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NA 백신, 변이 많아 치료 어려웠던 소아 호흡기 질환 예방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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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감염 돕는 F단백질 바탕으로
항체 모양 찾아 mRNA 활용 설계

급성호흡기감염병을 일으키지만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위키미디어 제공
급성호흡기감염병을 일으키지만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위키미디어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떠오른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기술이 그동안 예방법이 없었던 소아 질환인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의 영유아 및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백신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백신이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심사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바이러스의 특정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정보를 담은 mRNA 백신은 복잡하게 변이하는 바이러스에 맞춤형으로 개발할 수 있다. mRNA 백신이 코로나19 감염병 사태에서 변이 바이러스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한 만큼 RSV에도 존재감을 드러낼지 관심이 모인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2일(현지 시간) mRNA 기반 RSV 백신의 근간이 된 바니 그레이엄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원과 제이슨 매클렐런 NIH 연구원의 2013년 연구를 집중 조명했다. 과학계는 10년 전 발표된 이들의 mRNA 방식 접근법이 현재 RSV 백신 개발로 이어졌다고 평가한다.

RSV는 주로 5세 미만 영아들에게서 발생하는 바이러스다. 폐렴과 모세기관지염을 일으키며 쌕쌕거림이나 기침이 오랜 시간 지속된다. 아직까지 RSV에 대한 항체를 체내에서 만들어 주는 백신은 개발되지 않았다. 바이러스의 다양한 변이 형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항체를 개발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그레이엄과 매클렐런 연구원 연구팀은 RSV의 표면에서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와 결합해 감염을 돕는 ‘F단백질’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F단백질에 결합해 바이러스 감염 효과를 막는 항체를 만드는 데 나섰지만 F단백질이 어떤 형태로 인간 세포에 달라붙는지 알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F단백질의 형태를 알지 못하면 이와 결합해 감염을 막는 항체를 설계하기가 어렵다.

연구팀은 F단백질이 세포에 붙기 전 정확한 형태를 확인하기 위해 화학적 처리를 거쳐 이 단백질들을 마치 얼어있는 것과 같은 상태로 만들었다. 이어 단단하게 굳은 단백질의 빈 공간을 메우고 단백질의 구조를 확인했다. 총 150개의 F단백질 샘플을 확인해 이 단백질이 어떤 형태로 체내에서 존재하는지 밝혔다. 연구팀은 “F단백질은 인간 세포와 결합하기 전에 마치 막대사탕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F단백질의 형태를 바탕으로 이 단백질에 가장 효과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항체의 모양을 찾았다. 이어 이렇게 확인한 F단백질의 형태에 가장 알맞은 항체를 mRNA를 활용해 설계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이 만든 항체는 동물실험에서 RSV에 대한 높은 효과를 나타냈다. 쥐와 마카크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기존에 백신 개발에 사용되던 항체보다 훨씬 높은 보호 반응을 유도하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mRNA 방식이 코로나19, RSV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병을 예방하는 백신 개발에서 활약할 것으로 전망했다. 매클렐런 연구원은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각각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사람 메타뉴모바이러스’,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 그리고 박쥐를 통해 감염되는 치명적인 ‘니파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백신이 다음 목표가 될 것”이라며 “바이러스에 효과적으로 결합하는 정확한 형태를 만드는 mRNA 방식은 다양한 질병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mrna 백신#소아 호흡기 질환#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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