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을 타고 달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국내 최고의 메이저 대회인 2023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이 3월 개최된 것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각종 마라톤대회가 열리고 있다. 대회 출전을 위해 훈련하거나 건강을 위해 달리는 사람들이 서울 한강을 비롯해 전국 공원이나 산에 넘쳐나고 있다. 과거 ‘5060세대’들이 주축이었다면 요즘은 ‘2030’ ‘3040’들이 많이 달린다. 달리는 사람이 많으면 그로 인한 부상도 많아지는 법. 특히 마라톤 관련 연골 등 무릎 부상에 대한 우려가 많아 지고 있다.
40년 가까이 달리고 있는 이윤희 파시코스포츠과학연구소 대표(65)를 통해 부상 없이 달리는 법을 알아봤다. 이 대표는 운동마니아로 마라톤 42.195km 풀코스는 물론 100km, 200km를 넘어 300km 넘는 거리도 달렸다. 풀코스는 해외 42개 마라톤대회 포함 251회 완주, 울트라마라톤은 60여회 완주한 철각이다. 지금까지 공식 대회에서 달린 거리만 1만8000km에 아깝다. 매주 3~4회 10~13km를 달리며 훈련도 하고 있으니 실제로 달린 거리는 훨씬 더 많다.
1986년부터 달리기를 즐겼고,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할 때부터 마라톤 풀코스에 관심을 가지고 완주에 도전했다. 울트라마라톤도 시작했다. 울트라마라톤은 정규마라톤 풀코스 42.195km를 넘어 50km 이상 거리를 6시간 이상 달리는 것이다. 이 대표는 2000년엔 한국울트라마라톤연맹(KUMF)을 만들어 2004년 법인화까지 했다. 100km 31회, 200km 6회, 308km 2회, 311km 1회…. 한마디로 평생 달리고 있으면서도 아직 무릎에 이상이 없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는 “천천히 즐기면서 달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달리고 운동하며 운동생리학 박사 학위까지 받은 그는 마라톤 및 울트라마라톤 하는 주자들도 다양하게 분석했다.
“제가 오랫동안 달리면서 많은 주자들을 지켜봤습니다. 무릎이 고장 나는 친구들은 속도를 추구하며 빨리 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벌트레이닝하고 내리막을 쏘듯 달리고…. 동호회 내에서 기록이 일종의 서열을 정해주기 때문에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이 기록 욕심을 많이 냅니다. 서브스리(3시간 이내 기록)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꼭 역효과가 나타나더라고요.” 이 대표는 마라톤 풀코스 최고 기록이 3시간 30분이지만 4시간에서 5시간 사이에서 천천히 즐기며 달린다.
일부 정형외과 의사들은 마라톤을 하면 바로 무릎에 이상이 생길 것처럼 얘기하는데 실제로 달리는 의사들은 그렇게 얘기하지 않는다. 김학윤 김학윤정형외과 원장(64) 등 ‘달리는의사들’ 의사들은 “달려야 무릎이 건강하다”고 말한다. ‘축구나 농구 등 거친 스포츠를 할 땐 부상 위험이 있지만 천천히 앞으로만 달리는 마라톤은 전혀 위험하지 않다.’ 선천적으로 관절이 좋지 않거나 무릎 주위 근육이 약화된 경우를 제외하면 달리는 게 무릎엔 좋다고 말한다.
2017년 해외 저널(Journal of Orthopaedic & Sports Physics Therapy)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적당한 운동이 관절염 발병을 낮췄다. 11만5000여 명을 연구한 25편의 논문을 메타 분석한 결과 가볍게 달리는 사람은 관절염 발병률이 3.5%였다.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10.2%였고, 경쟁적인 주자(선수급)는 13.3%였다.
이 대표는 “천천히 달리는 것도 중요하고 쉬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뒤 최소 3일은 쉬어야 한다”고 했다. 100~200km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한 뒤엔 1주일은 쉬어야 몸이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우리나라 러너들은 풀코스 완주한 뒤 술을 마시는 데다 바로 다음 날부터 달리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럼 몸이 망가지죠. 105리를 달리면 무릎에 큰 충격이 가해지고 온몸에도 무리를 주는 것인데 쉬지 않고 바로 달리게 되면 고장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커지는 것이죠. 우리 몸은 회복력이 있습니다. 풀코스는 3~4일, 울트라마라톤은 1주일 쉬면 완전히 회복합니다.”
이 대표는 ”무리하게 달리면 심장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했다. “달리기가 심장에 좋은 영향을 주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경우도 많아요. 현장에서 달리다가 심장 이상을 일으키는 등 좋지 않은 현상도 나타납니다. 일반적으로 운동할 때 혈압은 올라가다 어느 순간에 멈춰서 지속해야 하는데 계속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었죠. 200여 명을 무작위로 찾아보니 부정맥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서브스리(3시간 이내 기록)를 기록한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났어요. 그래서 3시간 30분, 4시간, 4시간 30분 기록대를 가진 사람들을 다시 분석했더니 4시간 이후 기록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부정맥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 대표는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선 근육운동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특히 나이 들면 근육량이 감소하죠. 이때 관리를 안 해주면 몸의 균형이 틀어집니다. 그럼 달릴 때 여기저기에서 부작용이 일어납니다. 주로 쓰는 무릎과 발목에도 부상이 올 수 있죠. 젊은 사람들도 근육운동으로 균형을 잡아줘야 하지만 특히 나이 든 장노년층 주자들은 근육운동이 필수입니다.”
이 대표는 달리기 등 유산소운동과 근육을 키우는 무산소운동을 50대50 비중으로 하고 있다. 그래야 자세도 좋아지고 오래 달릴 수 있어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요즘은 굳이 피트니스센터에 안 가도 집 주변에 벤치프레스, 레그프레스 등 다양한 운동 시설이 있다. 그것을 활용해도 좋다. 집에서 몸으로 하는 웨이트트레이닝 방법도 많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운동 후 빠른 회복과 오래 운동을 즐기기 위해서 단백질 섭취를 권장한다. 일반적으로 단백질의 하루 필요량은 일반인의 경우 1g/체중 1kg 정도다. 체중이 60kg이면 60g을 먹으면 된다.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1.5~2g/체중 1kg을 섭취하면 충분하다.
“운동을 하면 근육이 미세하게 파열됩니다. 심하게 운동하고 나면 근육이 아픈 이유죠. 단백질을 섭취해야 빨리 복구됩니다. 일반 내분비 대사에도 단백질이 필요합니다. 단백질이 부족하면 회복 기간이 길어집니다. 새 근육이냐 헌 근육이냐의 차이죠. 단백질은 혈액의 성분이기도 합니다. 죽은 세포를 없애고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피곤합니다. 염증 반응도 많이 나타납니다. 우리 몸 세포 변화의 사이클을 빠르게 돌려야 피곤하지 않고 건강합니다. 그러려면 잘 먹어야 합니다.”
영어의 단백질인 Protein은 그리스어로 ‘아주 중요한(Very Important)’이란 뜻이라고 한다. “단백질은 영양소 중 가장 중요합니다. 부족하면 머리가 푸석하고 손발이 트죠. 또 외부 충격을 흡수하는 호르몬이 활성화가 안 돼 스트레스를 쉽게 받죠. 운동도 중요하지만 영양도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합니다.”
학창 시절 보디빌더 출신 영화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에게 매료돼 연구하다 단백질의 중요성을 인식한 이 대표는 단백질 보조제를 만드는 ㈜파시코를 창립해 1996년부터 국내산 단백질 보조제를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현재는 대부분의 달림이들이 단백질 보조제를 마시며 달리고 있다. 울트라마라톤을 시작하면서부터 운동과 영양, 건강의 상관관계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한국체육과학연구원(현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을 찾아 공부했고 결국 한국체대에서 운동생리학 박사학위까지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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