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 세대의 중앙처리장치(CPU)에서 가장 간단하게 성능을 구분하는 방법은 열설계전력(TDP)을 보는 것이다. TDP는 프로세서가 동작할 때 발생하는 열을 해소하기 위한 냉각 시스템의 최대 전력을 나타내는 수치로, TDP가 높으면 고성능 시스템이고 낮을수록 고효율 저전력 시스템이다.
13세대 인텔 코어 모바일 프로세서의 라인업은 TDP 15W의 U 시리즈와 28W급 P 시리즈, 그리고 게이밍 및 고성능 노트북을 위한 45W급 H 시리즈와 초고성능을 추구하는 55W급 HX 시리즈로 나뉘는데, 이 역시 TDP가 높을수록 성능과 소비전력도 높아진다. 이 가운데 HX 시리즈는 최상위 제품인 인텔 코어 i9-13900K를 모바일에 맞춰 개량한 제품으로, 게임은 물론 인공지능 및 심화학습(딥러닝) 개발, 3D 렌더링, 영상 제작 등에 적합하다.
13세대 인텔 코어 모바일 프로세서는 지난 3월 2일 국내 시장에 정식 출시됐으며, 3주가량 지난 지금은 노트북 브랜드들도 새 프로세서 외 최신 RTX 40 시리즈를 갖춘 제품을 출하하고 있다. 현존하는 노트북 중 가장 높은 게이밍 성능을 갖춘 인텔 코어 i9-13980HX를 탑재한 에이수스 ROG 스트릭스 스카 18(ROG Strix SCAR 18) G834 모델을 활용해 인텔의 최신 기술력을 확인해 봤다. 8+16 코어로 발휘하는 고성능, 인텔 코어 i9-13980HX
인텔 코어 i9-13980HX는 데스크톱용 i9-13900K를 모바일 환경에 맞춘 제품으로, 현재까지 출시된 인텔 모바일 프로세서 중 가장 성능이 높다. 연산 처리의 핵심인 코어 수는 8개의 성능 코어와 16개의 효율 코어가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로 조합돼 총 32스레드로 처리한다.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는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부터 등장한 기술로, 게임이나 인공지능 등 고연산 작업 시에는 성능 코어를 중심으로 동작하고, 웹서핑이나 영상 감상 등의 저 연산 작업에는 효율 코어가 동작해 고성능과 고효율을 동시에 달성한다.
동일하게 8+16코어 구성인 인텔 코어 i7-13700HX와 비교했을 때 동작 속도는 0.6GHz 더 높은 5.6GHz며, 스마트 캐시도 6MB 더 많은 36MB를 지원한다. 메모리도 DDR5-5600을 지원해 최대 89.6GB/s의 대역폭을 제공하고, 일반 사양에서는 지원하지 않는 ECC 메모리(오류 정정 코드 메모리)까지 지원해 서버 및 워크스테이션용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 단순한 게이밍 노트북이 아닌 최고 수준의 다목적, 다중 작업용 노트북을 위한 프로세서다.
게이밍 성능 압도적, RTX 4080 이상 GPU 조합과 적절
리뷰에 사용된 에이수스 ROG 스트릭스 스카 18은 인텔 코어 i9-13980HX 프로세서에 엔비디아 RTX 4090 그래픽 카드가 탑재되며, 메모리는 두 개의 16GB로 총 32GB 메모리를 갖추고 있다. 먼저 게이밍 데스크톱의 성능을 일관성 있게 환산하는 벤치마크 프로그램, 3D 마크 : 파이어스트라이크 테스트, PC마크 10 테스트를 각각 진행했다. 해당 테스트 점수는 변별력이 있어서 다른 PC로 진행한 동일 테스트 결과와 상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즉 게이밍 PC의 성능을 가늠하는 잣대다.
파이어스트라이크 테스트 점수는 물리 점수 4만3509점, 그래픽 점수 4만6106점으로 확인된다. 물리 점수는 데스크톱 CPU인 인텔 코어 i7-13700K 평균인 4만3천 점대와 같고, i5-13600K의 3만5천 점대보다 훨씬 높다. 두 프로세서 모두 2023년 3월 기준 최상위 데스크톱 프로세서임을 감안하면 노트북이라고는 믿기 힘든 점수다. PC마크 10 역시 전체 8천361점으로 i9-13900K의 9천368점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데, 생산성 측면에서도 200만 원대 데스크톱을 상회하고 300만 원대 PC와 비슷한 수준이다.
엔비디아 RTX 4090 그래픽 카드가 장착된 만큼, 게임 성능은 극적이다. 비교적 사양이 높은 레드 데드 리뎀션 2와 사이버펑크 2077의 내장 벤치마크, 그리고 플레이어언노운 배틀그라운드를 각각 실행해 프레임을 확인했다. 레드 데드 리뎀션의 경우 FHD(1920x1080) 해상도 매우 높음 옵션으로 평균 124프레임을 기록했고, QHD(2560x1440) 해상도도 103프레임을 기록했다.
또한 사이버펑크 2077은 FHD 울트라 옵션 기준 평균 128프레임을 제공했으며, 동일 조건에서 실시간 광선 추적(레이 트레이싱): 울트라 옵션을 켜고 RTX 40 시리즈 전용 기능인 DLSS(딥러닝 슈퍼샘플링) 프레임 제너레이션을 활성화했을 때 평균 168프레임의 높은 성능을 보여줬다. DLSS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프레임 수를 늘리는 엔비디아 자체 기능이다. 물론 두 게임 모두에서 높은 성능을 보여준 것은 CPU보다는 GPU 성능의 영향이 크지만, CPU 성능이 높기 때문에 프레임이 더 잘 나온 건 분명하다.
플레이어언노운 배틀그라운드의 경우 FHD 해상도 최고 옵션에서 약 20분 간 실제 플레이를 진행한 다음, 전체 구간에 대한 평균 프레임을 계산했다. 이때 평균값은 199.7프레임이며, 가장 낮은 하위 1% 프레임도 62프레임을 넘었다. 만약 i9-13980HX가 아닌 i9-13900H였다면 병목 현상으로 인해 약 25% 정도의 프레임 하락이 있었을 것이다.
작업 성능도 기대 이상이다. 3D 렌더링 성능을 확인하는 블렌더 3.4 벤치마크와 언리얼 엔진 동작 성능을 확인하는 이지벤치(EZ Bench)를 실행해 각각 점수를 확인했다. 블렌더 테스트는 동일한 화상 세 개를 처리할 때 1분에 처리한 프레임을 합친 점수로 성능을 확인한다. 이때 i9-13980HX가 획득한 점수는 437.1로 인텔 코어 i7-13700K보다 조금 낮고, AMD 라이젠 9 5950X보다 소폭 높다. 이지벤치의 경우 언리얼 엔진 5로 제작된 프로젝트를 FHD 해상도로 처리한 결과를 나타내는데, 이때 평균 90프레임에 최대 189프레임을 획득했다. 즉 FHD 해상도를 기준으로 언리얼 엔진 5를 라이브로 쓰더라도 무리는 없다.
열설계전력이 소폭 높아졌지만, 동작 온도로 인한 속도 제한 등은 확인되지 않는다. 3D 마크:타임스파이 테스트를 20회 반복해 전 구간의 프레임에 얼마나 변동이 있는지 확인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전체 구간에서 프레임 변동이 98.7% 수준을 유지했다. 테스트 중 CPU 가동률은 30~40% 내외였으며, 코어 온도도 75도에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만약 발열 해소가 적절치 않아 성능에 제약이 걸린다면 퍼센트가 떨어지는데, 제대로 성능을 낼 수 없다는 뜻이 된다.
만약 CPU를 단독으로 활용할 때는 어떨까? 메르센 소수를 무한 연산해 GPU를 제외한 CPU의 순수 성능만을 시험하는 프라임 95 테스트는 CPU 가동률 100%에서도 코어 온도 85도내외에 동작 속도도 4.5~4.7GHz를 꾸준히 유지했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는 제조사의 냉각 시스템 성능이 큰 영향을 미치지만, i9-13980HX에 RTX 4090이 조합된 상황에서도 충분히 발열이 통제되고 있었다. 발열이 예상보다 높은 경우에는 성능에 제약이 걸리기도 하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현시점에서 최고의 성능 추구한다면
인텔 코어 i9-13980HX는 현재 출시된 모바일 프로세서 중에서도 가장 독보적인 성능을 발휘한다.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까지만 해도 최상급 모바일 제품은 1~2년 전 데스크톱 프로세서와 비슷한 성능이었다. 그런데 13세대 인텔 코어 i9-13980HX는 모바일 프로세서임에도 동일 세대의 상위급 데스크톱에 준하거나 그 이상의 성능을 보여준다. 노트북은 데스크톱보다 성능이 조금 떨어진다는 선입견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물론 가격을 고려하면 그럴 수밖에 없다. 인텔 코어 i9-13980HX는 단순히 게이밍 프로세서로의 활용도를 넘어서, 연산 처리 성능이 곧 수익성과 직결되는 업종을 겨냥한 제품이다. 에이수스 ROG 스트릭스 스카 18만 하더라도 RTX 4090을 탑재하고 550만 원대에 달하며, 타사 제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최상의 게이밍 노트북을 원하거나, 휴대 가능한 제품 중 데스크톱에 준하는 최고 수준의 성능을 필요로 할 때 선택할만한 제품이다. 자금이 한정됐다면 i7-13700HX나 i9-13900H 수준도 부족함이 없을 성능이고, 상한선 없이 무조건 고성능이 필요하다면 최상의 선택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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