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7년 사망한 ‘음악의 성자’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죽음을 둘러싼 논란이 많다. 매독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설과 납 중독, 수종(水腫) 등 여러 추정이 제기됐다. 독일 연구팀이 베토벤이 죽기 몇 달 전 B형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됐었다는 새로운 분석을 내놨다.
요하네스 크라우제 독일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연구소 고고학과 교수 연구팀은 베토벤의 머리카락을 분석해 B형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증거를 찾았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22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사람의 머리카락엔 DNA 정보가 담겨 있다. DNA를 분석하면 유전병력이나 과거 앓았을 병들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DNA 분석 기법의 발달로 소량의 모발로도 이런 분석이 가능해졌다.
이번 연구에 활용된 베토벤의 머리카락이 현재까지 전해지는 것은 당시 유럽의 관습 덕분이다. 죽은 사람을 기리기 위해 머리카락을 잘라 간직하는 문화가 있었다. 연구팀은 먼저 이렇게 전해진 머리카락이 진짜 베토벤의 것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데 착수했다. 현대 베토벤 가문 사람들의 유전 정보를 토대로 한 분석에서 베토벤의 머리카락으로 확인되는 다섯 가닥을 추려냈다.
이 머리카락들을 분석한 결과 베토벤이 목숨을 잃기 몇 달 전 B형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됐었다는 증거를 찾았다. 연구팀은 “이 바이러스가 간 질환을 유발했을 것”이라며 “베토벤이 술을 많이 마셨다는 점 등을 종합해보면 바이러스 감염이 베토벤의 죽음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베토벤이 간 질환에 걸리기 쉬운 유전 요소들도 다수 갖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베토벤의 머리카락은 2005년에도 베토벤 사망 원인을 밝히는 데 활용된 바 있다. 당시 미국 아르곤연구소는 머리카락을 분석해 베토벤이 정상인의 100배에 해당하는 납에 중독돼 있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납은 중추신경계 이상과 정신 착란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미국 연구팀의 분석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오고 갔다. 베토벤이 강에서 민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을 즐겼는데 당시 산업혁명이 시작되며 중금속에 오염된 물고기가 많았을 것이라는 주장, 포도주를 납 병에 넣어두고 마셨던 당시 문화 때문이라는 의견, 간 질환 치료 때문에 의사 처방을 받았는데 이 처방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 등이 제기됐다.
크라우제 교수팀은 이런 추측들의 전제부터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미국 연구팀의 분석에 사용된 시료의 DNA를 분석해 본 결과 베토벤의 머리카락이 아닌 신원미상 여성의 머리카락을 분석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베토벤은 청각장애와 만성 복통을 겪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연구팀은 유전자에선 관련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연구팀은 현대 베토벤 가문 사람들의 유전 정보와 비교해 볼 때 베토벤의 부계 조상 중 혼외 자식이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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