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삼성전자는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 S23’ 시리즈를 출시했다. 갤럭시 S23 관련 마케팅에서 눈에 띄는 점 중 하나는 사전 구매자에게 제공된 사은품이다. 삼성전자는 2월 7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된 사전 구매 기간 동안 갤럭시 S23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무선 이어폰(갤럭시 버즈2 프로)을 9만 9,000원에 살 수 있는 할인쿠폰, 혹은 ‘스마트싱스 스테이션’ 무상 증정 혜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금액적으로 보면 스마트싱스 스테이션(정가 12만 9,000원)을 선택하는 것이 더 이득이다. 고객들이 스마트싱스 스테이션을 더 많이 선택하길 기대하는 삼성전자의 의도가 엿보인다. 그런데 스마트싱스 스테이션은 도대체 무엇이길래 삼성전자는 이렇게 보급에 적극적일까?
스마트싱스 스테이션은 가정 내 다양한 사물인터넷(이하 IoT) 기반 기기를 연결하고 통합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스마트홈 허브의 일종이다. 2023년 현재, IoT 기술을 품은 TV나 냉장고, 에어컨 등의 스마트 가전제품이 보급되고 있으며, 전등이나 커튼, 센서 등의 소품 역시 IoT와의 결합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기기들이 서로 연동하며 원격 제어 및 자동화 기능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스마트홈이다. 스마트싱스 스테이션은 향후 스마트홈 시장에서 우위에 서고자 하는 삼성전자의 전략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매터(Matter)’와 무관하지 않다. 매터는 글로벌 스마트홈 표준 연합인 ‘CSA(Connectivity Standards Alliance)’에서 작년 10월에 1.0 버전을 발표한 IoT 연동 표준 체계다. 이전의 스마트홈 제품들은 브랜드마다 각기 다른 IoT 플랫폼을 이용했기에 타사 제품과의 연동이 잘 되지 않았고, 새 제품으로 바꿀 때마다 다른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야 하는 등의 불편이 있었다.
하지만 매터 표준을 지원하는 제품은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제조사가 다르더라도 동일한 플랫폼 및 애플리케이션으로 통합 제어 및 연동이 가능하다. 앞서 이야기한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 스테이션 역시 매터 표준을 지원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매터 표준을 정하는데 참여한 CSA 회원사들의 면면도 상당하다. 삼성전자, LG전자, 화웨이와 같은 가전제품 제조사 외에 구글, 애플과 같은 종합 플랫폼 기업, 투야, 인피니온,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의 부품 업체들까지 사실상 글로벌 IT 산업을 이끄는 주요 기업이 포진되어 있다.
이들 기업들은 매터 규격을 지원하는 새로운 제품의 출시하는 것 외에도, 기존 제품을 업데이트해 매터 규격에 대응시키는 등, 변화하는 스마트홈 생태계에 발맞추기 위해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외에 KT, LG유플러스, 코웨이, 삼진, HDC랩스 등 다양한 국내 기업들이 매터 관련 제품 및 서비스를 출시했거나 출시할 예정이다.
매터의 등장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중소기업은 인력 및 자금 문제로 독자적인 스마트홈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플랫폼의 벽을 넘을 수 있는 매터의 특성을 이용한다면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매터 연합에는 완성품 제조사뿐만 아니라 부품 제조사들도 다수 참여하고 있다. 매터 표준을 지원하는 IoT 모듈을 적용한 스마트홈 기기는 자연스럽게 매터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다. 중소기업에서 출시한 IoT 제품이라도 삼성전자나 LG전자, 구글의 스마트홈 앱을 통해 등록 및 제어, 연동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IoT 모듈 공급사 투야의 국내 플랫폼 파트너인 애니온넷(AnyOnNet)의 노현기 기술이사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투야는 매터 연합의 의장 회사이며, 전세계 12만 개 이상의 파트너사를 통해 50만종 이상의 다양한 IoT 제품 포토폴리오를 공급하고 있다”며 “매터 표준의 도입이 본격화된 올해를 기점으로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 역시 스마트홈 생태계에서 당당히 경쟁하며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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