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젊은 유방암’ 사회복귀 쉽게… 완치 후 지원정책 절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일 03시 00분


김윤영 가천대 길병원 외과 교수

김윤영 가천대 길병원 외과 교수
김윤영 가천대 길병원 외과 교수
여성암 1위인 유방암 환자들은 치료 뒤에도 재발, 전이에 대한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고통도 겪는다. 실제 유방암 환자의 15.3%가 이혼, 별거를 겪었다는 설문조사도 있다. 국내 여성의 일반적 이혼율인 4.8%보다 약 3배가 높은 수치다.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부부의 심리적, 신체적 문제가 해소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다수 유방 절제수술 환자는 여성 호르몬 수치가 감소하거나 신체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이유로 부부관계가 소원해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여성은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 그리고 누구의 딸로 살고 있다. 특히 유방암에 걸린 환자가 이 같은 심리적 위기 상황에서 가족으로부터 적절한 정서적 지원을 받지 못하면 그 트라우마로 인해 이혼, 별거, 자살 등의 가족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까지는 유방암 치료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치료 이후 심리적 지원 등 보건당국의 관심이 거의 없었다.

심리적 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은 또 있다. 바로 경제적 지원이다. 서구권 국가들은 대부분 50대에서 유방암의 높은 발병률을 보이지만, 우리나라는 40대 발병률이 가장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19∼45세 사이 유방암 환자가 전체 35%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우리나라 유방암 환자들은 서양보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생하는 만큼, 평생 정기적인 관리를 유지해야 하는 심리적, 경제적 부담이 크다. 대다수 환자가 한창 사회적 경제적 활동을 하는 연령에 발병한다. 열심히 일을 해야 하는 나이에 병마와 씨름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국가적으로도 손실이 크다.

유방암 치료를 끝낸 후에도 상당수 유방암 생존자는 다양한 후유증에 시달린다. 주요 후유증으로는 각종 통증, 만성 피로감, 림프부종, 인지기능 장애 등의 증상이 있다. 게다가 재발과 전이 가능성에 대한 걱정 때문에 불안, 우울 증상도 흔하다.

다행히 2015년부터 유방암 재건 수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열리면서 재건 수술 건수 또한 증가하고 있다. 유방 재건 수술을 동시에 하면 수술 후 유방 상실로 야기되는 심리적 충격을 줄여주며 장기적으로 체형 뒤틀림 현상으로 인한 만성 통증 또한 줄여주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물론 이 과정과 결과가 환자의 눈높이에 반드시 부합하지는 않기 때문에 유방암 재건 수술로 인한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의료진과 상담 후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

최근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한 명 한 명의 노동력이 소중해진 만큼 유방암 환자들이 빠르게 신체적, 심리적 건강을 회복하고 사회 일원으로 당당히 활동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통합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젊은 유방암#사회복귀#지원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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