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기반 감염병 감시체계 현장 르포
농축-추출 거쳐 바이러스 검체 확보… 50mL로 충북 전체 확산 정도 파악
비용 적게 들고 개인정보 침해 없어… 질병청, 이달 말부터 매주 결과 발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1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만6508명으로 일주일 전인 12일(1만3920명)보다 약 18.6% 증가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 등 각종 방역 조치가 풀렸지만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일상 회복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이 가운데 다양한 방법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추적하기 위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생활 하수 분석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지역 확산정도를 조사하는 현장을 동아일보가 찾아갔다.
12일 충북 청주시 환경사업본부 하수처리장에 들어서니 오랫동안 음식물을 묵혀둔 듯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미 냄새에 익숙해진 듯한 김상현 청주시 하수처리과 주무관은 10m 깊이의 생활 하수 유입점에 로프에 매단 바가지를 힘차게 던지더니 하수를 1L가량 퍼올렸다. 아이스박스를 들고 옆에 선 김수지 충북도 보건환경연구원 보건연구사는 “상온에 검체를 보관하면 바이러스가 파괴돼 냉장 보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하수를 담은 아이스박스를 들고 보건환경연구원으로 향했다.
● 이달부터 하수 기반 코로나19 감시체계 도입
이날 만난 김 연구사와 김 주무관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추출하기 위해 하수를 채수하던 중이었다. 이달부터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유행 추이를 분석하기 위해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체계를 도입했다. 모든 확진자를 집계하는 현재 임상 기반 전수 감시와 달리 생활 하수에 섞인 바이러스 양을 분석해 지역사회 환자 발생을 추정하는 분석 기법이다.
이렇게 채수한 하수 검체는 충북도 보건환경연구원 생물안전실험실동으로 옮겨져 농축과 추출, 실시간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이뤄진다. 하수 검체의 ‘진액’을 뽑아내는 농축과 추출 과정이 진행되는 생물안전 2등급 실험실에는 ‘생물학적 위험’이라고 적힌 표시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분변 등 이물질이 많은 생활 하수 특성상 바이러스를 제대로 검출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다루는 것이 위험하지 않냐는 질문에 김 연구사는 “실험실의 ‘BSC(Biological Safety Cabinet)’라는 안전실험대가 기류를 순환시켜 실험 중 바이러스 감염을 막아준다”고 설명했다.
● 핵산 0.005mL 남을 때까지 농축-추출
김 연구사는 50mL의 하수 검체를 용기에 담아 냉장고로 옮겼다. 1시간가량 기다렸더니 하수 내 이물질이 가라앉았다. 걸러진 물로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리보핵산(RNA)을 얻기 위해 핵산 추출 장비와 시약을 활용한 농축과 추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약 50분간의 이 과정이 끝나면 1.6mL의 하수 검체만 남는다.
이 하수 검체를 가지고 다시 핵산 추출 과정을 거친다. 핵산 추출 과정에선 단백질 덩어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RNA를 제외한 나머지 불순물들을 에탄올 등으로 씻어낸다. 결국 당초 채수량의 1만분의 1인 0.005mL만 남게 되는데 이를 PCR 진단검사에 활용한다. 김 주무관은 “이런 극소량만으로도 충북 전역의 코로나19 유행 추이를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진단 검사에서 도출된 결과값은 질병관리청으로 보내져 2, 3일간 분석한 후 지역 내 코로나19 확진자 추이를 비교하는 데 쓰인다. 하수 기반 코로나19 감시 체계는 기존의 개인별 임상 검사보다 20분의 1 수준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개인정보 침해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보건기구에서도 하수 기반 감시를 새로운 감염병 감시 기술로 인정하여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질병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세종시에서 처음 하수 기반 코로나19 감시 체계를 시범 운영해 확진자 집계와 비교한 결과 유의미한 일치도를 보였다고 한다. 질병청 관계자는 “이달 말부터 매주 전국의 하수 기반 코로나19 감시 결과를 발표하고, 장기적으로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체계로 코로나19 확진자 통계를 대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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