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이가 아플 때 응급실을 찾아도 담당 전문의가 없어 병원을 전전한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릴 정도로 응급 소아 환자의 진료가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 이에 정부가 새로운 응급의료 체계를 만들어 소아 환자나 중증 환자가 응급실에 갔을 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정비를 하고 있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응급 소아 환자나 중증 소아 환자의 ‘치과 치료’는 적기에 잘 진행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알다시피 치아 신경 손상 등 치통의 아픔을 경험한 사람은 이를 생각만 해도 끔찍할 것이다. 그런데 응급 소아 환자나 중증 질환으로 입원한 어린이 환자들은 치통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못해 치아 신경이 괴사할 때까지 고통받다 나중에 발견되는 경우도 흔하다.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에 입원한 백혈병 등 소아암 환자나 기형, 증후군을 앓는 소아 환자의 경우 감염 방지와 안전한 치과 치료를 위해 수술실에서 진정 마취 후 치료를 해야 한다. 문제는 대형병원들이 소아치과를 기피하는 현실이다. 수익률이 낮고, 소아 진정 마취와 이를 위한 인력과 장비의 부담 때문이다. 그래서 소아치과가 없는 대형병원의 중증 소아 환자의 치과 치료는 다른 치대병원에서 해야 한다. 치과 치료를 위해 구급차로 대형병원을 다시 오가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종종 생긴다.
국내에는 총 11개 치대가 있다. 서울에는 서울대, 연세대, 경희대 등 3곳이 치대병원을 운영 중이다. 치대가 없는 서울의 대형병원은 대부분 소아치과가 개설되어 있지 않거나 개설되어 있더라도 진정 마취 등 복잡한 치료가 필요한 중증 소아 환자는 여건상 다른 치대병원에 의뢰하는 것이 현실이다.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인구 1300만 명이 넘는 경기도에 치대와 치대병원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아주대병원만이 경기도에서 치과병원에 소아치과를 개설해 응급 소아 환자와 중증 소아 환자 치료를 전담하고 있다.
이러한 ‘치과 치료의 공공성’은 응급 소아 환자, 중증 환자, 외상 환자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는 정부와 국민에게 아직은 절실히 다가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증 소아 환자의 치과 치료, 구순구개열 등 각종 기형, 증후군 환자의 치과 치료, 구강암 환자의 수술과 재건을 위한 치과 치료는 국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관리해야 하는, 공공성이 강한 치료 분야다.
오늘도 아주대병원 상공에서는 ‘생명의 소리’처럼 헬기 소리가 들린다. 정부와 대형병원들도 ‘치과 치료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