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상공 3만6000km 위치
日-인도-印尼-몽골까지 관측해
대기오염물질 출처-유입경로 확인
美-유럽 위성과 ‘3각 편대’ 이뤄
“한반도 북서부 쪽에 붉은색 이미지가 생긴 게 보이시죠. 미세먼지가 관측되기 시작한 겁니다”
지난달 27일 오전 10시 인천 서구 국립환경과학원 환경위성센터의 모니터 장치에 한반도 상공을 뒤덮은 ‘에어로졸’ 광학 영상이 떠올랐다. 1시간 전만 해도 하늘색이었던 모니터 속 한반도 주변 상공이 붉은 이미지로 채워졌다. 대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입자인 에어로졸은 옅을수록 하늘색, 짙을수록 붉은색으로 모니터에 표시된다.
환경위성센터에 영상을 보내온 인공위성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이 국빈 방문 중이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소개한 정지궤도 위성 환경탑재체(GEMS)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하고 환경위성센터에서 운용 중인 이 기기는 2020년 발사된 천리안위성2B호의 탑재체로 한반도 주변의 대기오염물질, 기후변화유발물질을 관측해 그 영상을 보내온다.
NASA가 윤 대통령에게 GEMS를 소개한 건 윤 대통령이 NASA를 방문한 주요 목적 중 하나가 ‘우주와 기후’ 부문의 양국 간 협력이었기 때문이다. 두 나라는 인공위성 등을 활용해 국제사회가 마주한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데 협력 의지를 다졌다. 윤 대통령은 당시 “인공위성이 관측한 해양과 대기의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기후변화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은 “우리(한국과 미국)는 아시아와 북미의 대기오염을 추적할 수 있는 인공위성을 구축하고 궤도에 배치했다”고 말했다.
GEMS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 시간 단위로 에어로졸, 일산화탄소, 오존 등 21종의 대기 물질 농도를 관측한다. 환경위성센터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를 실시간으로 공개한다. 세계 최초의 ‘정지궤도 환경탑재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해외에도 대기오염물질을 관측하는 인공위성은 다수 있지만 지구상공 700∼1500km의 낮은 궤도에서 운영돼 목표 지점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이 짧아 하루 1회 정도만 원하는 지점의 환경정보를 관측할 수 있다. 하지만 GEMS는 지구 상공 3만6000km에 위치해 한반도 위에 상시 떠 있다. 동서로는 일본에서 인도까지, 남북으로는 인도네시아에서 몽골까지 아시아 일대 상공을 관측해 영상을 보내오고 있다.
이동원 환경위성센터장은 “GEMS 전에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의 순간적인 농도만 측정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출처와 유입 경로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을 포함해 기후변화·위기 해결에 대한 국제적 협력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환경탑재체보다 효율이 높은 GEMS가 ‘국제 우주협력’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경위성센터는 2019년 NASA, 2020년 유럽기상위성개발기구(EUMETSAT)와 업무협약을 맺고 환경위성 간 국제협력을 공식화했다.
2020년 GEMS 발사 당시 NASA는 “대기질을 개선하려는 국제적 노력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며 “NASA의 ‘템포(TEMPO)’ 관측체, 유럽우주국(ESA)의 ‘센티넬-4(Sentinel-4)’ 관측체가 ‘3각 가상 별자리’를 이뤄 북반구 일대의 대기질 예측 및 개선에 국제적 협력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템포와 센티넬-4는 모두 GEMS처럼 정지궤도에 머물며 각각 미 대륙과 유럽 일대의 대기질을 관측할 예정이다. 템포는 지난달 발사가 이뤄졌으며, 센티넬-4는 내년 발사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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