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응급구조사’ 업무 범위 늘려 골든타임 사수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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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보라매병원 송경준 교수

서울시보라매병원 송경준 교수
서울시보라매병원 송경준 교수
우리나라의 응급구조사는 의료인이 아니다. 의료법에 의한 의료인에 속하지 않는다. 의료기사법에 따른 의료기사에도 속하지 않는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등의 대형 사고를 겪으면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졌고, 이로 인해 응급구조사가 생겼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진 후 30여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응급구조사들이 응급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엔 변화가 없다. 이들은 ‘기타 의료계통 면허인’으로 분류된다. 해당 업무의 범위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의 ‘별표’로 관리한다는 점에서 간호조무사, 위생사를 비롯한 다른 면허인들과는 차이가 있다. 별표엔 2급 응급구조사는 10가지, 1급 응급구조사의 경우는 14가지 업무를 구체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2급의 업무 범위가 아닌 경우 필자와 같은 의사의 감독을 전제로 하고 있다.

황당한 것은 불필요한 의료 지도가 응급 현장에서 반복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저혈당 환자의 경우다. 저혈당 환자는 의식이 온전하지 않다면 정맥로를 확보해 포도당 수액을 주입해야 한다. 그런데 정맥로 확보는 의사의 지도 감독하에 1급 응급구조사만 시행이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혈당이 낮아 의식이 없는 환자 앞에서 구급대원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응급처치가 아니라 의사에게 전화를 하는 것이다.

애초에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를 이토록 엄격하게 정한 취지는 환자의 안전 문제 때문이다. 의료지식이 부족하고 처치 경험이 부족한 ‘면허인’이 응급환자에게 시행하는 처치가 ‘잘못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그러나 진행된 시범 사업에서 이 같은 우려와 관련한 특이사항이 없었던 반면 오히려 불필요한 절차로 인한 응급처치의 어려움이 더 심각했다.

이런 모순을 해소하고 현장에서 응급구조사들이 신속한 처치와 검사가 가능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와 중앙응급의료위원회는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랫동안 지도의사로서 구급 현장과 함께 일했고, 지금도 응급센터에서 진료를 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반가운 조치가 아닐 수 없다.

다만 여전히 이런 변화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몇십 년간 입었던 옷이 너무 옥죄고 작아져서 새 옷으로 갈아입자고 하는데 그냥 낡은 옷을 계속해서 입으라고 말하는 셈이다. 지금도 많은 응급환자들이 촌각을 다투고 있다. 구급 및 응급 현장의 변화를 위한 노력들이 중단돼서는 안 된다. 응급 현장을 지키고 계신 많은 분들의 현명한 논의를 기대한다.

#응급구조사#골든타임 사수#송경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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