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잘러’가 인턴에 업무 지시하듯…슬기로운 챗GPT 사용법[스테파니]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27일 10시 00분


안녕하세요. 스테파니 독자 여러분. 동아일보 미래&스타트업팀 데스크를 맡고 있는 김선미 기자입니다. 요즘 챗GPT 잘 쓰고 계세요? 다들 챗GPT가 놀랍다고, 질문을 잘해야 좋은 답을 얻는다고 하죠. 그런데 아직도 챗GPT를 쓰지 않거나 활용 방법을 잘 모르는 분도 많습니다. 오늘은 ‘챗GPT 왕초보 편’을 준비했습니다. 챗GPT는 2022년 11월30일에 세상에 나왔습니다. 다섯 달도 안 됐으니 늦지 않았습니다. 이왕 도래한 챗GPT 시대, 기왕이면 잘 써 봅시다!
(스테파니는 ‘스’타트업과 ‘테’크놀로지를 ‘파’헤쳐보‘니’의 준말입니다.)

오픈AI의 홈페이지에 소개된 챗GPT. 지난해 11월 세상에 선보인지 두 달 만에 월 이용자가 1억 명을 넘어섰다.
오픈AI의 홈페이지에 소개된 챗GPT. 지난해 11월 세상에 선보인지 두 달 만에 월 이용자가 1억 명을 넘어섰다.


●챗GPT, 시작이 반입니다
미국 오픈AI사(社)가 만든 챗GPT는 오픈AI 사이트에 접속해 무료로 이용하면 됩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계정으로도 가입할 수 있습니다. 해당 페이지의 ‘Send a message’ 직사각형 칸에 질문을 넣어보세요. 참고로, 챗GPT에 내리는 지시문을 ‘프롬프트(prompt)’라고 합니다.

챗GPT는 딥러닝을 통해 인간다운 텍스트를 생성하는 초거대 언어 모델인 GPT-3.5와 GPT-4를 기반으로 동작하는 AI 챗봇 서비스입니다. 특히 이전 대화를 기억하고 전체 문맥을 고려해 응답하는 멀티턴(multi-turn) 대화가 가능한데요. 우리가 챗GPT에 시켜볼 수 있는 작업은 무궁무진합니다.

<일상에서 챗GPT로 할 수 있는 작업>
-묻고 답하기
-사업 계획서 쓰기
-보고서 쓰기
-콘텐츠 목록 만들기
-연설문 쓰기
-시, 소설, 시나리오 창작
-긴 글을 요약
-번역
-여행 스케줄 짜주기
-SNS 글쓰기 (해시태그, 관련 이미지도 추천)


●한국어보다는 영어, 그래도 쫄지 마세요
챗GPT는 주로 영어로 된 문장을 학습했기 때문에 같은 질문이라도 한국어보다는 영어로 질문했을 때 더 자세하게 답변합니다. 오픈AI가 지난달 공개한 GPT-4의 영어 정확도는 85.5%인데 비해 한국어는 77% 수준이에요. 직전 모델인 GPT-3.5에서 영어의 정확도가 70.1%였으니 GPT의 정확도가 일취월장 중입니다. 여러분, 혹시 영어가 딸려도 쫄지 마세요. 질문을 한국어로 쓴 뒤 “영어로 번역해줘”라고 하고, 영어 답변을 받아 “한국어로 번역해줘”라고 하면 됩니다. 처음부터 한국어로 질문을 하면 한국어로 답이 나옵니다. 그래서 요즘 챗GPT 대항마를 꿈꾸는 한국 회사들이 긴장하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챗GPT를 인턴사원 대하듯 하라
국내 인공지능(AI) 인지검색 솔루션 기업 ‘올거나이즈’의 송혜원 PR&마케팅 매니저를 오늘의 챗GPT 과외선생님으로 모셨습니다. 송 매니저는 말합니다. “챗GPT를 이제 막 회사에 입사한 인턴사원으로 생각하고 일을 시키면 돼요.”

인턴사원이라. 이게 무슨 말일까요.

“예를 들어볼게요. 제가 인턴에게 ‘2023년 우리 회사 마케팅 계획을 세워봐’ 이렇게 지시한다면 인턴이 얼마나 막막해하겠어요. 이 일을 어떻게 쪼개서 해야 하는지 알려주면 좋겠죠. ‘2022년 마케팅 계획을 세울 때에는 이런 이슈를 분석했고, 경쟁사들은 어떻게 분석했고, 우리의 계획 중 효과가 좋았던 것은 무엇이고 나빴던 것은 무엇인지…. 챗GPT에게도 이런 식으로 지시를 내려보세요. 잘 키운 인턴이 만든 보고서 부럽지 않을걸요. 기억하세요. 일 잘하는 상사는 부하에게 지시를 구체적으로 내린다는 걸요. 글자 수, 제목 수, 글 스타일까지 정해서 챗GPT에게 말해보세요.”

서울 강남구 올거나이즈 사무실에서 이 회사 송혜원 매니저가 챗GPT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선미 기자
서울 강남구 올거나이즈 사무실에서 이 회사 송혜원 매니저가 챗GPT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선미 기자


●중학생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챗GPT는 어마어마한 정보를 끌어모읍니다. 하지만 때로는 TMI(too much information·너무 과한 정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좋은 명령어는 ‘중학생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500자 이내로 설명해 줘’입니다. 그래서 ‘챗GPT를 중학생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500자 이내로 설명해줘’라고 입력해 보았더니 이렇게 답이 나왔습니다.



●‘차근차근(step-by-step)’의 마법
영어로는 step-by-step, 한국어로는 ‘차근차근’ 또는 ‘단계적으로’라는 말을 지시어에 넣어보세요. 답변이 훨씬 자세하게 나옵니다. GPT-4는 특히 수학과 논리 분야에서 성능이 비약적으로 개선됐는데요. GPT-4 기술 문서의 프롬프트를 살펴보면, “단계별로 차근차근 생각해봐(Think about it step-by-step)”, “답을 내기 전에 단계별로 차근차근 추론해서 근거를 제시해봐(Provide a step-by-step reasoning before providing your answer)” 같은 문장이 나옵니다. GPT-4의 추론 능력을 극대화하는 프롬프트들이죠. 이런 프롬프트들은 GPT 모델이 CoT(Chain-of-Thought)를 통해 추론을 잘 해내기 때문이랍니다.

●챗GPT의 카카오톡 응용판, AskUp
카카오톡 채널에서 ‘AskUp’을 ‘친구 찾기’ 해보세요. 27일 0시 현재 87만2007명이 친구를 맺었네요. 국내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만든 AskUp은 카카오톡에서 챗GPT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카카오톡에서 한글로 손쉽게 챗GPT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AskUp이 예시해놓은 질문인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을 눌러보았더니, 1)자신의 강점과 장점을 발견하고 그것에 집중해보세요. 2)자신에게 긍정적인 말을 해보세요. 3)자신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해 보세요. 4)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만의 기준을 갖고 살아가세요. 5)건강한 삶의 습관을 유지하며 꾸준히 자신을 돌봐주세요 등의 답변이 나오네요. 단 AskUp은 하루 100회, 회당 1000자 미만 답변만 가능합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말해줘”
챗GPT에는 명확한 기술적 한계가 존재합니다.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환각)’으로 불리는 현상입니다. 챗GPT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문장을 만드는 생성형 AI이기 때문에 사실적 근거가 부족해도 그럴싸한 문장을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짜 답변을 걸러내기 위해 질문할 때 이 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말해줘.”


참고로 신사임당의 남편, 즉 율곡 이이의 부친은 조선 중기의 문신 이원수입니다. :-)

●무턱대고 믿으면 안 됩니다. 검증이 생명!
바로 위에서 설명드린 이유로 챗GPT가 도출한 결과물은 검증 또 검증해야 합니다. 챗GPT는 정확한 사실도 학습했지만 세상에 넘쳐나는 가짜뉴스와 거짓 정보도 충분히 많이 학습했으니까요. 시간을 아낄 수 있는 도움을 받되, 매의 눈으로 한땀 한땀 확인해야 합니다.

도움이 좀 되셨을까요. 여러분은 챗GPT와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시작하셨습니다. 챗GPT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지,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지 참으로 궁금해집니다. 무엇보다 배움을 게을리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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