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두통 지속되면 뇌종양, 뇌출혈? [건강 기상청:통증으로 본 질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8일 03시 00분


[인터뷰]박동혁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외과 교수
일반 두통과 양상 차이 없어… 자세한 검사 필수

박동혁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외과 교수. 박해윤 기자 land6@donga.com
박동혁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외과 교수. 박해윤 기자 land6@donga.com
통증은 신체 각 장기나 조직이 위험 상황을 알리며 대책을 세워달라고 뇌에 보내는 일종의 구조 신호다. 사람에 따라 과잉 반응을 보일 때도 있고 아무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통증이 있으면 통증 부위 또는 다른 장기와 조직에 병리학적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두통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일상적 통증 중의 하나다. 일시적으로 잠깐 아프고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삶이 피폐해질 정도로 심하게 통증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뇌종양이나 뇌출혈 등 심각한 질환의 한 증상일 수도 있다. 문제는 발생 부위와 원인 등에 따라 두통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고 원인 질환이 목숨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점. 박동혁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경외과 교수를 만나 두통의 종류와 원인, 치료법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박 교수는 뇌혈관수술과 난치성, 퇴행성 뇌질환의 줄기세포 치료 및 재생의학의 대가로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외과 과장을 맡고 있다. 아래는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

원인불명 일차성 두통, 진통제 과용 금물
─‘두통’의 의학적 정의는.

“두통은 두부(頭部)의 통증을 의미한다. 이때 두부란 이마에서 관자놀이, 후두부, 목덜미, 머리 안쪽까지를 포함한다.”

두통은 크게 어떻게 구분되고 그 기준은 무엇인가.

“두통은 원인에 따라 일차성 또는 이차성 두통으로 분류한다. 일차성 두통은 자세한 검사에서도 특별한 원인이 발견되지 않고, 이차성 두통은 일련의 검사를 통하여 두통을 유발하는 원인 질환이 발견되는 경우에 해당한다.”

일차성 두통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대표적으로 편두통, 긴장성두통, 삼차신경통에 의한 두통, 기타 원발성 두통으로 분류한다. 극심한 스트레스나 긴장감으로 인해 긴장성두통이 갑자기 찾아온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대개는 치명적이지 않다. 근본적 치료제는 없고 진통제 등으로 대증적 치료를 한다. 의학계에선 세포 단위에서의 이상 병태생리 등 원인을 밝히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삼차신경통은 얼굴의 감각을 지배하는 뇌신경인 삼차신경이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자극을 받아 얼굴 부위와 머리 일부에까지 작열감과 통증을 일으키는 증상이다.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간혹 삼차신경 주변의 뇌동맥이나 뇌정맥이 삼차신경을 압박하는 경우 미세혈관 감압술을 해주거나, 뇌종양 등 삼차신경을 압박하는 원인이 밝혀진 경우 제거 수술을 하면 두통이 호전될 수 있다.

한쪽 머리가 아프면 편두통이라고 한다. 편두통의 진단 기준은.

“대부분의 두통은 일차성 두통에 속하며(70% 이상), 일차성 두통 중 가장 흔한 게 편두통이긴 하다. 하지만 원인 질환 검사를 충분히 하지 않으면 간혹 큰 병을 놓치는 경우가 발생해 자가 진단은 위험할 수 있다. 편두통은 뇌와 뇌신경 또는 뇌혈관의 기능 이상 등으로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통증으로, 대개 4시간 이상 지속되는 중등도 이상의 두통을 말한다. 처음에는 약한 강도로 시작해서 몇 시간에 걸쳐 심해지며 혈관이 뛰는 듯 느껴지는 박동성 통증과 오심, 구토를 동반하는 게 특징이다. 이런 증상이 있으면 편두통을 의심해야 한다.”

편두통은 전조 증상이 따로 있나.

“조짐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로 대별된다. 대부분은 무조짐 편두통이다. 조짐이 있는 경우는 편두통이 오기 전 눈이 부시거나 점이 깜빡이거나 지그재그 선이 보이는 시각조짐, 안면과 손 등이 따갑거나 저린 이상감각이 느껴지는 감각조짐, 단어 등이 잘 떠오르지 않는 언어조짐 등의 증상을 보인다.”

두통 때문에 진통제를 하루 4~5회씩 복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부작용은 없나.

“어떤 약물이든 적정 용량이 있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라 하더라도 소화제 먹듯 4~5회씩 복용하면 약 독성 때문에 간 손상을 불러올 수 있고, 위장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 카페인이 든 약물의 경우 의존성이 있어 장기 복용은 피해야 한다. 편두통 치료제로 쓰이는 트립탄 제제는 의존성이 있고 심혈관계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니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아 복용해야 한다.”

일차성 두통도 시력장애, 마비 등 신경학적 손상을 일으킬 수 있나.

“일반적으로 일차성 두통은 신경학적 후유증을 남기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통증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에 증상을 잘 조절하는 게 관건이다. 다만 병의원에서 자세한 검사를 거치지 않고 자의적으로 진단한 경우 숨어 있는 원인 질환이 존재한다면 신경학적 손상을 야기할 수 있다. 두통의 강도가 심하고 증상이 오래 지속되거나 다른 신경학적 이상 소견이 있다면 전문의를 찾아 검사해보는 게 좋다.”

일차성 두통에 대처하고 예방하기 위한 생활 가이드가 있다면.

“환자 자신이 두통을 유발하는 상황을 잘 찾아서 피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대개는 불규칙한 생활 습관과 스트레스가 유발인자다. 이런 상황을 피하는 데는 규칙적인 생활과 스트레스 관리, 꾸준한 운동과 스트레칭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과도한 음주, 흡연, 카페인 섭취를 하지 않고 근육의 긴장도를 떨어뜨려야 한다. 심적인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운동도 좋다. 문진을 해보면 특정 음식이나 냄새, 지나치게 밝은 빛, 음주나 월경 등도 두통의 이유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두통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두통을 유발하는 상황을 차단하는 게 약물치료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무엇보다 적절한 수면이 중요하다. 하루 7~8시간은 자야 하고 수면의 질도 잘 유지되어야 한다.”

이차성 두통, 신경학적 이상 동반 많아
뇌종양, 뇌출혈 등에 의한 이차성 두통은 일반 두통과 양상 차이는 없지만 신경학적 이상을 동반하는 게 특징이다. 뉴시스
뇌종양, 뇌출혈 등에 의한 이차성 두통은 일반 두통과 양상 차이는 없지만 신경학적 이상을 동반하는 게 특징이다. 뉴시스
이차성 두통에는 주로 어떤 것들이 있나.

“가볍게는 측두동맥염, 후두신경염, 근막동통증후군, 약물 과용이 원인이 돼 발생하는 두통이 있고, 과음 후 겪게 되는 숙취성 두통도 이차성 두통에 해당한다. 심하게는 뇌종양, 뇌출혈, 뇌경색, 뇌수막염 등으로 이차성 두통이 나타나기도 한다. 두통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여러 검사가 중요한 이유는 간혹 그 과정에서 이런 치명적 질병이 발견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약물 과용이 원인인 경우, 수면제나 진정제 등으로 사용되는 향정신성의약품과 카페인이 많이 함유된 약, 혈관확장제 등은 사람에 따라 조금만 먹어도 극심한 두통을 일으킬 수 있다.

두통의 부위와 통증 강도에 따라 원인 질환이 달라질 수 있나.

“원인 질환의 병소와 두통 부위는 일치할 수도 있고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통증의 강도와 원인 질환과의 관계 또한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통증이 심하다고 이차성 두통, 약하다고 일차성 두통으로 나누는 이분법은 옳지 않다. 실제로 엄청나게 큰 뇌종양이 있어도 무증상을 보이기도 하고, 단순 편두통인데 통증이 너무 심해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하는 환자도 많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두통이 계속된다면 병의원을 찾아 전문의와 상담하는 게 좋다.”

뇌종양, 뇌출혈, 뇌압 상승, 뇌염, 뇌수막염 등에 의한 이차성 두통의 특징이 있다면.

“이들 질환 때문에 발생하는 이차성 두통은 원인 질환이 치료되지 않는 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차성 두통의 양상은 일차성 두통과 별반 차이가 없지만 다른 신경학적 이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시야 결손, 복시(사물이 2개로 보이는 현상), 팔다리의 위약감 및 감각이상(마비), 이명이나 청력저하, 경부강직(목 뒤가 뻣뻣한 증상) 등이 그것이다. 두통과 함께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정밀검사를 받는 게 좋다.”

두통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과거보다 의료 접근성이 좋아졌다. 혼자 고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의사와 상담할 것을 권한다. 뇌 자기공명영상 검사의 경우 위험 질환이 예측되면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하며, 가격 장벽도 많이 낮아졌다. 뇌경색과 뇌출혈 등 뇌질환은 검사하지 않으면 예측이 어렵고, 증상과 후유증이 갑자기 나타나므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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