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8일, AMD가 3D-V캐시 기술이 적용된 7000 시리즈 프로세서, AMD 라이젠 9 7950X3D 및 7900X3D를 정식 공개했다. 3D-V캐시 기술은 CPU 다이 위에 메모리를 적층해 L3 캐시 용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동급의 제품보다 더 많은 캐시 메모리 용량을 가지는 게 특징이다. 캐시메모리를 늘리면 데이터를 처리할 때 더 많은 데이터를 한 번에 보관하고, 대기시간도 줄어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덕분에 X3D 시리즈는 일반 제품보다 더 빠르고 원활하게 데이터를 처리해 게임에서 특별히 높은 성능을 갖는다.
지난 2월 작성한 AMD 라이젠 9 7950X3D 리뷰에서 그 수준을 잘 확인할 수 있다. 7950X3D는 동급의 7950X와 비교해 6~12% 더 높은 프레임 처리 성능을 보여주며, 장르에 따라서는 최대 30% 높은 프레임 향상을 기록했다. 그렇다 보니 게이머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AMD 라이젠 7 7800X3D로 향했다. 7800X3D는 앞서 두 X3D 제품이 출시된 지 한 달이 더 지난 4월 5일 정식 출시되는데, 가격은 두 제품보다 낮으면서 성능은 비슷한 게 특징이다.
7000X3D 시리즈로 데스크톱을 맞추는 게이머라면 같은 금액을 투입했을 때 가장 높은 성능을 기대할 수 있는 제품이 바로 7800X3D다. 모든 게이머가 눈독 들이고 있는 라이젠 7 7800X3D는 어떤 제품일지 직접 테스트해봤다. 5nm 기반 8코어 16스레드, AMD 라이젠 7 7800X3D
AMD 라이젠 7 7800X3D는 지난해 8월 출시된 AMD 라이젠 7000 시리즈의 파생형 프로세서로, 8코어 16스레드 구성을 갖추고 있다. 상위 버전인 AMD 라이젠 9 7950X3D와 7900X3D는 X3D가 붙지 않은 7950X와 7900X 버전이 있지만, 7800X3D는 동일 구성의 7800X가 없다. 대신 동일한 성능에 8코어 16스레드를 갖춘 7700X에 3D-V캐시 기능을 붙인 게 7800X3D다.
AMD 라이젠 7 7700X와 비교하면 기본 속도는 4.2GHz로 7700X 대비 0.3GHz 낮고, 최대 속도도 5.0GHz로 0.4GHz 낮다. 다만 동작 속도는 낮아졌어도 열설계전력(TDP)는 오히려 105W에서 120W로 소폭 높아졌다. 3D-V캐시 기술을 통해 L3 캐시 용량은 7700X대비 64MB 더 많은 96MB로 더 빠르게 병목을 해소할 수 있으며, 메모리는 최대 DDR5-5200을 듀얼 채널로 지원한다. AMD 라이젠 5000 시리즈와 달리 2200MHz 속도로 동작하는 라데온 내장 그래픽 유닛을 갖춰 그래픽 카드가 없어도 모니터 신호를 출력할 수 있다.
구체적인 게임 성능을 확인해 보기 위해 시스템을 조립했다. 시스템은 AMD 라이젠 7 7800X3D와 기가바이트 X670E 어로스 마스터를 조합했으며, 지스킬 트라이던트 Z5 네오 16GB 메모리 2개에 AMD 엑스포를 적용해 6000MHz로 끌어올렸다. 운영체제는 윈도우 11 22H2 버전을 활용했고, 그래픽 카드는 AMD 라데온 RX 7900 XTX에 아드레날린 22.40 드라이버를 사용했다.
테스트는 이전에 진행한 AMD 라이젠 9 7950X3D와 비교 분석하기 위해 최대한 비슷한 조건으로 진행했고, 최대 성능을 확인하려는 부분은 아니므로 게임 테스트를 더 추가했다. 벤치마크는 코어 수에 따른 성능 차이를 확인해 보고자 시네벤치 R23 및 3D마크: 파이어스트라이크를 실행했으며, 게임은 오픈월드 게임인 레드 데드 리뎀션 2와 사이버펑크 2077, 1인칭 슈팅 게임인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와 레인보우 식스:시즈, 레이싱 게임인 니드포스피드:히트를 동일 조건으로 진행했다.
시네벤치 R23 벤치마크 테스트는 지정된 화상을 10분간 반복해서 렌더링 한 다음, 이를 처리한 속도를 바탕으로 프로세서의 처리 성능을 산정한다. 해당 테스트에서 AMD 라이젠 7 7800X가 받은 점수는 단일 코어 1천818점, 다중 코어 1만8008점이다. 코어 수가 같고 동작 속도가 조금 더 빠른 라이젠 7 7700X의 경우 동일 테스트에서 약 2만 점이 나온다. 코어 수가 두 배인 7950X의 경우 두 배가 넘는 3만 7천 점대로 나온다.
이어서 진행한 테스트는 게이밍 시스템의 성능을 변별력 있게 확인할 수 있는 3D마크: 파이어스트라이크 테스트다. 해당 테스트에서 CPU의 처리 속도인 피직스 스코어는 3만2795점으로, 13세대 인텔 코어 i5-13600K와 라이젠 7 7700X의 3만 5천 점대보다 소폭 낮게 나온다.
벤치마크 테스트를 통해 확인한 AMD 라이젠 7 7800X3D의 연산 처리 성능은 동일한 코어 및 스레드 수를 갖춘 7700X보다 조금 낮다. 동작 속도가 0.3~0.4GHz 낮은 탓이다. 따라서 순수 연산 성능이 중요한 렌더링, 압축, 화상 처리, 3D 엔진 등의 작업에 활용할 예정이라면 3DX 버전보다는 7700X나 7900X, 7950X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순수 연산 성능에서는 코어 수의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지만, 메모리나 응답 속도 등이 중요한 게임 환경에서는 기대 이상의 성능을 발휘한다. 비교적 사양이 높은 편인 레드 데드 리뎀션 2를 FHD(1920x1080) 해상도 최고 수준 옵션으로 설정해 벤치마크를 진행했다.
이전에 진행한 AMD 라이젠 9 7950X3D는 동일 테스트에서 평균 141.57프레임, 최소 106.7프레임을 기록한 바 있는데, 코어 수가 절반에 불과한 라이젠 7 7800X3D가 평균 104.1프레임, 최소 105프레임을 기록했다. 빠른 내부 처리 속도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게임 성능을 끌어올린 셈이다. 동작 속도가 조금 더 빠른 7700X나 코어 및 스레드가 더 많은 7900X와 비교하더라도 7800X3D가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 대목이다.
일인칭 슈팅 게임인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를 FHD 해상도에 울트라 옵션으로 설정한 다음, 연습 게임으로 진입해 약 150초간의 평균 프레임을 측정했다. 당시 테스트에서 AMD 라이젠 9 7950X의 경우 평균 321.5프레임을, 7950X3D는 약 6.2% 더 높은 341.5프레임을 획득했다. 이번 테스트에서 라이젠 7 7800X3D는 평균 342.8프레임을 기록해 근소하지만 가장 높은 결과를 거뒀다.
이는 배틀그라운드가 8코어에 더 최적화된 게임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게임 엔진은 필요한 코어 및 스레드만 활용한다. 7950X3D의 경우 16코어 32스레드지만 실제로 게임에서는 8개 코어만 주력으로 동작하고 나머지는 보조 역할을 한다. 반면 7800X3D는 8코어 16스레드가 모두 동작하는 대신 유휴 코어가 없어서 발열 관리에 이점이 있고, 성능을 조금 더 끌어올릴 수 있다. 현재 대다수 게임이 12코어, 16코어보다는 4~8코어를 지원하는 게 기본이라서 7950X처럼 코어 수가 많은 CPU보다 7800X3D의 게임 성능이 더 잘 나오는 게 정상이다.
레이싱 장르의 게임인 니드포스피드:히트를 FHD 최고 옵션으로 약 3분 간 플레이한 뒤 평균 프레임을 구했다. 이때 7950X의 평균 프레임은 142프레임이며, 7950X3D가 평균 158.1프레임을 기록했다. 동일 조건에서 7800X3D는 두 배의 코어 수 차이를 극복하고 평균 155.9프레임을 기록했는데, 앞서 배틀그라운드와 비슷한 결과다.
참고로 레이싱, 어드벤처 등 영상미를 앞세우는 게임은 프레임도 중요하지만 해상도를 높이는 게 정석이다. 이때 그래픽 카드의 연산량은 늘어나는 반면, 재생할 프레임 횟수는 줄어 CPU의 연산량은 줄어든다. 그래서 4K 등 고해상도 게이밍에서는 6~8코어만 넘으면 6코어든 16코어든 CPU 성능에 따른 프레임 차이가 거의 없다. 고해상도 게임이 주력일수록 7950X 등 다중 코어 제품보다는 7800X3D를 선택하고, 그래픽 카드에 가용 예산을 더 투입하는 게 유리하다.
사이버펑크 2077을 FHD 울트라 옵션으로 설정한 다음, 내장된 벤치마크를 실행했다. 앞서 AMD 라이젠 9 7950X3D는 최대 372.56 프레임에 최소 73.8프레임, 평균 214프레임을 기록한 바 있다. AMD 라이젠 7 7800X3D는 최대 348.01프레임에 최소 67.45프레임, 평균 201프레임을 기록해 큰 차이 없는 수준을 보여줬다.
앞서 테스트와 마찬가지로 16코어 32스레드인 7950X의 경우 최대 307프레임에 최소 56프레임, 평균 209프레임을 기록한 바 있는데, 7800X3D와 비교해 평균 프레임은 조금 높을지라도, 최대 및 최소 프레임은 상당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최소 프레임이 낮을수록 게임이 끊기다고 느끼기 때문에 7800X3D의 게이밍 환경이 더 쾌적하다고 볼 수 있다. 코어 수보다는 내부 통신 속도와 캐시 메모리가 얼마나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진행한 게임은 레인보우 식스: 시즈다. 해당 테스트는 4K 최고 성능으로 진행됐으며 7950X와 7800X3D를 비교했다. 테스트에서 라이젠 9 7950X는 최소 324프레임에 최대 496프레임, 평균 403프레임을 기록한 반면 7800X3D는 최소 313에 최대 498프레임, 평균 406프레임을 기록했다. 이때 CPU 가동률은 각각 2%와 4%로 코어 및 스레드 수만큼 차이났다. 필요한 연산량이 동일했는데, 7950X이 더 유휴 상태를 많이 유지했다.
결과적으로 7800X3D의 게임 성능은 기존 X시리즈 라인업과 완전히 다른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게이밍 성능은 코어가 많을수록 좋다고 여겨지지만, 7000X3D는 코어 수 보다는 처리 속도를 효율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8코어 16스레드인 7800X3D만 하더라도 16코어 32스레드인 7950X보다는 훨씬 좋고, 7950X3D와 맞먹는 게임 성능을 보여준다. 모든 코어를 활용해 성능을 확보하는 극히 일부 게임을 제외한다면, 어떤 장르의 게임에서든지 7800X3D가 가장 효율적인 게임 성능을 보여준다.
AMD 라이젠 7 7800X3D, 체급 뛰어넘는 성능 인상적
AMD 라이젠 7 7800X3D는 올해 출시되는 모든 프로세서 중에서 가장 존재감이 큰 제품이다. 순수 연산 성능으로는 상위 제품들에 밀리지만, 게이밍 성능에 한해서는 비슷하거나 조금 더 높다. 대다수 게임 엔진이 모든 프로세서를 활용하기보다는 옥타 코어(8코어) 수준에 최적화돼 있어서다. 따라서 3D 렌더링이나 고연산 작업 등 코어 수가 중요한 작업을 동반한다면 7900X 이상의 라인업을 선택하는 게 맞지만, 이를 제외하고 순수 게이밍 데스크톱을 구성한다면 7800X3D는 대단히 매력적이다.
한정된 예산이 주어졌을 경우, 7800X3D를 활용했을 때 게이밍 성능을 가장 높일 수 있다. 7950X3D나 7900X3D대신 7800X3D를 선택하고, 남는 예산으로 메모리를 증설하거나 그래픽 카드의 등급을 끌어올리는 식이다. 게다가 엔비디아와 AMD, 인텔 모두 당분간은 새 그래픽 카드를 내놓지는 않을 상황이어서 지금 7800X3D와 최신 그래픽 카드를 조합한다면 향후 2~3년은 성능에 부족함을 느끼지 않고 쓸 수 있다.
유일한 문제점은 국내 출시 가격이다. 앞서 출시된 7950X3D과 7900X3D의 생산자 권장 가격(MSRP)은 각각 699달러(약 91만 원대), 599달러(약 78만 원대)인데, 실제 국내 판매 가격은 각각 113만 원, 87만 원대다. MSRP가 449달러인 7800X3D도 환율과 마진, 품귀현상 등을 고려하면 59만 원이 아닌 60만 원대 후반에서 70만 원대에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가격대가 70만 원에 근접한다면 가격 대비 성능비를 논할 이유가 없어진다. 가성비는 449달러인 프로세서를 60만 원대 초반에 구할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다. 60만 원대 중반을 넘어간다면 차라리 12코어 24스레드로 종합 성능은 훨씬 높고 가격은 55만 원인 라이젠 9 7900X를 고르는 게 낫다. 80만 원대인 7900X3D를 선택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AMD 라이젠 7 7800X3D는 게이밍 전용 프로세서라고 해도 될 만큼 게임만을 위해 등장한 제품이다. 코어 수가 더 높은 상위 제품보다도 높은 성능을 발휘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 다만 449달러에 근접한 가격이 아니라면, 웃돈을 주고서 구매할 만큼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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