 낮은 안전자산인 보험금융을 연금에 대한 투자로 활용하면 된다”라고 답했다. 생소한 보험 거래, 업계에서 먼저 인정받아
물론 보험을 거래하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다 보니 단계적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먼저 이용자가 보유한 연금보험의 현재 가치와 미래 가치를 평가하는 분석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인슈딜이 분석 알고리즘을 만들자 보험사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연금 상품을 판매할 때 미래 가치를 예측하는 데 인슈딜의 알고리즘을 사용하길 원한 것이다. 창업 6개월 만에 기술력을 인정받은 인슈딜은 이어서 금융위원회가 주최한 핀테크 아이디어 공모에 출전하자마자 대상을 수상했다. 연금 보험을 거래한다는 개념 자체가 혁신 사업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때부터 인슈딜은 출항 준비를 마치고 사업을 추진한다. 엑셀러레이터인 인포뱅크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2022년 9월에는 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가 추진하는 시드팁스에 선정됐다. 시드팁스는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성장 가능성이 유망한 창업 기업이 초기 투자를 받는 구간까지 지원하는 사업이다. 시드팁스와 인포뱅크의 도움을 바탕으로 인슈딜은 작년 12월 말에 ‘인슈딜’과 ‘인슈딜 파트너’의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고, 올해 본격적으로 성과를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액셀러레이터인 인포뱅크, 그리고 시드팁스를 통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을까. 이 대표는 이전 여러 엑셀러레이터의 도움을 받았지만, 인포뱅크의 시드팁스 배치 프로그램인 99도씨(99℃)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인포뱅크는 전에 없던 새로운 사업을 전개하며 겪을 수밖에 없는 많은 어려움을 적재적소에 지원하는 것은 물론, 현실적인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 예를 들어, 초기 기업인 만큼 복잡한 기업회계가 어려운데, 인포뱅크는 중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할 회계관리 요소까지 함께 고민하는 등의 실효적인 도움을 줘서 큰 도움이 됐다”라고 답했다.
또한 시드팁스에 참여한 다른 선정 기업들과 네트워크를 결성한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예를 들어 SNS 기반 리서치 플랫폼을 운영하는 아젠다북을 통해 일반 대중들의 설문을 통해 인슈딜 서비스에 대한 호응을 확인하고 사업에 자신감을 더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앞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게 되고, 그만큼 또 도움을 줄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참고할 기업 없는 인슈딜, 가는 길이 곧 개척지
올해 이 대표가 세운 목표는 인슈딜 서비스에 대한 검증이다. 이 대표는 “참고할 만한 기업도, 비슷한 사업 아이템을 보유한 기업도 없기 때문에 인슈딜이 처음부터 시장을 만들고 개척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우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고, 더 나아가 구체적인 거래 사례나 숫자로 보여줄 수 있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국내 대형 독립 보험 대리점과 인슈딜 서비스의 주요 서비스라 할 수 있는 연금계약 분석 및 가치평가 리포트를 고객에게 발송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한 전략적 양해각서(MOU)를 맺는 등 차근차근 사업을 증명하기 위한 노력들을 이어나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남수 대표는 시드팁스에 참여한 덕분에 사업의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민간 운영사인 인포뱅크는 초기 검증이 필요한 단계에서 적기에 지원해 주며, 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는 폭넓은 네트워크를 통해 사업 모델이 확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시드팁스처럼 주관 기관과 민간 운영사가 각각의 역량과 재원을 양방향으로 지원하는 방법이야말로 스타트업이 가장 크게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방안이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참여 소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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