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리 10배 독 지녀”…동해까지 찾아온 ‘파란선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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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4월 25일 10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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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산과학원이 우리 연안에서 잡은 파란선문어.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국립수산과학원이 우리 연안에서 잡은 파란선문어.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열대 지방 해역에서 서식하면서 강한 독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 ‘파란선문어’가 국내에서 2012년 이후 20차례 이상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파란선문어의 서식지가 동해안까지 확장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국립수산과학원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독소(Toxin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파란고리문어(Hapalochlaena) 속(屬)에 속하는 파란선문어(H. fasciata)는 지난 2012년 제주 지역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 2021년까지 국내에서 총 26차례 보고됐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파란선문어 발견 사례를 정리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연도별로 2018년 1회, 2019년 5회, 2020년 4회, 2021년 8회 등 보고 횟수가 점점 늘고 있다고 밝혔다. 월별로는 1월, 3월, 4월을 빼고 연중 내내 잡혔고, 가장 많이 잡힌 경우는 5월과 11월로 나타났다.

파란선문어는 학계에 알려진 파란고리문어 속의 4종 중 하나로, 파란고리문어의 종들은 동남아나 호주 등 열대·아열대 해역에 서식하고 있으며 동남아 등지에서는 사람에게 피해를 입힌 사례도 다수 보고되고 있다.

파란선문어가 잡힌 지역 분포.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파란선문어가 잡힌 지역 분포.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파란선문어는 몸집이 비교적 작고 등과 팔에 무지갯빛의 파란색 표시가 있고, 청산가리 10배에 위력을 가진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 TTX) 신경독소를 지니고 있다. 이 종은 침샘에서 높은 농도로 독소가 검출되고 있고 전문가들은 이 독이 먹이를 마비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연구팀은 파란선문어의 발견과 관련해 “남해안에서도 전남 여수부터 부산 기장까지 넓은 지역에서 발견되고 있고, 최근에는 동해 울산 연안에서도 자주 관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주도한 국립수산과학원 목종수 식품위생가공과장은 “열대 생물인 파란선문어는 구로시오 난류와 관련이 있는데, 온난화에 따라 발견 범위가 점점 북상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직업적인 어업인이나 연구자 아닌 경우가 많았는데, 호기심으로 파란선문어를 만지다가 물릴 경우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상처를 입을 우려가 크다”며 “우발적인 물림을 방지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지속해서 주의를 당부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5년 국내에서도 파란선문어에 의해 물림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피해자는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물린 손가락이 부어오르면서 통증과 마비 증상을 보였고 며칠 동안 어지럼증도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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