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 미국 등 해외에서 개봉된 애니메이션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TheSuper Mario Bros. Movie)’가 화제입니다. 탄탄한 팬덤을 겨냥해 원작을 제대로 담아낸 매력 덕분에 그야말로 흥행을 질주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개봉 9일 만에 수익 5억870만 달러(한화 약 6707억 원)를 돌파하며, 올해 흥행작중 하나인 마블의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의 흥행 성적을 넘었습니다. 여기에 2016년 개봉한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도 일찌감치 제치고, 역대 게임 원작 영화 중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또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2’마저 뛰어넘어, 애니메이션 영화 사상 역대 개봉 성적 1위에 오르기도 했죠.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기록은 현재진행형이라 앞으로 약 10억 달러(1조 3188억 원) 이상의 수익을 가뿐히 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4월 말 개봉 예정입니다.
이처럼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영화가 큰 인기를 끌자 비디오게임 원작영화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급증하고 있습니다. 게임 원작의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역사는 꽤 오래전인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재미있는 점은 최초의 게임 원작 영화도 지금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였다는것입니다.
1993년 영화로 등장한 실사 영화‘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게임의 주인공 배관공 형제 마리오와 루이지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영화 자체는 팬들에게 외면 받았습니다. 귀여운 공룡인 ‘요시’는 징그러운 도마뱀으로 등장하고, 게임의 히로인 ‘피치’ 공주는 등장하지도 않습니다. 당시 기술력이 부족했다고는 하지만, 원작을 파괴한 영화에 팬들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실패했지만, 게임의 영화화는 계속 이어집니다. 물론 다소 공감하기 어려운 헐리우드 감성으로 말이죠. 1994년에는 격투 게임을 대표하는 ‘스트리트 파이터’가 영화로 등장했습니다. 배우는 당시 호쾌한 액션으로 유명했던 ‘장 끌로드 반담’입니다. 그는 ‘가일’ 캐릭터로 등장해, ‘스트리트 파이터’ 팬들에게 여러 의미로 충격을 선사했죠.
격투게임이 주는 액션이 영화와 잘 맞는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인지, 격투게임의 영화화는 이후로도 활발하게 진행됐습니다. 1995년에는 또 다른 격투게임 ‘모탈컴뱃’도 영화로 제작됐고, 한참 뒤 일이기는 하지만 2006년 ‘DOA(데드 오어 얼라이브)’와 2009년 ‘철권’ 등 격투게임 영화가 뒤를 이었죠.
이후에도 다양한 게임들이 스크린 공략에 나섰으나 결과는 신통치 못했습니다. 오죽하면 ‘게임 원작 영화는 흥행이 어렵다. 아니 망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성적이 좋지 못했죠. 이런 상황에서 2001년 영화 ‘툼레이더’가 등장합니다.
‘툼레이더’는 1996년 등장한 게임으로 주인공 ‘라라 크로포트’의 섹시한 매력이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었죠. 그리고 영화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게임과 어마어마한 싱크로율을 보여주며 게임 팬과 영화 팬을 모두 사로잡았습니다. 북미 흥행 수익 1억 달러를 넘겼고, 이 성적은 무려 2019년까지 게임 원작 영화 북미 흥행 1위를 유지할 정도였습니다.
6편의 시리즈 게임이 원작인 영화도 있습니다. ‘레지던트 이블(바이오하자드)’ 시리즈가 그 주인공인데요. 원작과 설정 등에서 차이가 좀 있었지만, 강력한 여전사 이미지를 심어준 ‘밀라 요보비치’가 주인공으로 등장했습니다. 시리즈 마지막인 6편에는 한국 배우인 이준기 씨도 출연해 국내에서 큰 관심을 받았죠.
영상 기술이 발전하면서 게임 원작의 영화는 더욱 활발하게 스크린에 등장하게 됩니다. 2016년 등장한 ‘워크래프트: 전쟁의서막’은 세계 시장에서 최초로 약 4억 달러(5273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최근에는 ‘포켓몬스터’나 ‘소닉’ 등 팬덤이 탄탄한 게임이 극장가로 침투했습니다. 작은 캐릭터의 털 한 가닥까지 표현할 수 있는 그래픽 기술의 발전과 유명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도 영화 흥행에 한 몫 했습니다. 이제는 ‘게임 원작 영화는 망한다’는 공식이 성립되기는 힘들어졌습니다.
다양한 게임이 비디오 게임기를 넘어 스크린으로 무대를 넓힌 것처럼, 스크린에서 비디오 게임기로 시장을 확대한 영화도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도 성공한 게임보다 실패한 게임을 찾는것이 더 쉽지만 말입니다.
대표적인 흥행 실패작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ET’의 비디오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게임 시장 규모를 1982년 30억 달러 규모에서 1985년 1억달러 수준으로 폭락하게 만든 ‘아타리 쇼크’의 주범으로 꼽힙니다. 넘쳐나는 재고가 사막에 쓰레기로 묻히기도 했죠.
반대로 게임 역사에 있어서도 훌륭한 게임도 있습니다. 루카스필름이 1989년 선보인 어드벤처 게임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은 어드벤처 게임의 대표작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고, 개발사 레어가 영화 ‘007 골든아이’를 기반으로 제작한 게임인 ‘골든아이 007’은 FPS 장르를 대표하는 둠과 함께 장르 정립 게임으로 꼽힙니다. 완성도가 상당해 큰 관심을 받았죠. 이 외에도 거미줄 타는 재미를 선사한 ‘스파이더 맨 2’나 무시무시한 공포로 무장한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과 같은 좋은 게임이 등장해 사랑받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영화나 게임을 가리지 않고 그 벽을 넘어 미디어 믹스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영화가 게임이 되고, 게임이 영화가 되는 세상에서 다음엔 어떤 영화가, 또 어떤 게임이 우리를 즐겁게 해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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